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츠 퐁피두 센터: 미메시스 - 살아있는 디자인/가능성의 문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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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츠 퐁피두 센터: 미메시스 - 살아있는 디자인/가능성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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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re Pompidou - Metz : Mimèsis-un design vivant/ Les portes du possible



지난 가을부터 메츠 퐁피두 분관을 가보려고 마음 먹고 교통편을 알아보던 중 마침 겨울 방학때 프랑스에 오신 부모님과 함께  차를 빌려 다녀오기로 했다. 스트라스부르 여행길이라 메츠와 동선도 맞았고  한 시간 남짓 평화로운 시골 농촌 풍경을 감상하다보니 메츠에 도착했다. 메츠는 이번에 처음 가보는 도시였는데 부모님이 오신 덕분에 편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메츠 퐁피두 센터 (Centre Pompidou-Metz)는 파리 퐁피두 센터와 마찬가지로 현대 미술을 다루는  아트 센터로, 문화 프로젝트는 특별 기획 전시회와 라이브 쇼, 영화 상영 및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2010년 박물관이 완공되었는데, 종합적인 예술 장소인만큼 개장 전부터 지역 문화 정책의 새로운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메츠 퐁피두 센터는 퐁피두 센터의 원래 소명인 모든 형태의 예술적 표현을 제시 및 홍보하고 대중에게 20세기와 21세기의 주요 작품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세워진 기관이다. 자체 컬렉션이 없기 때문에 모든 전시회는 일시적이지만 기본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특별한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다. 상설전이 없다는 점이 좀 놀랍고 의외이긴 했지만 기획전만으로도 충분히 볼거리가 많고 건축물 자체도 근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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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게루 반(Shigeru Ban)과 장 드 가스틴(Jean de Gastines)이 설계한 메츠 센터의 건축물은 넓은 열린 공간과 내부의 친밀한 공간 사이를 번갈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전시 공간의 다양성은 방문객에게 창의성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고정되지 않은 전시 공간이 현대 미술의 독창적인 해석을 허용하도록 하는 것 같다.



메츠 퐁피두센터의 건축가 시게루 반과 장 드 가스틴은 « 강력하면서도 가벼움과 동시에 당신을 보호하는 지붕 아래로 피난처로 초대하는 우리는 환경과의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관계에서 개방성, 문화와 웰빙의 혼합을 반영하는 건축을 상상했습니다. » 라고 했는데, 역시 건축가들의 설명을 들으니 건축물에 대한 감상이 새롭게 다가왔다. 



당시 진행중인 기획전은 ‘미메시스- 살아있는 디자인’(Mimèsis-un design vivant)이었다. 이 전시회는 디자인과 살아있는 세계 사이의 특권적인 관계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디자인에서 자연의 진화를 중심으로 90명의 크리에이터가 만든 400개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자연과 그 형태, 창작 과정을 우리가 따라가면서 감상할 수 있게  전시가 진행된다. 



전시 제목의 미메시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유래한 용어인데, 일반적인 의미에서 자연의 모방을 가리키며, 더 나아가 예술에서 모방의 방식과 수단을 가리킨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문학에서 현실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시적 및 미학적 재현을 의미한다. 현실의 모습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현실과의 능동적 관계인 역동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렇게 자연을 재해석한 모더니즘의 상징적인 오브제부터 새로운 디지털 "자연스러움"을 탐구하는 최신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자연이라는 개념 자체에 심오한 변화를 보여준다. 프랑스 문학 비평사 수업시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배웠는데, 이렇게 미술관에서 발견하니 더 반갑고 역시 배워두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구나를 다시금 깨달았다.  

 

오늘날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연구를 통해 기술 및 기술 생산과의 연결에 의문을 제기한다. 19세기 말부터 예술적 형태의 표현에 대한 자연의 영향인 생물 형태주의(biomorphism)가 근대성을 동반했다. 20세기 초반의 역사적 아방가르드들은 형태의 창조에서 유기체의 개념과 자기생성의 차원을 제시했다. 이번 전시는 모더니티의 위대한 디자이너들을 모아 이 새로운 현대 언어가 자연과 과학에 이르기까지 유기적 형태를 끌어내는 방식을 보여준다.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자연은 "살아있다"는 개념에 자리를 내주었으며, 이는 비활성인 것과 살아 있는 것, 유기적인 것과 기계적인 것 사이에서 새로운 형태의 인공성으로 주어졌다고 한다. 생물학적 유기체로 만든 바이오 재료는 이제 새로운 지속 가능하고 생분해 가능한 물체를 생성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살아있다는 것' 을 예술 분야 뿐만 아니라 과학에까지 확장시킴을  볼 수 있었다.



두번째 기획전, ‘가능성의 문들’(Les portes du possible)은 예술 및 공상 과학 소설과  관련된 전시였다. 상상력의 힘은 우리의 미래를 재조정할 수 있는 도구라는 기본 테마를 가지고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투영과 전시회에서 탐구하는 정치적 범위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는 « SF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기대에 부응하여 현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현재 세계의 억압적인 규범과 교리, 야망, 사회적 고통, 기회 및 위험을 조작하는 가설의 실험실입니다. »라고 이  전시를 요약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200여 점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회인데, 예술 및 공상 과학은 방문객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하다 보니 전시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시각 예술가, 작가, 건축가 및 영화 제작자들의 상상의 우주와 현실 사이의 연결 고리를 보여준다. 



SF는 현재의 가능성을 발전시키고, 과학적 가설에 기초한 이야기를 전개하거나, 전례가 없는 삶과 현실의 방식을 구상함으로써 근본적 타자성을 지닌 인간과 대면하는 장르이다. 지배적인 정치적 담론으로부터의 해방과 정치적 유토피아, 우리 인식의 심오한 갱신을 구현한다. 우리나라 이불 작가의 작품도 볼 수 있었고 새로운 작가들도 많이 발견했는데 사실 섬뜩한 작품도 많아 좀 무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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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식민주의, 생태 재앙과 인간의 노후화 등등의 현재 사회 문제의 핵심을 다루고 있어서 과학, 윤리, 정치의 구분을 넘어 인류와 그 발명품을 바라보면서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다른 장르보다 더 미묘하고 깊이 질문할 수 있다.    디스토피아적 프리즘에 초점을 맞추지 않음으로써 미래의 재생을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것은 전시장의 파티션이 박스 같은 재질을 찢고 세워서 만들어 놓았는데 상상을 초월한  새로운 전시 공간이었다. 



상설전이 없다는 점에서 그냥 큰 갤러리 같은 느낌은 주었지만 그래도 기념품샵에 재미난 상품들이 많이 있어서 책도 사고 제프 쿤스의 미니 벌룬 독을 샀다. 훗날엔 진짜 제프 쿤스 작품을 살 수 있길 바라며.. ㅋㅋ 다만 메츠 시내를 구경하지 못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다음에 메츠 퐁피두 센터에 방문할 일이 생기면 그 때는 동네도 돌아보고 대성당도 가봐야겠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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