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카드놀이 박물관: 2023 이씨 비엔날레 - 꿈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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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Français de la Carte à Jouer : 2023 Biennale d’Issy - Le rêve a ses raisons
2023년 9월 13일~11월 12일
<프랑스 카드놀이 박물관> 의 컬렉션은 1930년 이시 레 물리노 (Issy-les-Moulineaux) 마을을 위한 특별한 기부로 시작되었다. 이 박물관은 카드 놀이의 오랜 유산과 현대성을 결합하여 독창적인 컬렉션을 자랑한다. 몇 년 전, 혼자 하는 대표적인 카드놀이 '솔리테어' 에 중독되어 하루에 열시간씩 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낭비한 전적이 있는 나에게 이 곳은 한번쯤 가보고 싶은 장소였는데 드디어 오늘 방문한 것이다.
이 곳에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수집된 11,000개 이상의 트럼프 카드 세트가 보존되어 있다. 프랑스 앙시앙 레짐 (구 체제)시절부터 혁명을 거쳐 현재까지에 이르는 다양한 카드 놀이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양한 유럽 국가들의 카드패까지 찾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중국, 인도, 일본)의 독창적인 카드도 공개한다. 게다가 때때로 카드 마술 쇼, 카드 게임 대회 같은 박물관에 맞는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니 견학코스로도 괜찮다.
그리고 현재는 제15회 이씨 비엔날레(Biennale d’Issy)가 진행중이다. 이 비엔날레는 1984년 창설되어 매 2년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과 모든 국적의 예술가에게 열려 있는 이벤트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꿈에는 이유가 있다.”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 더 템페스트(The Tempest) »의 유명한 대사 ‘’We are such stuff as dreams are made on, and our little life is rounded with a sleep (우리는 꿈을 이루는 재료이며, 우리의 작은 삶은 잠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에서 영감을 받아 선정한 것이라 한다.
동일한 주제를 회화, 도자기, 사진, 조각, 가상 현실, 매핑, 비디오 등 전통적, 현대적인 미디어로 포착하는 현대 예술가들의 시각으로 세계를 진지하고 예민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들은 우리가 잠자는 동안 사로잡힌 마음에 대한 해석과,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표현한다.
특히 한국의 모준석 작가도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했는데 선과 반투명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지어진 벽이 없는 그의 집은 타인과의 경계를 희미하게 하고 공존과 소통을 강조하는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조각가인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도 오버랩되었다. 물론 자코메티의 작품은 인간의 나약함과 쓸쓸함이 돋보이지만 그래도 걷는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자코메티의 작품에서 무언가 인생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끼기도 한다.
모 작가는 지난 여름 한국 DDP에서 진행한 NFT 전시에도 참여했는데 마침 서울에 머물 때라 직접 가서 보게 되었다. 디지털 세계에서 조각을 마주하니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끝의 경계가 허물어져 작품에 대한 몰입감이 더 깊었던 기억이 새롭다.
박물관의 뮤지엄 샵에는 역시나 카드놀이를 팔았는데 종류가 꽤나 다양했다. 박물관의 전시 공간은 건축적으로도 멋진 조형미가 있는데다 아주 쾌적해서 좋았다.
카드 놀이에 특성화된 박물관이다보니 카드 놀이에 흥미가 없는 관람객들은 다소 지루할 수도 있으나 카드를 박물관의 주요 아이템 및 주제로 삼은 발상은 아주 신선했다. 박물관이라 하면 무조건 상위 고급문화를 지향하거나 대중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을거라는 우리의 편견을 깨고 오픈마인드로 접근한 점은 높이 살만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