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사라지는 자연과 도시를 '얼어붙은 아카이브'로 기록하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개념예술가 성서(Sung Suh)가 오는 8월 5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KCDF Gallery에서 제11회 개인전 《Frozenism: The Frozen Archive(프로즌이즘: 얼어붙은 아카이브)》를 개최한다.
성서 개인전 《Frozenism: The Frozen Archive》 포스터
Frozenism_3_1_Event_L5 ⓒ 작가, KCDF Gallery,
Frozenism_3_1_Event2_L5 ⓒ 작가, KCDF Gallery,
이번 전시는 '우리가 잃기로 선택한 세계의 아카이브(An Archive of a World We Chose to Lose)'라는 부제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해 급속히 사라져가는 자연과 도시, 생태계를 기록하는 개념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과거를 회고하는 전시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환경 변화와 생태계의 붕괴를 '현재형 기록'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시는 빙하의 후퇴, 해안선 침식, 산불로 사라지는 숲, 백화현상이 진행되는 산호초, 멸종위기 생물,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는 도시 등 지구가 직면한 환경 위기를 예술적 언어로 풀어낸다. 작가는 과학적 사실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인류가 이미 알고 있음에도 반복하고 있는 선택과 책임의 문제를 질문한다.
성서는 자신이 오랫동안 발전시켜 온 개념예술 프레임워크 'Frozenism'을 기반으로 레진과 아크릴, 에폭시 등 투명한 재료를 활용해 얼음을 연상시키는 조각적 아카이브를 구축한다. 사라져가는 자연 풍경과 멸종위기 생명, 위기에 놓인 도시의 사진들은 여러 겹의 투명한 층 속에 봉인되며, 이미지들은 중첩과 흐려짐, 균열과 소멸의 과정을 통해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기억을 시각화한다.
작품 속에 나타나는 기포와 균열, 흐르는 질감과 변화하는 투명성은 단순한 조형적 효과가 아니라 시간을 저장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사라지는 얼음의 속성을 은유한다. 이를 통해 보존과 소멸, 기억과 망각이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각적 아카이브를 제안한다.
전시는 네 개의 연작으로 구성된다. 〈Frozen Landscape〉는 빙하와 숲, 습지, 산호초 등 사라져가는 자연을 기록하며, 〈Sinking Cities〉는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는 도시를 투명한 층 아래 가라앉는 풍경으로 담아낸다. 〈Last Habitat〉는 멸종위기 생명과 무너져가는 서식지를 조명하고, 〈Future Fossils〉는 오늘의 세계를 미래 세대가 발견하게 될 '미래의 화석'으로 상상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단순한 환경 재난의 기록이 아닌 인간 사회가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역설을 성찰하는 장으로 제시한다. 우리는 무엇이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인지 알고 있음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으며, 전시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예술이 공동의 기억과 책임을 기록하는 살아있는 아카이브가 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
성서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개념예술가이자 사회참여 예술가이며, Frozenism 개념예술 프레임워크의 창시자이다.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와 홍익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사진·조각·설치·영상·퍼포먼스·시각커뮤니케이션을 아우르는 다학제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10년 시카고예술대학교 졸업 프로젝트 'Frozen'에서 출발한 Frozenism은 'Time Alive'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시간과 기억, 보존과 소멸, 변형의 과정을 탐구하는 독자적인 개념예술 방법론으로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 도시 변화 등 동시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기록하는 예술적 프레임워크로 확장되고 있다.
작가는 뉴욕, 시카고, 보스턴, 서울, 독일, 벨기에, 홍콩 등에서 10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국제 그룹전 및 큐레토리얼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홍콩 Art Central을 비롯한 국제 전시에 참여했다. 또한 Fred A. Hillbruner Artists, IPA International Photography, CLIO, IDEA IDSA, Red Dot 등 국제 기관과 디자인·사진 분야의 다양한 시상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작품은 The Henry Ford Museum을 비롯해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Library, Joan M. Flaxman Library 등 공공 및 교육기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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