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 들라크루아 국립 박물관 : 들라크루아와 색상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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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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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들라크루아 국립 박물관 : 들라크루아와 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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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musée national Eugène Delacroix : Delacroix et la couleur 



자드킨 박물관을 다녀오고 생각보다 일정이 일찍 끝나서 아쉬운 마음에 어디를 또 가볼까 고민을 하던 중 들라크루아 뮤지엄을 선택하게 되었다. 나에게 오랜만에 주어진 휴일이라 스스로 ' 박물관의 날'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열심히 문화생활을 하고 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날이었다. 그래서 아침에는 루브르 박물관을 관람 했고, 점심을 먹고 자드킨 뮤지엄을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관람이 일찍 끝난 것이었다. 그런데 저녁 약속 시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 박물관의 날이라는 컨셉에 맞게 내친김에 들라크루아 뮤지엄까지 내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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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루브르 박물관 작품들 구경



자드킨 박물관에서 들라크루아 박물관까지는 걸어서도 20분 지하철 타고 15분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날이 너무 더워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왔다. 자주 거닐던 거리들이라 그런지 반가웠고 파리의 여름이 이렇게 아름다웠나를 새삼 깨닫게 된 하루였다. 한편으로는 자주 다녔던 이 거리들에 이런 미술관들이 있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에 미안함과 아쉬운 맘이 교차했다. 그런데 나와 저녁 약속이 예정되어 있던 교수님이 일부러 나를 일찍 만나기 위해 나오셔서 박물관 투어에 동행했다. 이번에 파리 학회에 참석하러 오신 교수님은 내게 이모같은 분으로 프랑스인 제자를 파리에서 같이 만나 밥도 먹었고 이후에도 파리에 계시는 동안 파리의 온갖 럭셔리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것들을 엄청 많이 사주셨다. ㅎㅎ 감사합니다 교수님 ! 이 은혜는 성공해서 갚을게요 ! ㅎㅎ (성공은 언젠간 할 테니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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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가 살던 아파트이자 스튜디오였던 국립 외젠 들라크루아 미술관은 파리에서 보기 드문 독특하고 매혹적인 박물관 공간이다. 모리스 드니, 폴 시냑, 에두아르 뷔야르, 케르-자비에 루셀 등 1920년대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들이 들라쿠아에게 경의를 표한 곳이며 1932년에 설립된 이래로 박물관의 컬렉션은 천 점이 넘는다고 한다. 그림, 드로잉, 판화, 원고 등 들라크루아의 작품들과 그를 존경하는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을 함께 모아 두었다.



외젠 들라크루아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La Liberté guidant le peuple)' 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인데 프랑스 7월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1830년에 제작되었다. 작품 속 여성은 자유를 상징하며 프랑스 국기와 총검을 양손에 들고 있는데 어린 시절엔 교과서를 통해, 파리에서는 루브르에서 엄청 많이 본 그림이다. 어린 시절 미술교과서의 추억 때문인지 한국인들에게 아주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이다.



들라크루아가 정착하기로 선택한 푸르스템베르크 광장은 파리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 중 하나이다. 이 광장은 네 그루의 큰 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밤에는 5개의 가로등 조명이 장관을 이룬다. 17세기 말 이 광장은 생제르망데프레 (Saint-Germain-des-Prés) 수도원의 앞마당이었다고 한다. 들라크루아는 두 세기 후인 1857년에 이 광장으로 이사했고 그 이후에도 건물은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보기 드문 19세기 중반의 파리 건축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곳에서는 2022년 7월 13일부터 12월 31일까지 들라크루아와 색상이라는 기획 전시가 진행중이다. 동양의 붉은색과 황토색에서 프러시안 블루와 코발트 그린에 이르기까지 흑백의 조각을 통해 들라크루아의 팔레트가 그의 아파트에서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 주제를 직접 느껴 볼 수 있다. 사실 회화의 색에 대해 이야기하면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이름이 저절로 떠오르기도 한다. 자신을 컬러리스트로 정의한 낭만주의 화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색상과 화려한 기법이 창의성의 소용돌이를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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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라크루아와 색상을 주제로 한 이 전시는 지리적으로 잘 정의되지 않은 동양의 반짝이는 색상들을 통해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주고자 한다. 들라크루아의 오리엔트(Orient)는 동시대인의 이야기와 창작물에서 영감을 받아 꿈꾸고 환상적으로 표현된 수천 가지 색상으로 우리를 몰입시키고 있다. 그로 인해 생동감 넘치는 터치는 그의 작품 속 색상들마저도 회오리바람처럼 빛나는 것 같다. 1832년 들라크루아는 모로코와 알제리를 방문하여 그림 옆에 전시된 페즈의 토기, 옷, 스케치 등 화가에게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될 물건을 가져왔다고 한다. 


이 박물관의 특이점은 들라크루아가 실제로 즐겨 거닐었던 그의 안뜰 정원을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게 개방한 것이다. 진정한 생활 팔레트인 이 자연 환경은 파리 중심부에서 고요한 순간을 제공받는 듯해 평화롭고 좋았다.


La vue de mon petit jardin et l’aspect riant de mon atelier me causent toujours un sentiment de plaisir. (Journal, 28 décembre 1857)


‘’내 작은 정원의 모습과 내 작업실의 웃는 모습은 항상 나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들라크루아의 말을 보면 이 정원의 역할이 그에게 아주 중요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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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언제나 박물관의 마지막 여정인 아트샵! 이 곳에서 나는 읽지 않을 책을 사는 나의 지적 허세를 교수님께 고백했는데, 교수님께서 혼내시기는 커녕 아주 좋은 자세라며 책들과 에코백을 선물해주셨다. 책은 있으면 언젠간 읽는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는데 교수님도 집에 읽지 않는 외국 서적이 엄청 많다는 깨알 고백까지 하셨다. ㅋㅋ 그렇게 즐거운 관람을 마치고 Les Deux Magots 라는 파리의 문학가들과 지식인 엘리트들의 만남의 장소로 명성을 얻은 카페에서 저녁 식사도 사 주셨다. 이렇게 뜻 깊은 카페에서 식사하며 나도 언젠간 이 곳을 거쳐간 프랑스의 지성인들 처럼 성장하는 날이 오겠지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 이 포스팅에 들라쿠아의 작품 사진을 조금 더 추가하기 위해 9월26일에 루브르 박물관을 다녀왔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찍고 싶었던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이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ㅠㅠ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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