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 아크앤젤(Cory Arcangel)의 국내 첫 개인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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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 아크앤젤, 당신의 관심사(Related to Your Interests), 2020. ( 사진=타데우스 로팍 서울)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오는 6월 21일부터 7월 29일까지 미국 태생의 예술가 코리 아크앤젤의 국내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기술 기반 예술의 선구자인 아크앤젤은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영역, 그리고 세계적 맥락에서 이미지와 상품이 어떻게 순환되는지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알루미늄 작품과 영상, 퍼포먼스, 그리고 벽지 작업까지 아울러 선보임으로써 그의 방대한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2020년, 아크앤젤은 머신 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일종의 가십이나 이야깃거리를 담은 낚시성 링크를 수집하는 봇(bot, 특정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프로그래밍하였다. 작가가 표현하길 마치 두 개의 다른 웹사이트를 직조하듯 기사들을 오가는’ 봇은 다양한 기사들로부터 주요 단어를 채집하여 구글로 전송 및 이미지 검색을 실행시킨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수집된 이미지들은 각각의 슬라이드쇼로 생성되고, 이들은 다시 무작위로 선별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텍스트들을 읽는 자동 음성과 결합되며 하나의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렇듯 작가의 개입없이 오로지 봇에 의해 만들어진 영상들은 다시 봇에 의해 유튜브에 업로드되었고, 해당 프로젝트는 2020년부터 2021년 말까지 진행되었다.
Cory Arcangel, ~3.2022.057~2x1.2~E6, 2022.
금 양극 산화 처리된 알루미늄 (BWB-Bausilber 2 E6).
200 x 120 cm (78.74 x 47.24 in).
사진: Stefan Alternburgher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싱글 채널 영상 ⟨당신의 관심사(Related to Your Interests)⟩는 위 프로젝트를 통해 생성된 800 여 개의 영상들을 조합한 작품이다. 연예계 가십이나 대중문화 트렌드, 뉴스, 그리고 관련 이미지들이 한 데 뒤섞인 이 작품은 무려 2주 동안 재생될 수 있는 정도의 길이로, 해독 불가한 정체불명의 기이한 혼합체로 자리한다. 전시장을 점유하는 영상의 오디오는 전시의 감각적 배경으로써 기능할 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 속에서 ‘개인과 알고리즘이 융합’됨을 목도한 작가의 견해를 내비치는 장치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날의 유명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및 공급망이
모두 연결되어 있고, 또 인터넷과 현실 세계(IRL junk space)
속에서 부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디다스의 ‘삼선’이
인스타그램으로부터, 아니 당장 문밖의 현실 세계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겠는가?
— 코리 아크앤젤
아크앤젤은 지난 15년간 레저 의류에서 보이는 이미지나 도상들을 자신의 작품 전반에 활용함으로써, 상품과 이미지가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해왔다. ⟨알루스(Alus)⟩(2 02 2-2 3) 는 작가가 최근 몰두하고 있는 연작으로, 레이저 로봇 절단기를 사용하여 얇은 알루미늄 패널에 추상적인 모양을 오려내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작가는 그의 스튜디오 바닥에 운동복을 깔아 놓고 핸드폰으로 촬영한 뒤 이를 자르거나 확대해 일련의 선이나 곡선, 혹은 문자가 담긴 모양으로 만들어 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는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대표도상들을 얼핏 낯선 모양으로 변환시키며, 패스트 패션을 추상 회화의 시각적 영역으로 끌어들이고자 한다
끊임없이 기술을 실험하고 새로운 재료를 모색한 끝에 완성된 ⟨알루스⟩에는 작가가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초’라 여기는 자원과 에너지에 대한 고찰이 여실히 담겨 있다. 2015년 아크앤젤은 뉴욕에서 스타방에르로 거처를 옮겼는데, 당시 이 지역은 노르웨이의 석유 산업 중심지였을 뿐 아니라, 지역의 저렴하고 풍부한 자원으로 스칸디나비아는 고강도 알루미늄의 생산지로 부상하고 있었다. 작가는 ‘사방에 둘러싸인, 만연한’ 산업 환경 덕분에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제작 방식을 활용하기로 결심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제작된 것이 바로 레이저 절단 방식의 작품 ⟨알루스⟩이다. ‘애플’ 사의 제품 생산 라인을 따르듯, ⟨알루스⟩는 원(原) 알루미늄, 분말 코팅 알루미늄, 그리고 금속 알루미늄, 총 세 개의 작품군으로 나뉘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금속 양극산화 처리된 알루미늄은 그 중 ‘고급 라인에 해당하는 작품군’이라고 덧붙였다.
