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나 개인전 《BK로 귀결되다》 개최
송아트갤러리, 2025년 1월 23일부터 2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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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나 작가의 개인전 <BK로 귀결되다>가 서초구 송아트갤러리에서 2025년 1월 23일부터 2월 25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색의 혼합과 레이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변화에 대한 작가의 깊은 탐구를 보여준다.
작가는 다양한 색상의 펜을 사용하여 드로잉을 하고, 색상 책처럼 색면을 나열하며, 기하학적인 형태를 이용하여 색의 본질을 파헤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색의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색의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측면까지 탐구한다.
MeeNa Park, BK7, 2024, Acrylic on canvas, 90x160cm, © 작가, 송아트갤러리
MeeNa Park, Mon-Ami Soft ball 0.7, Pen on paper, 29.7 x 21 cm, © 작가, 송아트갤러리
MeeNa Park, BK Red, 2024, Acrylic on paper, 56x76cm, © 작가, 송아트갤러리
모든 색의 혼합은 검정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녹색 위에 청색이 칠해지고, 그 위에 다시 적색이 칠해지고, 황색이 칠해지면 색은 모호한 색으로 귀결된다. 색이 쌓인 레이어들은 각기 다른 접점으로 인해 다른 혼합된 색을 노출한다. 우리가 지각하는 색은 명료함을 잃어가고 점점 색이 스미고 겹치는 지점에서 다른 명도와 채도로 인해 다른 색 온도와 색감을 마주하게 한다.
색은 색을 부르고 원으로 반복되는 색들의 레이어는 쌓여 가면서 농도가 미묘하게 다른 색들을 형성해간다. 박미나의 BK 시리즈는 검정으로 소실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다양한 뉘앙스의 색들이 녹색, 청색, 적색, 황색이라는 원색들의 레이어들 위에서 표현된다. BK로 명명된 시리즈의 ‘BK’는 검정(Black)으로 해석되기 보다 색을 쌓으면서 파생되는 모호한 색들의 대명사 정도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펜 드로잉과도 같은 맥락을 갖는다. 예컨대 Blue를 인식하는 색의 경계선은 어디에서 어디까지 인가?를 여러 제조사의 Blue Pen(기성품 Ready-made)들을 제품별로 한 장의 드로잉으로 완성하여 함께 전시함으로써 펜의 컬러와 물성의 차이가 만들어 내는 이질적인 선들이 우리에게 친숙한 펜 조차도 낯선 시각적 체험을 하게 한다. 우리는 Blue라는 색을 알지만 점점 불분명해진다. 군집을 이루는 Blue Pen 드로잉들을 보며 우리가 아는 Blue는 여러 제조사가 조색하는 색의 범위 안에서도 넓은 스펙트럼과 뉘앙스를 갖는다. 색을 안다는 것이 보이는 것으로 인해 미세한 균열을 일으킨다.
BK 시리즈가 원형의 색점들의 변주라고 한다면 펜 드로잉은 선으로 표현된 색의 미묘한 변주를 통해 다른 느낌의 모노크롬이 생성되고 검정색, 녹색, 청색, 적색 등의 펜으로 그린 직선들이 영원한 평행을 이루고 있다.
평행을 이루는 색의 나열은 다시 색을 수집하고 색상 책처럼 표현된 색면의 끝에 실루엣으로 그린 가구나 우리의 실내에 쓰이는 사물들을 그리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색을 채집하듯이 물감을 찾고 작가가 개입하지 않는 것처럼 색을 원이나 직선, 사각형의 띠로 중첩하거나 나열하며 평행을 이루는 색들 사이 어딘가에 색상 함수와 색상의 평균값을 생각하는 작가의 수학적 사고가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색의 단면은 기하학적 기본 형태 점, 선, 면으로 구성되고 CMYK, RGB 기본적인 색상에 근간을 두고 있다. 박미나는 본질적인 형태와 본질적인 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충실하게 본질적인 형태와 색으로만 평면에 제시하고자 한다.
단조로운 평범한 색으로 다채로운 뉘앙스를 표출시키는 색의 레이어들은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감각으로 우리들의 안일한 시지각을 뒤흔든다.
박미나는 미국 로드 아일랜드 미술대학교와 헌터 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이다.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2010년 제1회 두산연강예술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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