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임아진, 전혜수 3인전 《나비, 모모,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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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원 기획자와 이지윤, 임아진, 전혜수 작가의 3인전 《나비, 모모, A》 전이 11월 22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미학관’에서 열린다. 본 전시는 토탈미술관에서 주관한 ‘2023년 예비예술가 성장지원 플랫폼 <화원: 홍연길>’ 사업의 일환이다.
《나비, 모모, A》에서 이지윤, 임아진, 전혜수는 서대문구 연희동의 홍연길을 답사하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창작한다.
전시의 제목 《나비, 모모, A》는 각 작가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이다. 이 캐릭터들은 실제 홍연길에서 출발하지만 상상의 영역으로 확장된 공간을 자유롭게 활보하고 넘나든다.
작가들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거리에서 장소를 소유한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해당 의문을 토대로 이야기를 통해 특정 구역을 사유해보는 시도를 펼친다.
이지윤, <field trip>, 단채널 영상, 사운드, 13분 38초, 2023
임아진, <태고의 연인(Primordial Lovers), 60 x 45.5 cm, 판넬에 점토와 아크릴, 2022
임아진, <나의 저주스러운/지긋지긋한/자랑스러운/무궁무진한 여체에게>,
퍼포먼스 스틸 이미지, 2023
이지윤은 홍연길 안산도시자연공원에 펼쳐진 미로를 상상한다. 전시공간에서 영상을 반복재생하며 무한한 미로가 환기하는 공포, 낯선 감각을 제안한다.
임아진은 홍대 거리로부터 홍연길로 밀려난 캐릭터 ‘나비’의 형상을 입체 조형으로 제작한다. 술집과 인파로 화려한 홍대 거리에서 느껴지는 쓸쓸함과 복잡한 감정은 작가를 대리하는 캐릭터 ‘나비’의 이야기에 비유된다.
전혜수는 홍연길 고지대의 집들을 관찰하며 이를 수직 형태의 캔버스 천에 그린다. 대형 회화 작품은 전시장의 벽에서부터 시작해 땅에 다다라 펼쳐진다. 주민들의 집 앞에서 보았던 화분은 오브제로 제작되어 함께 전시된다.
《나비, 모모, A》는 신진 작가들을 소개하며 현존하는 거리의 확장 가능성을 목표한다. 시민 관람객의 방문을 통해 작가들이 제안하는 상상의 영역을 넓히고자 한다.
전시서문을 통해 《나비, 모모, A》는 임아진, 전혜수, 이지윤이 홍연길을 관찰했던 경험을 토대로 창작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이름이다. 이 인물들은 결코 소유할 수 없는 도시를 사유화하려는 욕망을 토대로 길 위를 자유롭게 개척하며, 현실 세계의 장소 속 가능성을 확장한다. 작가들은 지역 내에서 발췌한 단서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구체화한다. 이들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공공적 영역인 홍연길에서 장소를 점유한다는 것, 그 안의 사물들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장소를 향한 개인의 애착은 각자가 확장해 낸 상상의 세계 내에서 현실이라는 바깥 환경으로 유도된다.
이러한 탐색의 과정은 홍연길의 ‘장소감 Sense of Place’을 채취하는 것을 담보한다. 장소감이란 장소에 대한 감각과 이를 경험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감각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작가들은 특정 지대를 탐색하며 방향을 감각하는 인지 단계, 장소 정체성을 향한 공감, 개인적 경험과 지역의 연계라는 과정을 경유한다. 장소적 정체성을 고양시키기 위해 홍연길을 의식적으로 경험하고 이해와 성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방법이 요구된다. 지역에서 발현된 분위기는 각 작가의 내부 세계에만 피상적으로 머물러있지 않고 개인 혹은 공동체와 장소 사이의 내밀한 관계로 발전한다.
홍연길 반경으로 시선을 옮겨 둘러보면 직선 도로를 중심으로 새롭게 건설된 신축 아파트와 수십년의 세월을 경유한 오래된 주택들이 평행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파트 단지 내의 말끔한 놀이터, 멀지 않은 곳에는 비교적 최근 들어선 비건 카페와 세련된 음식점들, 같은 길목에는 경로당 그리고 외관만 보아도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짐작하게 만드는 문구점과 참기름 집이 낮은 상가들 안에 자리해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각각의 장소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질적인 사물과 사람들, 이들이 모여 형성된 풍경은 견고해 보이지만,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동네의 세부적인 요소들이 관찰의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음을 경험한다.
