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엠갤러리는 2025년 7월 17일부터 8월 7일까지 이상균, 전영주 작가의 2인전 <Tremor & Gaze>를 개최한다. 두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구축해온 회화적 언어를 통해 물성과 감각를 탐색하며, 회화적 언어를 통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Tremor’와 ‘Gaze’는 두 작가의 조형 개념과 회화를 통해 서로 다른 감각과 시선을 제시한다.
전영주, Albert, Oil on canvas, 193.9 x 130.3cm, 2025 © 작가, 히든엠갤러리

이상균, 교좌(Bridge Seat), Alkyd, wax, ink line, oil on canvas, 116.8 × 80.3cm, 2025 © 작가, 히든엠갤러리
이상균은 거대한 건축 구조물의 규모, 다듬어지지 않은 외형, 물리적 감각에 주목한다. 작가는 직 접 마주한 구조물의 압력과 중력,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재료의 저항을 감각적으로 포착하 며, 회화 안에서의 물성과 시간성을 조형 언어로 구축해간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먹줄은 건축 현 장에서 직선을 긋기 위한 도구이지만, 작가는 충돌과 떨림의 흔적을 화면 위에 남기는 회화적 도 구로 삼는다. 줄에 먹물을 머금게 한 뒤 바탕에 튕겨내며 발생하는 선은 예측 불가능한 흔들림을 지닌 채, 대상이 가진 힘과 균형, 긴장감을 주는 조형 요소로 작동한다.
최근 그는 색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며 티타늄 화이트색을 주로 사용하여 작업하고 있다. 작품 의 색은 줄어들었지만 작가가 만들어낸 두터운 표현이 오히려 도드라지는 화면을 형성한다. 하얗 고 중성적인 바탕 위를 가로지르는 먹선을 기준으로 접착된 흰색 물감의 두께와 각도를 조절하고 질감의 차이를 만든다. 직선적이고 두툼한 물질의 표현은 대형 구조물이 구축될 때 필요한 인공 의 힘을 의식하며 작가가 정착한 방법이다. 건설 현장 내부에 직접 들어가 남긴 기록과 기억 속 구조물에 대한 경험은 먹선을 따라 만들어진다.
작가는 대상과 표현기법 자체를 동일시하는 태도가 반영되어 현재의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이러한 물질의 형상은 붓질을 통한 재현과는 거리가 멀지만, 물질을 다루는 방식과 태도는 대상 으로부터 가까워진다. 대상이 상기되는 그리기 방식과 색의 선택은 그에게 통제된 자율성을 부여 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잊지 않게끔 한다.
전영주 작가는 익숙한 일상의 사물과 장면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작가만의 회화적 언어로 재구성 한다. 작가는 여러 시점으로 촬영된 사진과 사소한 이미지의 파편들을 수집하고, 이를 해체하고 조합해 새로운 시각적 질서를 구축한다. 이때 핵심이 되는 감각은 ‘요철’이다. 요철은 이미지나 재 료, 구성 안에서 작가가 마주한 미묘한 마찰의 지점이며, 평면과 입체, 구조와 내용, 매체와 회화 의 경계를 만드는 요소가 된다. 이러한 '요철'에는 작가가 발견하는 이미지, 혹은 사용하는 매체에 매체에서 거슬리는 요소가 포함된다. 여기서 요철은 각각의 매체에서 다르게 작동한다. 평범한 장 면이 가지는 긴장감이나 외부에서 발견하는 물감의 텍스처, 천의 결, 캔버스 틀의 두께 등 물리적 요소에서 찾는 물리적 요철이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일상적 장면에서 마찰을 일으키는 평면 작 업과, 평면 작업에서 거슬리는 물성을 입체 매체의 방식인 캐스팅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전개한다.
작가는 본인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다시 재구축하기 위해 대상의 가장 단순한 차원인 여러 각도로 찍힌 2차원의 사진과 사건들을 대량으로 수집해 펼쳐본다. 주목받지 못해 종종 낯섦과 기이함을 품은 이미지들과 잃어버린 조각을 모아 하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조각난 마주침과 붓질이 모여 도상이 되는 과정은 추상에서부터 구상을 끌어오는 일과 같다. 그림을 눕혀 그리면 캔버스를 평 행하게 세워둘 때와는 달리 화면을 수직으로 마주하며, 대각선으로 떨어지는 시선으로 그리는 과 정을 거친다. 일부러 왜곡된 상태로 마주하고 온전히 볼 수 없는 이미지를 예측하며 그려나간다. 이는 작품의 일부분을 이루는 스트로크도 마찬가지며, 능숙함을 통해 우연적 효과의 모양을 미리 가늠해야만 한다. 작품의 최소 단위를 이루는 붓질은 파편화된 조각으로서, 구상적 도상을 향해 기워 맞추는 ‘패치워크’가 되어간다. 붓질 하나하나는 추상적 형태로의 가능성을 머금고 있다. 결 핍을 보완하듯 파편들을 수집하고, 그 조각들을 맞춘다.
이는 회화 바깥의 물질성에도 주목한다. 캔버스 천의 결, 틀의 두께, 물감의 텍스처와 같은 물리 적 요소들은 시각적 구성의 일부로 작용하며, 회화가 단순한 이미지의 총합이 아닌 물질성과 구 조의 결합체임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가 각기 다른 조형적 접근을 통해 ‘그리는 행위’의 본질을 되묻고, 회화가 감각과 세계를 다시 매만지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이상균이 힘과 중력의 흔들림을 통해 회화적 표면을 구축한다면, 전영주는 이미지의 파편과 물질의 마찰을 통해 회화의 구조를 재편한다. 이들의 작품은 익숙한 시선을 낯설게 만들며, 회화가 지닌 물리적 표면과 감각적 깊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열어준다.
히든엠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자들이 회화의 다층적 가능성과 감각의 확장에 대해 사유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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