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는 전시 ‘깨끗한 석판’ 성황리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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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언폴드엑스 기획자 캠프에 선정된 프로젝트 ‘깨끗한 석판(Tabula Rasa)’ 전시가 10월 6일(금)부터 10월 29일까지 문래예술공장 M30 갤러리에서 성황리 종료됐다.
깨끗한 석판’은 인간과 공존하는 사물의 원형을 백지상태로 상정하고 생성 과정을 역방향으로 상상하며 새로운 사물성을 제안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 제목인 ‘깨끗한 석판’은 경험주의 철학에서 이야기하는 ‘백지상태’를 뜻하는 용어로, 사물에 축적된 인간의 경험을 깨끗이 지우고 다시 상상해보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 참여 예술가는 시각 예술가 김현석·이해련, 산업 디자이너 송봉규+BKID(박성재, 정재필), 그래픽 디자이너 윤현학, 미디어 아티스트 전민제 등 총 다섯 팀이다.
마치 매끈한 가전 기계처럼 보이는 ‘PK-04’, ‘C-03 Pro’는 이해련 작가의 작품으로 PK-04는 전통적인 인쇄 행위와 NFC 태깅 기술을 결합한 프레스 키보드며, C-03 Pro는 청소기 형태의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다. 작품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쇠퇴와 진보를 반복하는 인간 중심적 사물 생성 역사에서 탈선하며 인간과 사물 사이의 네트워크를 새로고침한다. 김현석 작가의 ‘데이지-체인-아고라’는 인공지능(A.I.model/GPT-4, Stable Diffusion)을 활용한 작품으로 각각의 아이폰으로 설정된 미지의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로 구성된다. 인류 최초의 도구에서 현대의 사물에 이르기까지 긴 가상의 진화를 다뤘다.
6m 벽을 가득 채우는 그래픽 설치인 ‘덱스터 앤 시니스터’는 윤현학 작가의 작품으로 인간과 사물 사이를 매개한 온 두 손에 대한 수많은 메타포를 탐구해 왼손과 오른손의 이미지들을 재구성했다. 다양한 상징과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은 우리의 양손, 나아가 신체의 양쪽을 바라보는 이분법적 사고 방식을 탐구했다.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아카이브 존에는 작가와 리서치 팀이 탐구한 사물에 대한 리서치 내용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사물과 관련해 수집된 다양한 도서를 소개해 많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한 전시 기간 중 매주 토요일 2시에 사물성을 탐구해 온 작가들의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됐다. 총 3회에 걸쳐 진행된 아티스트 토크는 ‘사물과 기술 연결’(김현석, 전민제), ‘진화하고 탈출하는 사물’(송봉규, 이해련), ‘신체·사물·전시’(윤현학, 이정은)를 주제로 견고한 사물의 세계에 균열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를 진행했다.
전시 작품과 공간은 3D 스캐닝을 통해 물질을 다시 비물질 데이터로 번역하는 작업을 거쳐 현재 누구나 온라인 관람이 가능하다. 필진과 연구팀의 글을 망라한 사전 리서치와 리서치 과정을 아카이브한 리서치 북은 올해 안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인식해왔던 형태와 물질로 구성된 사물의 고정관념을 넘어 사물의 생성과 소멸, 사물과 인간의 관계맺음, 사물에 포함되지만 가시화되지 않는 기술과 시스템, 알고리즘과 상징같이 인간의 삶에 붙어 있는 시공간에 거대하게 분산된 ‘무엇’인 사물을 탐구하고자 했으며, 최근 예술계에서 신유물론을 비롯한 사물철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우리를 둘러싼 사물들의 세계, 우리의 현재를 구성하고 있는 사물들을 다시 바라보고, 다차원적으로 감각하고,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후속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은 큐레이터는 이론과 현장을 연결하는 연구를 바탕으로 기획 활동을 하는 시각문화 연구자이자 기획자다. 동시대 시각문화와 물질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글쓰기와 기획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콜렉티브 컨트리뷰터스의 공동 기획자로 활동하며, 유무형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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