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갤러리 서울은 8월 31일부터 10월 17일까지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우마 라시드(Umar Rashid)의 개인전 《The Epoch of Totalitarianism IV. The Slow Motion Chaos of Bread and Circuses》를 개최한다. 실제 역사와 허구, 고대 신화와 현대 대중문화를 교차시키며 자신만의 ‘대안적 역사(Alternative History)’를 구축해 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즐거움과 소비, 권력과 통제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이어가고 있는 총 12개의 이야기 가운데 네 번째 장에 해당한다.
The Battle of Spring break. Cancun, 2026, Acrylic and ink on canvas, 183 x 213 cm ⓒ 작가, 리안갤러리
The Danubian Disruption, 2026, Acrylic and ink on canvas, 183 x 183 cm ⓒ 작가, 리안갤러리
The Evian Incident, 2026, Acrylic and ink on canvas, 183 x 213 cm ⓒ 작가, 리안갤러리
우마 라시드 전시 전경 ⓒ 작가, 리안갤러리
우마 라시드 전시 전경 ⓒ 작가, 리안갤러리
작가는 2000년대 초부터 20여 년에 걸쳐 가상의 제국과 국가, 인물과 사건이 이어지는 방대한 세계를 구축해 왔다. 유머러스한 상상에서 출발한 이 세계는 실제 역사에 대한 참조와 작가의 상상이 중첩되며 하나의 복합적인 역사로 확장되었다. 극작가인 아버지의 영향 아래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려온 작가는 스스로를 무엇보다 먼저 ‘스토리텔러(storyteller)’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야기를 먼저 구축한 뒤 이를 회화와 오브제, 설치의 형태로 발전시킨다. 또한 실제 역사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허구의 인물과 사건을 더해 새로운 서사를 만들고, 공식적인 역사에서 지워지거나 주변부로 밀려난 존재들을 자신의 세계 안으로 불러들인다.
채색 필사본과 세밀화, 우키요에 등 다양한 시각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작가의 화면은 평면적인 색면과 선명한 윤곽, 단순화된 인물과 사물, 문자와 기호가 결합된 특유의 회화 언어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의 이미지가 한 화면 안에서 충돌하고 겹쳐지며, 실제 역사와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이전 작업에서 전쟁과 정복의 순간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루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관광과 스포츠, 브랜드와 엔터테인먼트 등 사람들이 즐기고 소비하는 일상의 문화로 시선을 확장한다. 관광지와 휴양지, 놀이공원처럼 평화롭고 익숙한 장소는 작품 속에서 신화와 역사, 가상의 사건이 교차하는 무대로 변모한다. 즐거움과 폭력, 휴식과 통제라는 상반된 개념은 하나의 화면 안에서 교차하며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긴장을 형성한다. 작가는 여기에 유머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더해 관객이 전쟁과 권력 같은 무거운 주제에 보다 자연스럽게 접근하도록 한다.
전시장 1층 중앙에는 고대 바빌론의 이슈타르 게이트(Ishtar Gate)를 작가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설치가 자리하며, 관객을 작가가 구축한 허구와 역사의 세계로 이끄는 경계처럼 기능한다. 신작 〈Incident Report: The Danubian Disruption〉(2026)은 평화로운 다뉴브강변의 피크닉을 신화적 존재와 반군이 개입하는 사건의 현장으로 전환한다. ‘Incident Report’ 형식의 긴 제목은 이미 벌어진 사건을 한 공식적인 인물이 기록한 문서처럼 구성되며, 화면 속 인물과 장소에 구체적인 서사를 부여한다.
지하 1층에서는 케이프와 의복 형태의 섬유 작업, 대형 회화가 함께 전시되며 작가의 세계가 캔버스를 넘어 실제 공간으로 확장된다. 칸쿤의 휴양지와 코니아일랜드의 놀이공원처럼 즐거움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 역시 신화적 존재와 역사적 갈등,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개입하는 무대로 변화한다.
작가는 인간이 과거를 잊고 유사한 욕망과 갈등을 반복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역사를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의식과 삶을 계속해서 형성하는 살아 있는 구조로 바라본다. 이번 전시는 20여 년간 이어온 가상의 역사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우리가 자연스럽게 즐기고 소비하는 이미지와 문화 속에 어떤 권력과 영향력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난 우마 라시드(Umar Rashid)는 현재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유럽 제국주의의 역사를 재고하며, 구조적 폭력과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함께 다룬다.
라시드의 작품은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허드슨 리버 미술관(Hudson River Museum), 네바다 미술관(Nevada Museum of Art), 산타바바라 미술관(Santa Barbara Museum of Art), 워즈워스 아테네움 미술관(Wadsworth Atheneum Museum of Art),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미술관(Zeitz MOCAA) 등 다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또한 MoMA PS1, 도르드레흐트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해머 미술관과 헌팅턴 라이브러리 등에서 열린 전시에 참여하며 국제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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