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아이슬란드-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이 전라남도 신안군 도초도에 신작 ⟪숨결의 지구⟫를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신안군이 지역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조명하기 위해 진행하는 문화예술사업의 일환으로, 주변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신안군은 1,004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한국 최대의 다도해 지역으로, 2021 년에는 신안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신안군은 이러한 자연적 자산을 바탕으로 각 섬에 하나의 미술관이나 예술작품을 설치해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어 독창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신안 예술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숨결의 지구»는 본 문화예술사업의 첫 번째 작품이다.
Installation view of Olafur Eliasson, Breathing earth sphere, 2024. © 작가, PKM 갤러리
Installation view of Olafur Eliasson, Breathing earth sphere, 2024. © 작가, PKM 갤러리
과거 화산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도초도의 독특한 지형은 이번 작품의 주요 영감이 되었다. 섬에 도착한 방문객은 나무가 우거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주변 환경을 감상할 수 있는 도초수국정원 정상에 도달한다. 정원 입구에는 팽나무를 보며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먼저 위치한다. 이어 방문객은 언덕 안에 자리한 입구를 통해 «숨결의 지구» 내부로 들어서게 된다.
이 작품은 용암석 타일로 정교하게 구성된 구(球)형 공간으로, 도초도 화산 활동의 역사를 반영한다. 붉은색, 녹색, 청록색으로 이루어진 타일의 색 배치는 공간 내에서 다차원의 입체감과 움직임을 연출하며 새로운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숨결의 지구»에는 모서리도, 지평선이나 경계의 감각도 없다. 게다가 벽, 천장, 바닥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엘리아슨은 말한다. “구의 내부에 서 있으면, 단순히,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 하단의 붉은색에서 상단의 녹색으로 변하는 타일은 대지와 토양, 식물의 푸르름과 직관적으로 맞닿아 있으며, 주변의 다면체 형상들은 흙 속의 결정체와 생명을 불어넣는 미세한 양분을 떠오르게 한다.”
엘리아슨은 빛, 물, 공기와 같은 자연의 원소를 활용해 인간 감각과 환경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해왔다. ‘신안 예술섬 프로젝트’는 그의 지속적인 자연 탐구와, 특히 이번 신작과 맞닿아 있으며, 이는 도초도의 고유한 특성과 작가의 예술적 비전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지구의 지속적인 생명력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대지와 식물, 나무, 다양한 생명체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우리를 지탱하는 땅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는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지배한다는 가정을 뒤집고, 우리가 그저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작가는 덧붙였다.
엘리아슨은 1997년부터 설치,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는 2003년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덴마크관 대표작가로 참여했고, 같은 해 런던 테이트 모던 터빈 홀에 <날씨 프로젝트>를 설치하여 2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왔다. 이후 <뉴욕 시티 워터폴스>(2008), <당신의 무지개 전경> (2011), <아이스 워치>(2014-2018)와 같은 공공미술 작품으로 관람자의 사고를 세상을 변화시키는 행동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2020년에는 어린이들이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개발한 증강현실 앱(AR) <어스 스피커>를 발표했고, 2022년에는 카타르 도하 외곽 사막의 섬세한 생태계에 주목한 거울 파빌리온의 군집 <한낮의 바다를 유영하는 그림자들>을 공개했다.
엘리아슨의 작품은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파리 루이비통 재단, 서울 리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2019년, 그는 UNDP 굿윌 기후 행동 친선대사로 임명되었고, 2023년에는 일본 황실로부터 프리미엄 임페리얼 상을 수상하며 예술의 발전과 진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베를린에 위치한 스튜디오 올라퍼 엘리아슨은 기술자, 건축가, 아키비스트, 연구원, 요리사, 미술사학자, 그리고 전문 테크니션 등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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