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송·전현아 부녀, 연극 '더 파더'로 감동 선사... 치매라는 주제를 넘어"
오는 11월 15일부터 12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에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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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 창작집단 스튜디오반(대표, 연출 이강선)이 전무송 주연의 연극 ‘더 파더(The Father)’를 오는 11월 15일부터 12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에 올린다.
지난 해, 실제 부녀 관계인 배우 전무송과 그의 딸 배우 전현아가 극중 부녀로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연극 ‘더 파더(The Father)’는 전년의 호평에 힘입어 올해에도 같은 극장, 같은 배우로 관객을 만나게 되었다.
2023년공연사진 ⓒ스튜디오 쉼표
연극 ‘더 파더(The Father)’는 자신의 시간과 기억으로부터 유리되는 치매 환자의 모습을 정교하게 그려낸 프랑스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의 작품으로, 2012년 초연 이후 프랑스 최고 연극상인 몰리에르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극장가를 넘어 런던,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사로잡은 연극이 되었다.
치매라는 보편적 고통의 예술적 통찰과 묘사를 이뤄낸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는 이후 이 연극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영화화에 나섰으며,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 ‘The Father’로 2021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에서 수상했다. 젤레르 감독은 자신의 희곡을 영화로 재해석하며, 인간의 기억과 자아 상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시청각적 방식으로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인공 아버지 앙드레는 겉으로는 단순한 늙은이처럼 보여도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내면에 수많은 인격을 품고 있는 복합적인 성격의 인물이다. 시계(시간)에 대한 강박증을 보이는 아버지 캐릭터는 고집스럽고, 변덕스럽고, 사납고, 격분하고, 낙담하고, 농담도 잘하고 유머가 있으며, 장난기도 있고, 그야말로 대조적인 여러 면을 보여주는 사랑스러운 존재다.
그런 그가 자기 딸 안느, 간병인, 간호사도 혼돈하고,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도 혼돈하고, 날짜도 잊고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헤맨다. 자기 자신도 잊어버리고, 울면서 엄마를 찾으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불쌍한 아이 같은 존재로 변해 간다.
작가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이 노인의 점진적인 퇴화 과정과, 그와 그의 가족이 겪는 혼란, 기억상실로 이어가는 소통부재를 멜로 드라마식으로 비장미 없이 그냥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번역가 임혜경)
연기 경력 60년의 전무송과 30년의 전현아 부녀의 연기를 무대에서 다시 만나는 것은 특별한 선물을 선사받는 것 만큼이나 설레는 경험이다.
자신의 기억으로부터 배제되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앙드레’역의 전무송은 탁월한 몸짓과 언어로 풀어내고, 그의 딸 ‘안느’로 등장하는 전현아 또한 가족에 대한 애정과 핍진함을 절절히 묘사한다.
전무송은 흐려지는 기억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아버지의 위신을 곧추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80세 노인의 모습으로, 전현아는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안타깝게 지켜보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인물로, 각각의 위치에서 극의 긴장과 갈등을 이끌어 나간다.
이들이 함께 무대에 서서 부녀의 복잡한 감정선을 표현하는 장면은, 공연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재공연의 주목할 점 중 하나는, 실제 부녀인 전무송 배우와 그의 딸 전현아 배우가 극 중에서도 부녀 관계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캐스팅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실제 가족 관계가 작품 속에서 연기되는 것은 현실과 극 중 상황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관객들의 감정적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원작자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 또한 영화 제작 초기부터 안소니 홉킨스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작성했었다. 실제로 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을 안소니로 바꾸었으며, 캐릭터의 생일을 안소니 홉킨스의 실제 생일과 동일하게 설정했다는 점에서 극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고자 했던 그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작품은 등장인물의 혼란스런 상황에 대한 관객의 감정이입을 끊임없이 차단하며, 상황에 대한 몰입이 아니라 관찰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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