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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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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미술관 지베르니 - 모네/로스코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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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xposition Monet/Rothko au musée des impressionnismes Giverny

La maison et les jardins de Claude Monet (클로드 모네의 집과 정원) 



파리에서 지베르니는 기차를 타고 1시간 15분 정도 가야 하는 노르망디 지방이고 모네의 집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로스코 전시를 한다는 사실을 파리 지하철역에서 많이 홍보하기에 알게 되어 오랜만에 지베르니도 방문할 겸 출장 전시후기를 남기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ㅎㅎ 인상주의 대가 모네의 후기 그림과 미국 현대 화가 로스코의 불가사의한 색면추상를 결합한 이 전시회는 방문객들에게 어떤 사색을 유도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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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코 전시를 보기 전에, 모네의 집에 들러 예쁜 정원과 집을 구경하려고 기차역에 내려 쁘띠 트랑을 타고 갔다. 4월은 튤립철이라 가는 길목에도 튤립들이 예쁘게 피어 있었는데 이날은 특히 프랑스 25대 대통령선거일이라 도시 곳곳에 마련된투표소 풍경도 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중 4번째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제이긴 하지만 1차 선거때 과반수이상을 획득하지 못하면 결선을 거쳐 최종 선출하게 되고 연임이 가능하다. 내 또래의 친구들은 1차 선거때 멜랑숑 후보를 대거 지지했었는데 그가 3위로 떨어진 바람에 다들 아쉬워했다. 그 결과에 실망한 몇몇 파리 대학들은 문을 닫고 시위를 하기도 해서 수업이 취소되고 온라인시험으로 변경되기도 했는데 우리학교는 고요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쨌든 모네의 집으로 돌아와서, 정원에 들어가자마자 감탄사가 쏟아질 만큼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했다. 몇년전 방문했을 땐 7월이어서 꽃이 핀 정원보다는 수련이 가득한 물의 정원이 인상적이었는데 봄에 와보니 또 색달랐다. 참고로 모네의 집과 정원은 2022년 4월 1일 ~ 11월 1일까지만 개장하기 때문에 날이면 날마다 갈수있는 곳은 아니라 이 시기에 프랑스를 여행온다면 가볼만한 좋은 추천 여행지이다. 화가이자 정원사인 클로드 모네의 세계를 방문하는 것은 그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40년 이상 동안 지베르니는 모네가 1926년 사망할 때까지 그의 집이자 창작 장소이자 예술세계 그자체였다. 의미, 색상 및 기억의 세계, 예술가가 가족과 함께 살았던 집에는 거실-작업실 및 그의 뛰어난 일본 판화 컬렉션도 볼 수 있다. 



모네의 집에 들어서면 그의 작업실과 정원 사이를 오가는 클로드 모네, 신선한 야채가 도착한 아침부터 부엌을 지배했던 분위기를 상상하게 된다. 채소밭, 시장에서 돌아오는 모습, 파리에서 온 친구들과 같은 모네의 일상 생활이 눈앞에 그려진다. 집과 뮤지엄샵 사이에 닭장이 있어서 닭을 왜 키울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집안에 들어가보니 신선한 달걀을 넣어두는 보관함이 있었고 œufs frais(신선한 달걀)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정말 귀여웠다. 


그런 다음 모네의 첫 번째 방으로 들어가보면 세잔, 르누아르, 시냑, 카유보트 등 그의 친구들이 그린 그림을 복제한 오브제와 그림 작품이 있고 그가 사용하던 가구들도 배치 되어있다. 여기서 그는 1899년까지 일했고 2011년에 재건되었는데 화가의 집에 살롱 스튜디오를 재구성한 것은 베르사유 재단의 매우 관대한 후원 덕분이라고 책상위에 전시 되어 있었다. 살롱 스튜디오의 레이아웃은 모네가 실제 배치했던 것과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보여지는 옛날 과거 사진이 있어 비교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집 내부에 전시된 클로드 모네의 컬렉션은 기타가와 우타마로(Kitagawa Utamaro, 1753-1806)의 판화 46점, 카츠시카 호쿠사이(Katsushika Hokusai, 1760-1849)의 판화 23점, 우타가와 히로시게(Utagawa Hiroshige, 1797-1858)의 판화 48점, 등 일본 판화가 아주 많이 전시되어있다. 나는 사실 일본풍의 그림속 인물들이 사나워보이고 아시아인 특유의 예쁘지 않은 점들만 부각시켜둔 것 같아 좋아하지 않아서 일본에 대한 모네의 열정을 공감하기 힘들다. 그가 일본 정원 예술에서 차용한 연못의 레이아웃에서 그의 수많은 걸작들이 탄생한 것은 분명하다고 한다. 그리고 물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연못 사이의 초록색 다리들도 일본 다리를 연상시킨다. 이는 화가가 우키요에의 거장들의 비전을 얼마나 보여준다. ​​정원에서 내부까지, 모네는 노르망디에서 ‘일본에 살았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집의 식당은 가장 작은 세부 사항까지 재구성되었다고 한다. 역시나 노란 벽에서도 일본 판화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가구와 루앙의 푸른색 타일은 지금봐도 세련되어 보이니 당시에 매우 현대적이었을 것 같다. 여러 개의 스토브와 구리 식기가 있는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면 뛰어난 요리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정도이다. ㅎㅎ 지금은 부엌이 좁아서 요리를 못한다는 핑계로 대충 해먹고 살고있다. 




뮤지엄샵은 모네의 아뜰리에로 썼던 곳인데 지금은 이 널찍한 공간을 알뜰살뜰 잘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제품의 퀄리티가 굉장히 좋아서 이것저것 다 사서 가고 싶었지만 마음이 경제적 사정에 비례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구경을 맘껏하고 나와서 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관으로 향했다. 모네와 추상화는 생각해보지 못한 조합 이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후기 인상주의에 대한 연구는 클로드 모네의 작품과 추상 화가의 작품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왔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배우고 가꿔야 한다. 



모네 - 로스코 전시는 지베르니에서 추상화의 대가와 인상주의 간의 전례 없는 예술적 대화를 보여주고, 이 두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에 대한 비교는 그들의 그림이 갖고 있거나 연상시키는 어떠한 힘 에너지를 강조한다. 모네는 감정의 직접성을 표현하려고 하는 반면, 로스코는 명상이 생각을 확장하는, 보다 강렬한 접근을 시도한다. 



모네가 생각한 추상화의 형성은 로스코에게서 현대적인 반향을 발견하게 된다. 순간의 덧없는 인상이 모네의 집착이었다면, 로스코는 관찰의 시간 속에서 공간이 희석되는 그림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로스코의 6점의 작품과 모네의 6점의 그림이 함께 전시되는데 규모가 크진 않지만 희소성이 높은 전시였다. 사실 마크 로스코는 초등학교때 리움미술관에서 처음 보았지만 그땐 어려서 뭐가 뭔지를 몰랐고, 고등학생때 뉴욕 moma에서 시차적응도 못한 채로 비몽사몽간에 로스코를 만났던지라 내가 당시에 얼마나 엄청난 작품을 보았는지는 훗날에야 알 수 있었다.



전시를 보고 뮤지엄샵까지 들러서 이것저것 샀는데도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추상화와 근대성에 대한 또 다른 인식을 하게끔 한 전시기획이었다. 



 보랏빛으로 물든 예쁜 미술관 정원으로 마무리!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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