전시는 도시를 보행하는 관찰자가 인지하는 개체 간의 충돌에 주목하여 이를 시스템 오류의 장으로 치환한다. 홍연길에서 출발한 별개의 이야기들이 접촉한 것은 이례적이고 우연한 사고이다. 공간 쇼윈도우의 복잡한 회로 그래픽, 내부에 정지된 ‘나비’의 모습, 길게 늘어진 풍경과 홍연길 미로가 반복되는 것은 오류로 인한 에피소드의 반복과 지연으로 인한 현장으로 실현된다.
충돌 사건을 뒷받침하는 출판물은 전시장 쇼윈도우 한 켠에 정박한다. 책에는 충돌로 인한 오류 직전, 캐릭터들이 살아가던 평범한 일상을 서술하는 에피소드가 형태로 수록되어 있다. 출판물 속 몇몇 기이한 배치와 텍스트, 이미지의 잔해들은 전시 환경에서 제시하는 시스템 오류를 페이지의 낱장으로 꺼내어 보여 준다.
‘나비’, ‘모모’, ‘A’의 추돌 이후, 난무하는 스토리의 잔해들은 이후의 일대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캐릭터들은 현실 세계에서 출발했으나 실재하지 않는 존재다. 이들은 본래의 환경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지만 불확실한 현재와 미래의 경계를 유랑하게 될 수도 있다. 도시 내부 요소들의 빠른 대체, 순환이 이루어지는 현재 이후의 페이지 역시 알 수 없다. 이러한 임시적인 정착이 익숙한 장소 속 숨겨진 충돌을 짐작해보는 시간대를 향해, 관객을 안내해주기를 기대한다.
임아진은 자전적 경험으로부터 외부 장소와의 관계를 되짚어본다. 작가는 자아를 대리하는 캐릭터 ‘나비’가 홍대입구에서 홍연길로 밀려난 에피소드를 창작한다. 임아진의 기존 작품에서 나비는 금기를 어겨 낙원에서 추방된 인물로 묘사되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홍대입구 일대의 레즈비언 클럽과 술집들이 즐비한 밤거리를 오가며 느꼈던 복잡한 감정을 복기하고, 퀴어 거점을 찾아 한없이 유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캐릭터 ‘나비’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홍대입구와 가까운 홍연길로 시선을 옮겨 와, 거리를 배회한 후 지친 나비의 모습을 입체 조형으로 표현한다.
전혜수는 집을 향한 개인의 소망을 수집한 텍스트를 회화로 연장하는 작업을 진행하며, 현실의 욕망을 작가 특유의 방식을 거쳐 낭만적으로 표현해왔다. 홍연길 지역 주민의 주거지 앞 일렬로 놓인 화분을 영역 표시의 기호로 보고, 화분이 무작위로 흩어졌을 때의 상황을 상상하며 스토리를 창작하고 오브제를 제작한다. 파노라마처럼 전방위적으로 묘사된, 전혜수의 수직 형태의 회화를 감상하다보면 경사로를 올랐을 때와 같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시선이 이동한다. 회화 주변에 배치된 화분 오브제는 캔버스에 속해 있다가 돌출한듯 입체와 평면의 경계에 놓여 있다.
이지윤은 평이한 서사가 지닌 일련의 흐름에 변주를 가하는 편집 기법을 사용하며 이탈적인 상황을 영상 작업으로 전개해왔다. 작가는 일상 속 내재한 공포와 언캐니한 감각을 유발하는 것들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지윤은 안산도시자연공원에 구획된 산책로를 걸으며 잠재된 공포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는 공원, 그 안에 형성된 산책로는 변동하지 않는 공간이나, 작가는 땅을 정지되어 있기에 공포스러운 곳으로 바라본다. 홍연길의 일직선 도로와 안산을 따라 연결된 골목들, 갈림길들은 영상 내 퍼포머의 선택에 따라 조합되어 현실보다 확장된 길로 상정된다. 루프로 반복 재생되는 영상 속 미로는 무한이 야기하는 불안한 감정을 더욱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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