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예를 대표하는 작가 이능호가 4년 만에 개인전 《씨앗의 말》을 갤러리 지우헌에서 연다.
1994년부터 활동해 올해로 32년 차를 맞은 그는 씨앗에서 영감받아 만든 대표작 ‘집’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투각 기법으로 완성한 신작 ‘집-그 이후’ 시리즈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이능호 작가 시그니처 생활기 (사진: ㈜디자인하우스)
흙으로 자연을 빚기까지의 긴 여정
이능호는 국민대학교 조형대학에서 공예미술학을 전공한 뒤 전통 옹기 제작 기술을 전수하며 도자예술의 기반을 쌓았다. 초기에는 전통 도자의 기능적 측면을 탐구했으나, 점차 흙이 지닌 본연의 자연스러움에 주목하며 정서적 위로와 휴식을 주는 작업으로 방향을 넓혔다. 그는 “앉거나 기댈 수 있는 작품은 휴식을, 오브제로 감상하는 작품은 위로를 준다”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13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주요 전시로는 엘케이트 갤러리(2021), 조은숙 갤러리(2014), 포스코미술관(2000) 등이 있다. 또한 〈KCDF x Liaigre London〉(런던, 2024), 〈라트비아 도자 비엔날레〉(2023), 〈밀라노 디자인위크 한국공예특별전〉(2022) 등 다수의 국제전에 참여했으며, 작품은 리움미술관·호암미술관·제네시스 라운지(신라호텔) 등에 소장되어 있다.
갤러리 지우헌과의 만남, 흙과 흙의 대화
한옥으로 지어진 갤러리 지우헌은 흙으로 생명을 빚는 이능호의 작업과 깊이 공명한다. 그는 “작품 ’집’이 ‘집-그 이후’로 발전하는 과정을 공간 안에 구현하고자, 갤러리의 흙벽에 작품을 걸어 자연의 메시지를 표현했다”라고 전했다.
갤러리 지우헌 김아름 큐레이터는 “이능호의 작품은 자연을 닮은 유연한 형태 덕분에 틀을 깨는 전시 연출이 가능했다”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자연의 경이로움과 평온을 동시에 전하는 휴식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타렴 기법으로 빚은 생명의 형상
전시장은 전통 옹기 제작 기법인 ‘타렴(打簾)’으로 만든 검은색 ‘집’ 시리즈 두 점으로 공간의 무게를 잡는다. 타렴은 흙을 가락으로 만들어 쌓아 올리고, 굳는 과정에서 두드려 덩어리 형태로 완성하는 기법이다. 겉보기에는 바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씨앗의 형태에서 모티브를 얻어 응집된 생명력과 원초적 에너지를 표현한다.
이능호는 “흙이 불에 들어가면 출렁이며 춤을 춘다. 그 과정에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선이 생기는데, 그 순간이 가장 매혹적이다”라고 말한다.
이능호, 〈집-그 이후〉, 2025. 도자, 110 x 73 x 55 cm. © 작가, 갤러리 지우헌
씨앗의 발아, 투각으로 표현한 생명의 확장
전시의 주축인 ‘집-그 이후’ 시리즈는 ‘투각(透刻)’ 기법으로 완성된 16점의 신작이다. 투각은 도자 표면에 구멍을 뚫거나 일부를 도려내어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지게 하는 조각 기법이다. 이능호는 투각을 통해 씨앗이 터져 새로운 생명으로 확장되는 찰나를 시각화했다. 빛이 작품 내부를 통과해 드리우는 그림자는 생명의 흐름을 은유한다.
작품은 설치 방식에 제약이 없어, 바닥·벽·천장 등 다양한 공간에 활용할 수 있다. 일부는 테이블 위 오브제로, 혹은 과일 그릇이나 꽃병처럼 기능적 기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전시 기간 중 갤러리 라운지에서는 이능호의 시그니처 생활기 시리즈를 선보인다. ‘달 접시’, ‘구름 접시’, ‘씨앗 합’, ‘캡슐 커피잔’ 등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자 기물을 만나볼 수 있으며, 이번 전시의 핵심 모티브인 ‘투각 그릇’도 판매한다.
11월 5일 오프닝 행사에서는 관람객을 위한 특별 이벤트가 마련된다. 자연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다자연의 ‘인삼 앰플’과 ‘인삼 마스크팩’을 선착순 증정하며, 100년 전통 ㈜지평주조의 프리미엄 라인 ‘지평탁주’와 ‘지평소주’를 시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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