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택, 노만(이은혜) 2인전 《Moment》 개최
레오앤갤러리, 2026. 11. 4. - 22.
본문
레오앤갤러리는 오는 11월 4일부터 22일까지 김종택, 노만(이은혜) 두 작가의 전시 《Moment》를 개최한다.
이제 가을이 짙어지고 서서히 겨울이 다가오는 11월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순간을 경험하고, 그 순간에 머물며 추억을 만든다.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무엇이든 남기려는 마음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전시 《Moment》는 서로 다른 조형 언어를 사용하는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순간의 의미를 살펴본다. 김종택은 도자와 회화적 표현으로 자연의 한 장면을 담아내고, 노만은 반복되는 형상과 빛을 머금은 표면을 공간에 펼쳐 놓는다. 서로 다른 형식과 재료를 사용하지만, 일상의 감각을 환기하고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두 작가의 작업은 만난다.


김종택 - 담다, 116.8 x 91.0, watercolor on paper, 2026

노만, 아침이 오는 풍경, 석고, 탄화규소, 가변설치, 2024
김종택의 작품에서 순간은 하나의 풍경으로 머문다. 백자의 둥근 몸체 위로 푸른 나뭇가지가 뻗고, 그 위에 새가 앉아 있다. 절제된 청화의 선과 번짐, 넉넉한 여백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고요한 시간을 만들어 낸다.
도자의 은은함 위에 현대적인 감각의 한국화를 입힌 작품은 자연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소한 존재와 장면을 오래 바라볼 때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흙과 불을 거쳐 완성된 도자 위에 머무는 생명의 장면은 사라지는 시간과 남겨지는 형상의 관계를 조용히 드러낸다.
반면 노만의 설치작품 ‘아침이 오는 풍경’은 순간을 하나의 장면에 고정하기보다 공간 전체로 확장한다. 일정한 형태로 반복되는 삼각형들은 지면 위의 작은 봉우리이자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풍경처럼 다가온다.
석고의 담백하고 무광적인 표면과 탄화규소의 반짝이는 질감은 서로 다른 감각을 만들어 내며, 관람자의 시선과 위치에 따라 작품의 인상도 달라진다. 반복되는 형상 속에서도 빛과 그림자, 거리와 깊이는 매번 새로운 장면을 형성한다. 아침이 온다는 것은 단순히 어둠이 걷히는 일이 아니라, 익숙한 세계가 새로운 모습으로 드러나는 과정일 수 있다.
두 작가의 작품 사이에서 순간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험된다. 김종택의 풍경이 시선을 한곳에 머물게 한다면, 노만의 설치는 시선을 움직이며 공간을 감각하게 한다. 하나는 그릇 안에 자연의 시간을 품고, 다른 하나는 반복되는 조형 요소를 통해 시간의 변화를 공간에 펼쳐 놓는다. 정지와 움직임, 응시와 이동이라는 서로 다른 감각은 하나의 전시 안에서 교차한다.
이 전시에서 순간은 반드시 극적이거나 특별한 사건일 필요가 없다. 새가 가지에 머무는 찰나일 수도 있고, 빛이 표면에 닿아 반짝이는 순간일 수도 있다. 작품 앞에 선 관람자가 자신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깨닫는 때일 수도 있다. 순간은 작품과 공간, 빛과 시선이 만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한다.
《Moment》는 관람객에게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잠시 멈추고 바라보며 자신의 감각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살펴보도록 권한다. 익숙한 풍경을 다시 보고, 반복되는 형상 사이에서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며, 변함없어 보이는 공간에서 새로운 느낌을 경험하는 것. 그 작은 변화가 우리가 세계를 만나는 방식을 바꾼다.
순간은 흘러가지만,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두 작가가 만들어 내는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관람객은 자신만의 순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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