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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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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컬렉션 : 샤를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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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 Charles Ray 



지난달 퐁피두센터에서 보았던 샤를 레이의 연장선상인 상업 거래소-피노 컬렉션: 샤를 레이 전시를 보고 왔다. 지난번 우리 독자들과 약속했던 것도 있는데다 두 박물관의 상호보완적인 큐레이팅이 궁금했는데 아주 뜻깊은 감상을 하고 왔다. 동시대 예술의 대표적인 인물인 미국 조각가 샤를 레이Charles Ray(1953-)의 작품들을 이 곳에서 또 한 번 볼 수 있어서 만족스웠다. 프랑스와 유럽에서 전시한 전례가 없는 이 예술가에 대한 퐁피두 센터와 피노 컬렉션 두 개의 권위있는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이 전시를 놓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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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라 샤틀레역 근처에 벼룩시장도 즐비해있고 카페에 사람들도 많아서 진정 엔데믹을 실감했다. 오랜만에 파리다운 파리를 본 것 같아서 길 구경도 하고 꽃 구경도 하며 일상을 즐기며 다녀왔다. 전시를 보고도 집에 곧장 안가고 팔레 후아얄을 거쳐 튈르리 정원까지 산책을 했는데 사람이 북적북적한 것이 낯설면서 반가웠다.



피노 컬렉션은 다양한 문화와 기원에서 온 모든 세대의 예술가, 젊은 재능 또는 유명 인사의 작품을 모았는데 우리 시대의 예술을 관통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주제의 다양성, 특히 정치, 사회, 인종 및 젠더 문제에 대해 접근한다. 전시도 물론 훌륭하지만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만으로도 비싼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곳이다. 전시는 박물관 앞마당에서 2층 갤러리까지 이어지는데 입구에서 그의 작품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고 그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져서 표를 구매하게 될 것만 같다. 



전시회는 그의 작품을 약 100개의 조각품과 부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형식주의와 재현 및 개인에 대한 성찰 사이에서 그는 규모의 개념, 리얼리즘의 사용 및 양식화를 사용한다고 한다. 디테일한 사항에 대한 섬세한 주의력, 어디를 바라보는지 모르는 듯한 시선의 부재, 감정을 잃은 표정 등으로 표현된 그의 조각들은 일상적인 존재 및 모델로 사용되는 개체에서 영감을 얻는 것 같다. 게다가 이 방식이 우리가 감정적으로 감상을 하기를 방해하고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게 만드는 듯한 느낌이다. 언뜻 보기에는 사실주의적 작가같이 보이지만 그 안에 표현하기 어려운 특수성은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정한 현대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 알게된 사실은 샤를 레이도 자코메티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조각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조각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참 멋있는 말이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내가 진짜 조각이라면 저런 표정과 몸짓으로 굳어 있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크게 와 닿았다. 그의 작품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항상 크기가 커서 예상은 조금 하고 갔었지만 도마뱀을 든 소년의 크기에 또 한 번 놀랐다. 포스터에 많이 실려서 익숙한 느낌이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실물이 더 나으시네요’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ㅎㅎ 



그의 예술적 실천은 공간에 대한 질문을 연구의 중심에 두고 관객에게 현실과의 관계에 대한 더 복잡하고 신비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한다. 그에게 조각은 공간과 가장 특권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매체이며, 이러한 물리적, 심리적 긴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탐색하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는 거리감을 두지 않고 명백한 받침대나 장치 없이 주변에 필요한 빈 공간의 정도에 따라 관객에게 작용할 수 있는 조각을 구상한다고 하니 그의 작품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애정을 가진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사람이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지녔어도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지니지 않은 사람을 좋아할 수 없기에 그런 의미에서도 샤를레이가 더 좋아졌다. 



뮤지엄 샵에서 귀여운 지우개도 발견했는데 물론 사진 않았다. 분명 실용적이진 않을것 같은 재질이었다. ㅎ 그냥 나가기 아쉬워서 박물관 곳곳을 살펴보다 지하로 내려가니 상영관과 무엇인지 모를 기계실이 있었다. ㅎㅎ


그리고 샤를레이의 작품들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조각이 있었는데 자유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감당이(?) 어려운지 칸막이로 전시장이 가려져 있었다. 굉장히(?) 19금이라 사진을 찍긴 했지만 올리지 못한 점에 대한 독자의 양해를 구하며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방문해보길 권한다! ㅎㅎ 궁금증 유발하며 이만 끝!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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