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초대전 《마음의 모양》
11월 24일부터 12월 23일까지 부산 맥화랑
본문
담백하고 함축적인 시각 언어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김현수 작가 개인전 《마음의 모양》이 11월 24일부터 12월 23일까지 부산 맥화랑에서 진행된다. 김현수 작가는 맥화랑에서 신진, 청년작가를 발굴하고 지속적인 전시를 지원하는 의미에서 기획된 《맥화랑미술상》의 여섯 번째(2022년도) 수상자로 그간 Kiaf SEOUL, Art Busan 등 미술시장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나간 자리, 30x60cm, 장지에 과슈, 2023(사진=맥화랑)
모양은 달라도, 53x45cm, 장지에 과슈, 2023 (사진=맥화랑)
서 있는 숲, 130x97cm, 장지에 과슈, 2023(사진=맥화랑)
모양은 달라도, 53x45cm, 장지에 과슈, 2023(사진=맥화랑)
온화한 만개, 97x260cm, 장지에 과슈, 2023(사진=맥화랑)
김현수 작가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천혜의 환경인 제주에서 나고 자란 유년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재조합된 짙은 초록의 자연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세로로 길게 뻗은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서 있는 숲', 녹음이 우거진 숲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이 뻗어있는 '기다리는 숲', 추상화되고 기호화된 풍경의 ‘모양은 달라도’ 등 작가가 그려내는 서정적인 세계는 ‘풍경화’이면서 ‘풍경화’가 아니다. 김현수 작가의 풍경은 자연을 타자로 인식하고 대상화하여 사실적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을 '내면 깊은 곳의 형상들을 꺼내는 과정'이라 말한다. 그 형상들은 보통 초록의 덩어리들로 나타나는데 작가는 이것을 '제주에서 자란 나의 유년시절 자연에서 마주한 짙은 초록을 온몸으로 체득한 표상'이라 설명한다. 작가는 기억 속에 남겨진 형상들과 작가의 시선이 재조합된 장면을 화면에 옮길 뿐이다. 화면에 옮겨진 풍경이 실재하는 공간인지, 실제로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단지 내면의 형상과 기억을 재구성할 뿐이다.
1992년 생의 김현수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동양화는 서양화와 달리 밑의 색상이 그대로 비치기 때문에 배경부터 색을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형상을 완성하는데, 작가는 다양한 재료적 연구와 변화를 거듭하며 현재는 장지 위에 과슈를 사용하되, 물에 갠 과슈를 옅게 여러번 색상을 올리는 채색 방식을 통해 형태를 완성한다. 나무면 나무, 배경이면 배경, 풀이면 풀 각각을 개별적으로 채색하며 덧칠을 하다 보면 깊이 있는 색이 표현된다.
김현수 작가의 색과 형상은 상당히 함축적이다. 작가는 숲과 나뭇잎, 풀을 표현하는 초록의 계열과 땅과 나뭇가지와 기둥, 길을 표현하는 갈색 계열의 아주 제한된 색채를 사용한다. 형상을 드러내는 형태 또한 명료한데, 군더더기 없이 축약된 기호들-동그라미, 세모, 네모와 같은-이 근간이 된 집약적인 형태로 화면이 구성된다. 화면에 옮겨진 것들은 작가 내면에서 거르고 걸러진, 즉 축약되고 추상화된 어떠한 ‘것’들이다. 그렇게 걸러진 결정체들은 곧 화면 속으로 옮겨져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화려한 언변과 미사여구 가득한 말이 아니라 아주 담백하고 함축적인 단어 하나로 마음속 깊은 곳을 울리는, 그런 작업이 김현수 작가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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