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삶의 박물관 : 로맨틱 히로인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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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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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삶의 박물관 : 로맨틱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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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de la Vie romantique : Héroïnes romantiques



<뮤제 드 라 비 호멍틱> 이라니 ! 낭만적인 삶 박물관이라는 이름부터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이 박물관 내부 안뜰에 위치한 프랑스풍 카페의 사진을 많이 보았던지라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가게 되었다.  인구 밀집으로 건설 열풍이 파리를 장악했던 1820년부터 몽마르트르 언덕 근처에 저명한 건축가들이 아름다운 저택, 아파트 건물, 예술가의 스튜디오를 만든 주택 단지가 생겨났다. 그리고 이 지역에 정착한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아리 셰퍼(Ary Scheffer, 1795-1858)는 오를레앙 공작(Duke of Orléans)의 아이들을 위한 그림 교사이자 낭만주의 사조를 대표하는 작가로 성공을 다졌다고 한다. 이 박물관은 30년 동안 그의 거주지였고 이 곳에서 그는 강렬한 예술적, 정치적, 문학적 활동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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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1층에는 3개의 방이 조르주 상드(George Sand)에게 헌정되어 있다. 이 작가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그녀가 살았던 곳을 재현하고 그녀의 드로잉, 친척의 초상화, 가구, 그녀의 보석 등을 전시한다. 박물관이 조르주 상드의 기념품을 전시하는 이유는 그녀가 오를레앙 광장에서 쇼팽과 함께 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의 모습을 통해 여성 작가로서의 어려움, 귀족 출신의 부자와 평범한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격차, 교육의 중요성 "누군가가 되는 것", 또는  중매결혼까지 19세기 전체의 시대적 상황이  우리 눈앞에  나타난다.  



조르주 상드는 남성적인 옷(바지, 양복 조끼, 프록 코트, 모자)을 착용하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등 남자다운 옷차림과 행동으로 스캔들을 일으켰다. 물론 그녀의 이름 또한 필명으로 남자 이름이다. (그녀의 본명은 오로르 뒤팽(Aurore Dupin)!  전통적으로 남성만을 위해 존재하던 작가의 세계로 접근하기 위한 대담한  방법이었다. 대부분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Alfred de Musset)와  피아니스트 프레데릭 쇼팽(Frédéric Chopin)과의 로맨스로 그녀를 기억하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더 공정하고 평등한 이상적인 사회였다.  그녀는 그 시대의 여성들이 결혼이라는 굴레에 복종하지 않게 끊임없이 노력한 것인데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그녀의 사적 연애사만 기억하는 세상이라니 그녀가 지하에서 통탄할 일이다.



어쨌든 여성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던 시대에 조르주상드의 용기와 헌신은 이 시대까지 롤모델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훌륭한 여성의 컬렉션을 보고 낭만주의 여주인공이라는 전시를 보러 가려니 마음이 한편 씁쓸했다. 보통 낭만주의 여성 인물은 감정에 호소하고 연인을 찾아야 하는 매우 의존적인데다 주로 자신을 버린 남자를 질책하고, 그를 돌아보게 하고, 연인과의 재회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낭만주의 여주인공은 가부장적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단순히 여성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낭만주의 여주인공’ 회화, 조각, 필사본, 예술 작품 등 약 1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이 전시회는 대중에게 낭만주의가 재조명하거나 발명한 여주인공(과거의 여주인공, 허구의 여주인공, 무대 위의 여주인공)을 발견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순수 예술, 문학, 공연 예술, 이 3단계 여정을 통해 연결 고리를 구축하고 있다. 이 예술은 19세기에 비극적인 함축을 지닌 여성 영웅주의를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사포, 잔다르크, 줄리엣, 오필리아 등등 극적인 이야기가 잘 알려진 이 여성들을 통해 문학이나 음악에서와 마찬가지로 순수 예술에서도 낭만적인 여주인공은 사랑에 대한 강한 열정을 표현하고 그로인한  절망과 우울 그리고   죽음이 캔버스에 나타난다. Eugène Delacroix, Anne-Louis Girodet, Théodore Chassériau, Antoine-Jean Gros, Léon Cogniet, Léopold Burger 등 작가들의 작품은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직면하여 벌거벗고 체념한 여성들을 한 없이 연약하게 묘사하고 있다. 시대의 창작이 주로 남성 작가들의 작품이라면 이번 전시는 작품에서 여주인공을 그리는 19세기 여성들에게도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최근에 본 발레 공연 ‘라 바야데르 La Bayadère’의 한 장면 같이 발레 조각이 있었는데 실제로 제목이 라 바야데르였다. ㅎㅎ 인도의 무희라는 뜻인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다. 발레계의 블록버스터라고 불리는 공연인데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우니 모두들 기회가 되시면 꼭 한번 보시길 권하며 오페라 바스티유에서 커튼 콜  한 장면을 소개한다. 



이러한 작품 선택은 시대의 텍스트에 생명을 불어넣는 콘텐츠이라고 생각해서 나름 의미가 있는 전시였다. 그리고 박물관에서 나오기 전, 안뜰의 로즈 베이커리 티룸 ‘Le salon de thé Rose Bakery’에서 차 한잔을 마시고 나오는 것도 추천드린다.  파리에 잘 팔지않는 아이스커피를 파는 살롱드떼 인 만큼 꼭 가볼만 하다. ㅎㅎ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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