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희 개인전, Towards
갤러리바톤, 5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
본문
갤러리바톤은 김보희 작가의 개인전 《Towards》를 2023년 5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 한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평단과 대중들의 비상한 관심 속에 성료 된 금호미술관(2020), 제주현대미술관(2022) 개인전이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주요작들로 구성된 전시였다면, 바톤에서의 이번 전시는 서귀포 스튜디오 주변의 자연, 반려견 레오 등 일상에서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머무르는 친밀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주제로 한 신작들로 구성된다.
구상 풍경 회화의 대가인 김보희는 동서양 회화의 전통 양식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체득 과정에서 성숙시켜 온 고유의 기법을 통해 동양화의 동시대적 확장성에 대해 탐구해 왔다. 식물, 정원, 바다와 그 주변 풍경 등 일상에서 관찰되는 자연의 미와 순수함을 채색 수묵으로 섬세하게 표현해 온 작가는, 서양화의 구도와 원근법을 수용하면서 묘사 대상의 생동감과 상호 간의 조화로움이 강조되는 동양화적 접근법의 유기적인 결합을 추구한다.
초기에 작가는 동양화의 영역 안에서 다양한 채색 수묵 기법을 시도하며 절제되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주변 인물 또는 정물의 특징을 꾸밈없이 포착하였다. 2000년대 초반에 접어들어서는 수묵 산수풍에 채색화적 기법을 적극적으로 혼용하며, 김보희식 점묘화로 불리는 회화적 풍경화를 확립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나타난 특징은 부감법(높은 곳에서 비스듬히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도)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와 풍경에 대한 평면적 해석으로, 작가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하여 전통적 동양화 형식의 확장을 시도해 왔다.
김보희는 제주도에 정착한 후 작업 세계에 일대의 전환을 이루는데, 초록과 청색이 주도하는 화면에는 비로소 다양한 열대 식물과 집 주변의 산책로, 야자수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수평선 등 자신의 삶 가운데 깊게 개입된 자연과 일상의 정경이 자리 잡게 된다. 자연의 본질적 속성을 중시한 “진경산수화”와 존 컨스터블(John Constable, 1776-1837)이 개척한 18세기 유럽 풍경화 풍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평가될 수 있는 이 시기의 작품들은, 오랫동안 작가의 기억 속에 축적된 친숙한 풍경과 이미지들의 유기적인 조합으로 특징된다.
특히, 전시장 중앙을 점유하고 있는 4점의 연작은 검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인 반려견 레오가 각각 등장하며 개별적인 서사구조를 형성하지만, 동시에 배경이 되며 서로 이어지는 풍경을 공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근경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다양한 포즈의 레오가 강조되어 묘사되어 있고 원경으로 갈수록 초록색의 농담 차이로 표현한 자연을 배치한 묘사 방식은 “산수 병풍”의 전통적인 구도와 유사함에도, 절제 되면서도 화려한 발색과 캔버스의 사용은 현대성을 담보하며 김보희식 풍경화의 형식적 외연을 확장한다.
Kim Bohie. Beyond, 2023. color on canvas, 91 x 117 cm (사진=갤러리바톤)
Kim Bohie, Leo, 2023, color on canvas, 162 x 130 cm (사진=갤러리바톤)
Kim Bohie, Leo, 2023, color on canvas, 162 x 130 cm (사진=갤러리바톤)
산방산 봉화대 옆에 뜬 보름달을 농밀하게 묘사한 Beyond (2023)는 구도와 기법 면에서, 새로운 대상을 오래 연구하고 그 본질에 대한 미적 해석과 발현에 매진해 온 작가의 구도자적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신작이다. 근대 이전 회화에서 “달”의 존재가 밤이라는 시점을 나타내거나 등장인물, 배경의 식별을 위한 광원으로 주로 쓰였다면, 이 작품에서 달은 주도적으로 화면을 점유하며 아직 해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풍경에 초현실주의적인 정경을 더 한다. 봉화대와 하단부의 세밀한 갈대숲의 묘사와는 다르게 균질하게 여러 번 덧 칠해 듯한 달의 이미지는, 그 외피가 중심으로부터 퍼져 나오려는 노란빛의 기세와 밝음을 일몰 전까지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는 듯한 생생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마치 칼더(Alexander Calder, 1898-1976))의 초창기 모빌 작품에서 화면의 한 축을 점유하며 균형추 역할을 하는 노란색의 색판(Red and Yellow Vane, 1934년작)과도 같이 이 분할된 화면 좌측 정중앙에 위치한 달은, 원근법을 거스르는 듯 고정되어 있으며 시선을 끊임없이 모으고 캔버스로 재차 분산하는 구심체로 기능한다
김보희 작가는 제주도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와 대학원에서 순수미술과를 졸업하고 2017년까지 동 대학의 교수 및 박물관 관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동 대학의 명예교수이다. 1980년부터 국내외 약 20여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금호미술관 (2020), 국립현대미술관 (2014), 경기도미술관 (2015), 서울시립미술관 (2007), 제주도립미술관(2019), 뮤지엄 산 (2016) 외 유수의 기관 전시 참여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2022년도 제주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개인전 는 50여년에 걸친 작가의 활동을 집대성하였고,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포용하는 김보희 만의 시선과 작가적 저력을 보인 전시로 평가받는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정부미술은행의 공공예술 프로그램(2022)에 첫 번째 작가로 선정되었다. 그의 대표적 회화를 재구성한 디지털 작품이 강남대로 미디어 플랫폼에서 소개되어 공공예술의 확장에도 기여한 바 있다.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등 여러 미술기관의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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