아크앤젤은 전시장 유리 출입구에 포스트잇을 붙임으로써 다시 한번 ‘애플’ 사를 참조한다.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건립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대 기술 회사, ‘애플’의 신사옥에서 발생한 사건을 인용한 것으로, 당시 전면이 유리로 지어진 건물로 인해 사람들의 부상이 속속히 이어지고 있었다. 이를 더는 방치할 수 없었던 몇몇의 애플 직원들은 익명으로 유리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다녔고, 이 일화가 ‘애플’과 관련된 소식을 싣는 온라인 매체인 ‘9to5mac’을 통해 기사화되었다. 이로부터 기인한 그의 퍼포먼스 ⟨9to5mac⟩은 작가 특유의 유머 감각이 더욱 돋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편, 메가 요트 ‘라이언하트(Lionheart)’의 이미지가 전시장 벽을 가로질러 부착되어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메가 요트들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작가의 연작 ⟨플라잉 폭스(Flying Foxes)⟩의 연장으로 타데우스 로팍 서울 공간에 맞춰 새로이 제작되었다. 본 전시의 개념적 토대를 제공하는 ⟨라이언하트(LIØNHEART)⟩는 작가가 직접 촬영한 메가 요트의 이미지를 실물 크기로 인쇄하되 아주 단편적인 부분만을 보여준다. 이를 마주한 관람객은 거대한 요트의 그 크기를 새삼 실감하고 압도당하게 된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알루스⟩와 나란히 병치된 요트는 세계적 자원과 부의 계층적 분배를 상징하는 도상으로 기능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보자면, 한쪽 끝에는 땅 속으로부터 발굴해 엄청난 에너지를 들여 만든 알루미늄이 있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메가 요트 위에 떠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 사회 스펙트럼의 국면을 통틀어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미국 뉴욕주 버팔로 출신인 아크앤젤은 현재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 거주하며 작업한다. 2004년 개최된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Whitney Biennial)에서 작품을 전시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 작가는 이후 2011년 개인전 ⟪P ro To o l s⟫를 선보이며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 이후로 휘트니 미술관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최연소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또한, 아크앤젤과 올리아 리아리나 (Olia Lialina)가 협업한 전시 ⟪Asymmetrical Response⟫가 2016 년과 2017년에 걸쳐 밴쿠버 웨스턴 프론트(Western Front), 뉴욕 더 키친(The Kitchen) 그리고 이비자 아트 프로젝트(Art Projects)를 순회하며 호평을 얻기도 하다.
이외에도 작가는 선덜랜드 북부 현대 미술관(Northern Gallery for Contemporary Art, 2023), 함부르크 쿤스트페어라인 (Kunstverein in Hamburg, 2022), 상하이 Cc 파운데이션(Cc Foundation, 2019), 베르가모 근현대미술관(Galleria d‘Arte Moderna e Contemporanea di Bergamo, 2015), 레이캬비크 미술관(Reykjavík Art Museum, 2015), 덴마크 헤닝 현대미술관 (Herning Museum of Contemporary Art, 2014), 몬트리올 PHI 현대미술재단(Phi Foundation for Contemporary Art, 2013), 피츠버그 카네기 미술관(Carnegie Museum of Art, 2012), 런던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re, 2011), 베를린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Nationalgalerie, Hamburger Bahnhof, 2010), 마이애미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Miami, 2010), 취리히 미그로스 현대미술관(Migros Museum für Gegenwartskunst, 2005)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아크앤젤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중인 단체전 ⟪게임사회⟫에 참가한다.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게임이 미친 영향과 그 접점을 살펴보는 전시로 작가는 예술가 집단 페이퍼 라드(Paper Rad)와 협업한 초기작 ⟨수퍼 마리오 무비(Super Mario Movie)⟩(2005)와 대표작 ⟨/roʊˈdeɪoʊ/ Let’s Play: HOLLYWOOD 2021-06-08T22:58:00+02:00 11082⟩(2021) 를 선보이고 있으며, 전시는 오는 9월 10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