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오 베도바 개인전 ⟪색, 그리고 제스처 (Colour and Gesture)⟫ 개최
타데우스 로팍 서울 포트힐, 2023년 11월 16일—2024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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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오는 11월 16일부터 2024년 1월 13일까지 이탈리아 추상화가 에밀리오 베도바(Emilio Vedova) 의 국내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베도바는 특유의 대담한 색채와 역동적인 제스처가 돋보이는 추상 문법으로 미술계에 깊은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약 25년에 걸친 작가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기간동안 특히 증폭된 그의 예술적 어휘는 동료 화가이자 절친한 친구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를 비롯한 후대 신표현주의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영향은 현대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에밀리오 베도바, ... Da dove ... 1983 - 13, 1983.
캔버스에 아크릴, 니트로 페인트, 파스텔, 목탄과 모래. 230 x 300 cm (사진=타데우스 로팍 서울 포트힐)
Untitled, 1983, 캔버스에 아크릴, 파스텔, 시멘트와 모래 , 160 x 290 cm (사진=타데우스 로팍 서울 포트힐)
⟪Per la Spagna 1962 - n.5⟫를 작업하고 있는 에밀리오 베도바, 1962. (사진=타데우스 로팍 서울 포트힐)
1919년 베네치아의 장인(匠人) 가문에서 태어난 베도바는 예술가로서의 재능을 스스로 키워 나갔다. 1943년, 회화의 혁명적 잠재력을 지지하는 이탈리아 반파시스트 단체 코렌테 (Corrente)에 가입한 작가는 이로부터 3년 후 정치 미술에 있어 추상만이 유효한 형식이라는 선언문에 공동 서명하기도 했다. 1948년에 개최된 제24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꾸준히 작품을 출품했던 작가는 1997년 평생공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수년 동안 베를린과 베니스를 오가며 활동했던 그는 제 1회 카셀 도큐멘타 (1955)에 참가한 이후 1959년, 1964년 그리고 1982년까지 지속적으로 기여하였으며, 이외에도 미국과 유럽을 망라하는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제 미술계에 그의 입지를 견고히 확립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선보이는 회화들은 색, 그리고 제스처가 불가분의 관계로 얽혀져 있다. 그 중에서도 1980 년대에 제작된 작품들은 작가의 예술 인생을 조망했을 때 단연 주축이 되는 작품들이다. 베도바는 51세의 나이에 작품 연구를 위해 멕시코로 향했다. 특히 그곳에서 마주한 광활한 풍경과 냄새, 다채로운 색감, 그리고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José Clemente Orozco)의 정치적 색이 짙게 묻은 벽화는 작가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는데, 이는 당시 그의 1960-70년대 작품에 지배적이었던 흑백 색조에서 벗어나 보다 강렬한 색채와 필치가 전면으로 드러나는 대규모 추상회화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멕시코에서의 경험이 작가의 예술적 발전에 핵심적인 촉매가 되었지만, 그의 회화는 여전히 그의 뿌리인 베네치아에 근간을 두고 있었다. 베네치아의 건축, 색, 빛, 물, 심지어 도시의 모래까지 작품에 담아낸 베도바는 모래와 아크릴 물감을 혼합하여 마치 지형을 연상시키는 질감 있는 표면을 구현하기도 하였다. 작가는 의식적으로 베네치아의 걸출한 예술 제작 전통과 결을 같이하고자 했으며, 이는 자신의 대규모 회화를 16-17세기 베네치아에서 보였던 웅장한 캔버스 예술의 용어를 따 ‘텔레리(teleri)’라 명명한 데서 더욱 잘 확인된다. 그는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된 교회 내부를 스케치하며 그림을 배웠고, 베네치아의 거장들, 특히 빛과 색을 결합함으로써 감각적으로 인간 조건을 표현했던 틴토레토(Tintoretto)의 작품을 모방하며 연구에 매진했다. 틴토레토의 극적인 공간 처리법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베도바는 빨강, 노랑, 초록의 선명한 색채 위에 흑과 백의 물감으로 자신의 제스처를 수놓아 균형을 맞추었는데, 이는 베네치아 화풍의 관습을 작가만의 관점과 방식으로 재정립한 것이다.
베도바는 화가로서의 생애 동안 회화가 신체적 퍼포먼스에 뿌리를 둔 인간의 행위라는 신념을 유지했다. 작가는 끝까지 화업을 놓지 않았는데, 이번 전시에서 그가 작고한 해인 2006 년에 제작된 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일련의 작품 위에서 색은 제스처를 구현하는 매개체로써 형태를 이루고, 두터운 물감 위에 지나간 손과 손가락 흔적은 작가의 존재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는 강렬한 제스처를 주변 세계에 대한 자신의 날것 그대로의, 그리고 때로는 격렬한 반응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해했으며, 이는 정치적 성격을 띠던 작가의 초기작과도 연결된다. 베도바가 형상하는 제스처는 무의식이나 형식적 추진으로부터 출발하는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나 유럽의 앵포르멜에서 주창하는 바와는 다르다. 작가에게 각각의 제스처는 명확하고 의식적인 과정의 결과였으며, 이에 대해 그는 ‘내 작업은 구조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내 의식의 구조이다.’라고 덧붙였다. 넘치는 활력이 느껴지는 그의 매체 활용은 곧 인간 행동의 중심에 있는 정서적, 그리고 심리적 충동을 드러내는 ‘내적 추진력(propulsion)’의 방출이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내달 2일, 미술 에세이스트 이소영 작가와 함께 전시연계 교육프 로 그램을 개최한다. 12월 2일(토)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대중에게 에밀리오 베도바의 작품세계를 소개할 예정이다.
에밀리오 베도바(1919–2006)는 20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베도바는 세계를 무대로 유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선보였던 작가이자, 또 동시에 헌신적인 예술 교육자였다. 그는 베를린과 잘츠부르크, 그리고 베니스에서 오랜 기간 교편을 잡았으며, 1965년과 1983년에는 미국에서 강연을 펼치기도 했다. 작가 는 그가 숨을 거두던 2006년 10월 25일까지 예술적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베도바와 그의 아내가 설립한 에밀리오 베도바 재단(Fondazione Emilio e Annabianca Vedova)은 20세기 미술사에서 베도바가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성을 알리는 것에 주안을 두고 끊임없는 연구와 전시 및 출판을 통해 그가 남긴 문화적 유산을 보존하고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베도바의 작품은 최근 바덴 아르눌프 라이너 미술관(Arnulf Rainer Museum, Baden, 2020), 밀라노 팔라초 레알레(Palazzo Reale, Milan, 2019), 메츠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Metz, Metz, 2019), 피렌체 노베첸토 미술관 (Museo Novecento, Florence, 2018), 뒤스부르크 쿠퍼스뮐레 현대미술관(Museum Küppersmühle für Moderne Kunst Duisburg, Duisburg, 2016) 등에서 전시되었다. 또한, 그의 작품은 비엔나 알베르티나(The Albertina, Vienna), 함부르크 미술관(Hamburger Kunsthalle, Hamburg),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 미술관(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 Buenos Aires), 뉴욕 현대 미술관(MoMA, New York), 베를린 국립미술관(Nationalgalerie, Berlin), 프라하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Prague), 뮌헨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Pinakothek der Moderne, Munich),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 Philadelphia) 등의 전세계 기관에 소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수많은 이탈리아 기관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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