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 2023년 10월 경매 진행
한국 현대미술사에 독자적인 발자취를 남긴 박수근의 1956년 작 ‘가족’ 5~8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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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수)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 경매장에서 케이옥션 10월 경매에 총 93점, 약 65억원어치가 출품된다. 장욱진의 1989년 작 ‘새’(1억5000만~2억원)를 선두로 박수근의 1956년 작 ‘가족’(5~8억원), 이중섭의 1956년 작 ‘돌아오지 않는 강’(1억5000만~4억원), 은지화 ‘아이들’(3500만~1억2000만원) 등 근대 주요 구상작가들의 작품과 이우환의 150호 대작 ‘조응’(6억5000만~9억원), 김환기의 뉴욕시대 작품 ‘15-VII-69 #88’(4억2000만~6억원), 정상화 ‘무제 94-2-5’(2억8000만~4억원), 하종현 ‘접합 17-54’(2억5000만~3억2000만원) 등 추상 작품들도 경매에 오른다. 또 이강소, 이건용으로부터 시작해 이불, 서도호까지 이어지는 한국 실험 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도 있다.
해외 미술에서는 타카시 무라카미의 ‘An Homage to Mangold’는 5억5000만원에서 7억원에, 사라 모리스의 ‘Japanese Bend [Knots]’가 8000만원에서 3억원 그리고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작품 ‘Temple of Dendera’가 8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에 출품된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에는 운보 김기창의 ‘농악’(5500~7000만원), ‘미인도’(350~1000만원), 고송유수관도인이인문 ‘하경산수도’(2700~6000만원), 청전 이상범 ‘설경산수’(350~600만원), 소정 변관식의 ‘산수도’(800~4000만원) 같은 회화 작품과 박정희의 ‘이웃사촌’(1000~2500만원), ‘씩씩하고 바르게 나라의 보배’(800~2500만원), 백범 김구의 ‘백의단심’(800~2000만원) 등 글씨, 조선시대 ‘백자호’(700~1200만원), ‘백자상감연화문대접’(350~800만원) 같은 도자작품이 경매에 오른다.
경매 프리뷰는 10월 14일(토)부터 현재 진행 중이며 경매가 열리는 10월 25일(수)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작품 관람은 예약없이 무료로 가능하며,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이다(오전 10시 30분 ~ 오후 6시 30분).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또는 전화나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또 경매가 열리는 25일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 주요 출품작
박수근은 그의 나이 18세인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수채화로 그린 ‘봄이 오다’가 입선을 하며 미술계에 데뷔한다. 보통학교 이후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못한 박수근이지만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해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회자되고 있다. 인간의 선함과 진실성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적 견해를 지녔던 박수근은 소박한 삶을 사는 주변의 평범한 농민과 서민들의 모습을 담고자 노력했다.
1950년대 중반에 제작된 경매 출품작 ‘가족’은 황갈색이 화면 전반을 채우고 있지만 인물들의 옷이 노랑, 빨강 계열로 표현돼 있어 한결 다채로운 느낌이다. 또 화면에서 보이는 형태의 굵은 외곽선과 인물과 배경 간의 선명한 대비는 이 시기를 전후해 나타나는 특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모색하고 고민하던 작가의 탐구정신이 느껴진다. 정감 있는 깊이를 강조하기 위해 독자적인 데생력과 구성력을 추구한 것은 박수근의 작품에서만 엿볼 수 있는 창조적 측면이다. 한국 현대미술사에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긴 그의 작품 ‘가족’은 추정가 5억원에서 8억원에 경매에 오른다.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과 함께 한국의 2세대 서양화가로 꼽히는 장욱진은 1920년대부터 작고하는1990년까지 약 60여년 간 서양화에 동양적 정신과 형태를 더해 한국적 모더니즘을 창조하고 한국 미술사에 남을 그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성적이며 은둔자적 성격이었던 장욱진은 자연 속에 살면서 나무와 까치, 해와 달, 집과 가족 등 친근한 몇 가지 소재만을 평생 그렸지만,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작태도를 보여주며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은 더욱 특별하다. 비슷한 소재가 반복되지만 이런 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시도 덕분에 장욱진의 어느 한 작품도 지루하지 않다. 또 이렇게 친근한 소재들을 작품 속에 동화처럼 담아내기 위해 원근법과 비례를 무시한,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화법을 사용했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작품 ‘새’는 1989년 작으로 말년을 보냈던 용인 신갈(마북리)시대의 작품이다. 이 시기 작품은 점차 환상적이며 관념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데, 구도와 자유로운 표현이 최고조에 달한다. 투명한 색채와 간결한 형태가 어우러져 서정성이 효과적으로 표현돼 있으며, 1960년대에 자주 나타났던 여백의 추상적인 질감이 다시 나타나는데, 이는 단색의 나무 색면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며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또 1988-89년 작품에는 해와 달이 화면에 자유롭게 배치돼 몽환적 이미지가 강화되는데, 이 작품에도 해와 달이 나무 밑에 위치해 공간의 비현실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의 포스터와도 유사한 도상으로, 이 작품의 추정가는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이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의 실험 미술을 이끌어온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출품된다. 1960-70년대 모더니즘이나 민중 미술과는 차별화되는 한국 전위예술 흐름에 중요한 자취를 남긴 이건용, 이강소 그리고 이들의 뒤를 이어 1990년대를 화두로 삼아 동시대 한국 미술의 미학적, 문화사적 의미를 끌어낸 서도호와 이불 등은 평면회화가 아닌 설치미술, 테크놀로지등 저항적이고 실험적인 미술 언어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 미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민족, 인종, 성별, 성소수자 등 집단 정체성에 주목한 포스트 모더니즘 전시가 다양하게 열리는데, 이 전시들은 미술에 정체성의 문제를 개입시켜 미술과 전시의 가치, 윤리를 둘러싼 논쟁을 일으켰다. 이 시기 활동을 시작한 이불은 ‘화엄(Majestic Splendor)’(1997), 기관이 없거나 팔, 다리 등 신체 일부가 상실된 채 실리콘 같은 화학물로 대체돼 영원히 젊은 여인의 형상을 한 ‘사이보그’ 연작 등을 발표해 세간의 이목을 끈다.
본 경매 출품작 ‘Untitled(Mekamelencolia)’의 제목에 사용된 ‘Meka(mecha)’는 사이보그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인간형 로봇)을 뜻하며, ‘Melencolia’는 병리학적 용어로 상실을 극복하거나 인정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지칭한다. 부드러운 촉감의 단아한 연보랏빛 실크 바탕 위에 반짝이는 진한 보랏빛의 안료를 사용해 긴 촉수를 가진 결점 없이 아름다운 유기체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정작 내면에는 유한의 존재였던 기억과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다. 작가는 이 유기체를 통해 ‘유토피아를 향한 염원과 그 실패로 인한 절망’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서도호에게 집이란 무척 사적인 공간이며, 사람끼리 관계를 맺는 사회적 공간이기도 하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우주적 공간이기도 하다. 서도호는 어린 시절 살았던 집과 외국의 아파트, 스튜디오 등 본인이 경험했던 공간의 구조를 섬세하게 재현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개인, 지역을 넘어서 보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집의 존재 의미를 심도 있게 고찰한다. 경매 출품작은 표본 시리즈 ‘Specimen Series’로, 작가가 거주했던 아파트에 있는 기물이나 건물의 부분을 형상화했다. 표본 시리즈는 폴리에스터를 사용해 반투명하게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작품 아래에 ‘CORRIDOR/GROUND FLOOR’이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작가 본인이 거주하던 아파트 1층의 복도를 형상화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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