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하임박(Adam Himebauch) 개인전 《HERE COMES THE TWISTER》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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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는 뉴욕 맨해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담 하임박(Adam Himebauch, b. 1983)의 개인전《HERE COMES THE TWISTER》를 개최한다.
2011년 미국 위스콘신에서 뉴욕 로어 이스트 사이드(LES, Lower east side)로 이주한 하임박은 쎄송&베네티에(Ceysson & Bénétièr, 뉴욕, 코에리히, 파리, 리옹, 제네바, 생테티엔), 알버츠 벤다(Albertz Benda, 뉴욕, 로스앤젤레스),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 뉴욕, 로스앤젤레스, 런던, 홍콩, 파리)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 외에도 그의 작품과 행보는 2023년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와 2015년 롤링 스톤(Rolling Stone Magazine)에서 특집 기사로 다뤄졌으며,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 ons) 및 나이키(Nike)와 예술 협업을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다. 본 전시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하임박의 개인전으로,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에서 비롯된 내면의 세계를 그려낸 8점의 신작을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Purple Land, 2024, Acrylic and spray enamel on canvas, 152.4 x 251.4 cm.(사진=가나아트)
Over The Rainbow, 2024, Acrylic, wax pastel, spray enamel on canvas, 150 x 244 cm.(사진=가나아트)
Gone With The Wind, 2024, Acrylic and spray enamel on canvas, 150 x 241 cm.(사진=가나아트)
We’re Going to Graceland, 2024, Acrylic, wax pastel, spray enamel on canvas, 150 x 244 cm.(사진=가나아트)
아담 하임박은 회화, 행위예술, 거리예술,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것은 물론, 지난 14년간 다양한 페르소나를 이용해 활동해 왔다. 각각의 페르소나마다 다른 조형 언어를 사용하는가 하면, 작품의 주제적 특성도 그에 따라 변한다. 하임박은 2011년 '행크시(Hanksy)'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면서 뉴욕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가명 '행크시'는 영국의 유명 거리 예술가인 뱅크시(Banksy)의 작품을 재현한 그림 위에 배우 톰 행크스(Tom Hanks, b. 1956)의 얼굴을 얹은 풍자적인 그라피티를 선보이며 탄생하였다. 그는 6년간 뉴욕 곳곳에 스텐실 기법을 이용한 벽화로 미국의 정치와 대중문화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며 이후 뉴욕 시내 곳곳에는 그의 그라피티를 복제한 포스터가 여기저기 부착되기도 했다.
행크시 이후 작가는 또 다른 가상의 페르소나를 창조했다. 그는 1970-80년대에 활발히 활동했던 저명한 예술가의 페르소나를 설정하여 허구의 내러티브를 직조하는 것은 물론, 과거와 현재, 현실과 가상을 뒤섞어 진짜와 가짜가 구분되지 않는 세계를 구현한다. 작가는 2021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소셜미디어, 전시, 퍼포먼스에서 가상의 자아만을 노출시켰다. 예술가로서의 자아와 일상 속의 자아 모두 그가 만든 가상의 정체성에 위탁하며, 그는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의 경계를 시험하고자 했다. 하임박의 인스타그램 계정(@adamhimebauchllc)에는 허구의 다큐멘터리, 출판된 적 없는 책, 허위 광고 등이 개제 되어있으며, 작가는 이를 통해 6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저명한 예술가의 자아를 세심하게 조각한다. 이를테면, 작가의 소셜미디어에선 1983년생인 그가 여덟 살이 되던 해인 1991년 뉴욕 현대 미술관(MoMA, 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가졌던 개인전 사진과, 198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 진행된 그의 회고전 포스터와 같은 허구의 것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탈 진실(Post truth)1 시대에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은 꽤 익숙해진 방식이다. 일례로, 제프 쿤스(Jeff Koons, b. 1955) 역시 자신을 ‘조작된 유명인’처럼 설정한 광고 《예술 광고 포트폴리오 (Art Ad Portfolio)》(1988-1989)를 제작하여 아츠 매거진 (Arts Magazine), 아트포럼(Artforum),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 그리고 플래시 아트(Flash Art)에 광고를 싣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하임박은 허구를 만들어 내는 작업을 선보임과 동시에 자신이 설정한 내러티브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내고,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정보를 심문하는 등 유의미한 질문을 이끌어 낸다. 작가의 명성과 나이에 따른 작품의 진정성과 관람객의 태도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무엇이 거짓을 사실로 믿게 만들었는가? 하임박의 거짓이 당신을 불편하게 한다면, 무엇 때문인가? 그리고 이 모든 질문 너머에는 ‘아담 하임박은 누구인가? ’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작가는 프로젝트부터 본명을 사용하였으며, 그의 회화 작품들은 모두 작가가 그린 창작물이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에서 하임박은 여전히 다른 자아를 연기하며, 가상의 존재에 기대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그가 선보이는 '아담 하임박'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작가의 유년 시절에서 시작되어 그의 내면에 집중한다. 하임박은 ‘토네이도의 골목(Tornado Alley)’이라 불리는 미국 중부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잦은 토네이도 경보와 위협, 그리고 폭풍이 불기 시작하면 지하실로 피신하곤 했던 어린 날의 기억은 작가에게 안전에 대한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의 트라우마를 담은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창틀처럼 보이는 수직선들과, 휘몰아치는 바람 속 혼란스러운 마을의 풍경이다. 붉은빛 하늘, 휘날리는 나뭇잎들은 토네이도가 들이닥치고 있음을 암시하며, 불길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실제 창틀과 비슷한 크기인 2미터가 넘는 대형 캔버스는 관람자로 하여금 창밖으로 다가오는 토네이도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화면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는 하임박이 직접 겪었던 재해의 재현일 뿐만 아니라 그가 집 안에서 창문을 바라보며 느꼈던 위험과 비극, 도처에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토네이도에 대한 은유로 볼 수 있다.
특히 본 전시의 출품작들은 토네이도가 지나간 진행 상황을 시간순으로 보여주며, 마지막 순서의 작품인 (2024)는 소용돌이가 지나간 뒤의 평화로운 밤의 풍경을 표현했다. 해당 작품은 유일하게 창틀의 묘사가 없으며, 이는 토네이도가 지나간 자리에 건물이 날아가거나 떨어져 나간 후 평화를 되찾은 풍경을 기록한 것이다. “이 주제에 맞춰 작업하는 것은 내가 자라면서 겪었던 혼란스러운 상황들과 그 트라우마를 소화하는 방식입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업은 예술을 창조해 내는 창작 활동을 넘어선 자기 치유의 과정이다. 본 전시의 제목에 등장하는 ‘트위스터(TWISTER)’는 토네이도의 동의어이며, ‘오즈의 마법사’2에서 도로시가 모험을 떠나게 하는 촉매제 역할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 14년간 하나의 양식에 뿌리내리지 않고 늘 새로운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다양한 질문을 건네는 하임박은 이제 토네이도와 함께 과거의 자신으로 회귀한다. 본 전시가 실재하는 ‘아담 하임박’의 정체성을 선보이는 새로운 여정에 동반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