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박영작가공모전(BAKYOUNG THE SHIFT), ‘中庸(중용)' 展
김미현, 김정우, 단스, 서고운, 이철규, 최소영, 최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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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목표를 가진 갤러리박영의 작가 공모 전시 'BAKYOUNG THE SHIFT'(이하 SHIFT)는 올해로 8기를 맞이했다.
갤러리박영은 2023년 BAKYOUNG THE SHIFT 8기 전시의 대미를 장식할 3부 ⟪中庸 (중용) 展⟫을 선보인다. 유가(儒家) 사상의 핵심인 중용(中庸)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균형 잡힌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의 삶 역시 모순되고 양가적 가치가 공존하는 불완전한 세계이지만 그 안에서 균형을 찾고 실존적인 인간으로서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①삶과 죽음, ②물질과 정신 ③개인과 타자 (안과 밖) 이라는 대비적인 세가지 질문에 김미현, 김정우, 단스, 서고운, 이철규, 최소영, 최준원 7명의 작가들이 중용의 정신을 통해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하고, 대답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더불어 작가들마다 사용하는 다양한 재료, 기법의 시도들은 회화와 설치 등으로 다양하게 구현되어 갤러리박영의 전시장을 채울 전망이다.
작가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들의 내면과 더불어 현대 사회와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은 물음을 담아내는 본 전시를 통해 예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의미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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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 김미현, 서고운
김미현 작가는 예술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과 불안함, 모순성을 탐구하며,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애매한 경계를 작품 안에 담아낸다. 작가의 작품은 아름다움과 추함, 생명과 죽음과 같은 이분법적 가치를 동시에 내포하며, 그로테스크한 특성을 통해 감각적 혼란과 역설을 표현한다. 이는 성형 시에는 차갑지만 경화되며 따듯한 물성을 동시에 가진 시멘트, 세라믹과 같은 재료로서 표현된다. 또한 매끈한 세라믹과 대비되는 뽀족한 돌기, 미의 대명사인 비너스 두상과 연결되어 있는 또 다른 두상 같은 도상은 관객에게 언캐니(uncanny)한 경험을 선사하며 이를 통해 관객은 자신의 내면의 비정상성과 미묘한 역설을 반추하며, 현대인의 불안정한 심리와 감정 탐구의 가능성을 확장하게 된다.
서고운 작가는 ‘죽음’과 매우 밀접해 있거나 ‘삶과 죽음의 경계’ 대한 개인적 고찰을 캔버스 위에 담아낸다. 명이 있으면 암이 있고,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음에도 모두가 이를 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면, 서고운 작가는 죽음에 대한 탐구를 통해 죽음을 기억하고자 하며, 삶의 이면으로서 가장자리에서 소외되는 죽음과 같은 어두움을 처연하게 공감하고자 한다.
작가에게 삶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로운 창작 활동이며, 죽음은 곧 절필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출산을 통해 아이와 만나며 삶을 추동하는 동력으로 '생명과 사랑의 에너지’라는 절대적 가치를 경험하게 된다. 엄마이자 예술가로서 삶과 죽음에 대해, 시작과 끝에 대해, 상실과 애도에 대해,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해, 빛과 어둠에 대해, 진실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작가는 오늘도 죽음을 명징하게 그려낸다.
