개성공단의 기억, 다시 무대에 오르다… 창작집단 유희자 〈오빠 생각〉 9월 9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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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 10년을 맞아, 남과 북이 함께 일했던 그 시간들을 무대 위에 다시 그려내는 창작극이 관객을 만난다. 창작집단 유희자(대표 박우열)는 2026년 하반기 정기공연 〈오빠 생각〉을 오는 9월 9일부터 13일까지 대학로 보라아트홀에서 선보인다.
탈북민의 삶과 남북 통합의 이야기를 꾸준히 무대에 실어온 유희자는 이번 공연을 통해 〈열번째 봄〉, 〈흔들리며 피는 꽃〉에 이어지는 남북통합문화 연작의 마지막 장을 선보인다. 극본은 정재춘 작가가, 각색과 연출은 손대원 연출가가 맡았다.
이번 작품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개성공단을 배경으로, 남측과 북측 노동자들이 함께 일하며 겪은 갈등과 신뢰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생계를 위해 개성공단에 취업한 남측 청년 박태준과, 원칙과 동료애 사이에서 현장을 지키려는 북측 노동자들이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극은 초코파이 한 봉지에도 사상 검열이 따르던 팽팽한 긴장 속에서, 서로 다른 이들이 조금씩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한국전쟁 당시 남편과 이별한 뒤 치매를 앓게 된 고용자 가족의 사연이 교차되어 극의 깊이를 한층 더한다. 고용자 역은 풍부한 연기 경험을 지닌 배우 황연희(대진대학교 연기예술학과 교수)가 맡아, 상실과 그리움이 응집된 섬세한 감정 연기로 무대의 중심을 든든히 잡아준다.
또한 동요 ‘오빠 생각’은 실향의 아픔과 화해의 희망을 잇는 주요 모티프로, 작품 전체를 일관되게 이끌어준다.

<오빠생각> 포스터
손대원 연출가는 “분단 이후 80년 가까이 이어진 대립은 이산가족의 비극만이 아니라, 이 땅에 살아온 모두가 짊어진 심리적·정서적 분단의 역사였다”며, “이번 작품은 정치적 언어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통해 그 상처를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오랜 분단을 겪은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본래의 공동체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와 체제가 만들어낸 경계 속에서도 결국 우리는 같은 노래를 부르며 살아온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관객들과 함께 확인하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개성공단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남과 북의 노동자들이 한 생산 현장에서 함께 일상을 나눴던 곳이다. 군사 대치의 상징이던 접경 지역이 협력과 공존의 공간으로 바뀌며, 한반도 평화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은 남과 북을 나누던 경계가, 사람이 사람을 만나 신뢰를 쌓는 새로운 경계로 변하던 그 시절을 무대 위에 복원한다. 극은 분단이라는 무게를 이념적 대립이 아닌 보편적인 삶과 기억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울림을 선사한다.
창작집단 유희자는 실제 개성공단 노동자와 주재원들의 증언, 그리고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극을 구성했다. 무대에서는 아코디언 실연과 상징적 언어가 어우러져, 개인의 기억이 분단과 화해라는 보편적 이야기를 품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북향민 출신 언어 코치에게 자문을 받아, 북측 인물들의 언어와 생활문화를 보다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오빠 생각〉은 분단의 역사를 거대한 이념이 아닌, 그 속을 살아온 각자의 일상과 기억에서 출발해 다시 바라보는 극이다. 개성공단이라는 구체적 공간을 통해 남과 북이 함께 지켜온 연대의 시간과 신뢰를 무대 위에 되살리고, 전쟁이 남긴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비추며 공존과 통합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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