물질과 정신 | 김정우, 단스, 최소영
김정우 작가는 개인의 경험과 인식이 미술 작품을 해석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작품의 주요 소재인 시멘트는 건축 현장의 자재일 수도, 미술 재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미술 작품의 본질과 의식 사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작가의 평면으로서의 회화 자체에 대한 물성적 탐구는 역설적으로 이를 통해 외부 사회를 지시하는 담론으로 확장된다. 작품은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 갇혀 있음에도 빈곤한 재료를 통해 소외된 주변 문화의 대변하는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이며 시멘트에 비친 시대의 초상은 예술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김정우_ 상태변화 no.2, 패널에 시멘트와 먹, 아크릴, 수성페인트, 블랙 젯소, 163x130cm, 2023
단스_커피와 크루아상, oil on canvas, 117x91cm, 2023
단스 작가는 동화, 소설, 영화, 신화 등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작품적으로 해석한다. 이는 여러 매체에서 연상되는 몽타주의 혼합일 수도, 혹은 작가가 성장을 거부하고 영원한 현재에 살고 싶은 욕망의 끝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러한 작가의 해석은 크라카우어(S. Kracauer)의 '영상을 바라보는 주관의 의식은 유아적 과대망상 상태로 퇴행하여, 꿈과 현실 사이에서 부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하는 부분과 연결되며 이를 통해 '스냅 사진' 개념에서의 사진의 비종결성 처럼 접근 가능한 모든 현상들을 영상으로 포착하려는 욕망, 즉 “물질적 현실의 연속체”를 포괄하려는 영상의 내재된 소망의 회화적 발현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이는 결국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으로 양산된 이미지들의 가까운 장래에 모든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죽어가고 있는 현실성을 드러내며, 결국 작가가 포착해낸 여러 매체에서 가져온 이미지들은 자본주의 물적 현실의 의미 없는 표면을 기록하고, 다른 구성이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을 폭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최소영_낯선, 장지에 먹, 100x219cm, 2023
최소영 작가는 동양의 산수 안에 도시의 인공물을 차용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야기하는 사회적, 개인적 욕망, 갈등 등을 작품에 담아낸다. 특히나 작가는 도시의 상징물로서 높게 솟은 첨탑과 마천루, 아파트 등을 주 소재로 작업을 진행하여 도시의 욕망, 갈등을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한 경쟁의 생존 게임, 타인의 욕망과의 대립으로 인한 상실감과 자아 확인의 고민이 담긴 작가의 도시 풍경은 작가가 사는 사회의 유혹과 씁쓸함, 암울함, 황홀함을 나타내며, 그것의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표출한다. 또한 작가는 자연과 문명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삶에서 얻은 경험과 기억을 자연과 도시의 풍경으로 결합하는데. 수묵산형과 도시 이미지를 혼합하여 낯선 도시의 인상을 전달하며, 청먹의 색상을 사용하여 도시의 웅장함과 차가움, 흐릿하고 묘한 낯선 느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개인과 타자 (안과 밖) | 최준원, 이철규
최준원 작가는 가상 세계에서의 다양한 기호, 언어의 표현과 형태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의 특징을 포착한 뒤 변형하며 작업한다. 특히 작가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을 접해온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의 언어 사용에 영감을 받아 키보드의 한/영 배열을 바꾸어 나온 출력값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축약, 혼용, 신조어들을 작가만의 조형 언어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온라인상에서 추출해 낸 단어를 좌대에 세워 현재의 제의적 시공간에 주입함으로써 언어가 동시대에서 가진 영향력을 물화시키며 텍스트는 외부 지시성을 가지는 물자체로 확장된다. 동시에 작품은 가상의 언어와 기호가 현실을 형성하고 확장시키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의 결과물로서 현재 시제로 작성되지만, 미래 세대에 영감을 주는 역할을 바라는 진행형 시제로 남게 된다.
이철규_남겨진자들의시간, acrylic on canvas, 150×150cm, 2022
최준원_ 진짜Tlqkf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레진, 우레탄, 아크릴, 16x11x30.5cm, 2023
이철규 작가는 의자 오브제 위에 다양한 해체된 이미지들을 조합함으로써 작가만의 독특한 조형언어를 창조해낸다. 작가에게 의자란 그 의자에 앉아있던 이들의 삶의 체취를 품은 대상으로서, 그들의 시간을 상상하게 만든다. 인간의 힘겨운 삶을 의자라는 작은 공간에 완전하게 투영될 수는 없지만, 이를 파편화된 이미지들의 충돌로서 그려내는 것이다. 작가는 파편화된 사회에서 아등바등 이루어지는 상호 간 관계맺기, 그리고 그 안에서의 상처들을 분절화된 이미지를 통해 파편적으로 묘사함과 동시에 모순적이게도 봉합된 형태의 모습으로 재조합 되면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감정들에 관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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