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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시

김종영미술관, 《CREATIVE YOUNG ARTIST: 창작지원작가展》 개최

김종영미술관, 2025.6.20(금)~8.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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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미술관은 일생을 미술교육에 헌신한 한국 추상 조각의 선구자 김종영(1915–1982)의 예술 정신을 잇고자 매년 젊은 작가를 선정하여 《CREATIVE YOUNG ARTIST: 창작지원작가展》을 개최하고 있다. 조각과 설치 등 입체를 주요 매체로 삼는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작업과 가능성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에 올해 선정된 작가는 김미현, 박도윤 작가이다. 김미현은 <검은 무지개가 뜬 정원>, 박도윤은 <Reverse Weathering>이란 제목으로 전시를 발표한다. 김종영미술관은 이 두 작가가 창조한 예술 세계의 문턱이 되어 새로운 관람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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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김종영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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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현 <검은 무지개가 뜬 정원> 전시전경  © 작가, 김종영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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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현 <검은 무지개가 뜬 정원> 전시전경  © 작가, 김종영미술관


김미현의 작품은 초기 다운증후군의 몸, 샴쌍둥이에서부터 비너스 시리즈까지 괴이함의 매력이 인상적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하는 점은 “김미현 작가는 어떠한 방식으로 자기만의 그로테스크를 완성하는가?”이다.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 속에는 기괴한 형상, 질서와 균형에서 벗어난 형상들이 뒤엉켜 교배되고 있다. 동물의 뼈마디처럼 보이는 작은 조각들은 유연한 꽃잎 같으면서도 가시처럼도 보이며, 이 작은 조각들은 서로 연결되어 마치 식물의 줄기처럼 휘어지고 동물의 촉수처럼 다시 뻗어 나간다. 마치 샹들리에나 유럽 공원에서 볼 법한 바로크식 조형물처럼 장식한 그녀의 조각은 마치 고전주의 시대의 그로테스크가 그랬던 것처럼 작품 안에서 조각과 장식의 역사적, 제도적, 위계적 차이를 그로테스크적 방식으로 전복한다. 섬세한 도자 기법으로 다듬어진 작은 조각들은 매끈하고 기품 있는 빛깔을 내며, 완결된 전체는 화려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품은 아름다운 것과 기괴한 것, 선한 것과 추악한 것 정상과 비정상, 사랑과 폭력, 지배와 순응, 진실과 거짓, 대지를 활개치는 동물의 필멸과 그 밑에서 보이지 않지만 끝없이 뻗어나가는 식물의 불멸,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분열된 세계의 온갖 것들의 혼종체로 나타난다. 김미현 작가의 환상의 정원은 우리의 감각을 유혹하고, 우리의 감각은 이 그로테스크적 쾌락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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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김종영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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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윤 <Reverse Weathering> 전시전경  © 작가, 김종영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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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윤 <Reverse Weathering> 전시전경  © 작가, 김종영미술관


박도윤 작가는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며 이해하는 방식을 조각이라는 형식으로 표현한다. 자르고 떼어내고 쪼개고 매달아 펼쳐 놓음으로써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시장은 이제 작가가 자신이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그의 공간이 되고, 관람자는 대형 스크린으로 구성된 터널을 걸으며 이미지의 시선이 교차하는 텅 빈 공간, 어떤 소리나 대화가 없는 침묵의 한가운데, 순차적으로 반복되는 영상 터널과 이미지의 벽이 마치 진을 치고 있는 공간의 중심에서 시각화된 사유의 조각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물방울이 맺힌 막을 경계로 저편의 서로를 바라보며 얼룩진 창을 닦아내며 어루만지는 듯한 남녀와 삐뚤게 쓰인 메시지, 대강의 윤곽만 있는 흩어지며 사라지는 특징 없는 그림들, 물에 잠기는 책 무더기, 석고 가루 위에 남겨진 발자국이 끊임없이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장소이다. 박도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그저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하나의 사실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없이 많은 개별적인 사건들이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언어적, 조각적 “분절”을 통해 시각화하고 배치함으로써 자신의 세계와 자기 자신, 그리고 그 너머의 타인을 재구성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 이어져 있던 것들은 잘리고 떨어져 나가 하나하나의 사건과 장면이 되고, 이것들이 한 공간에 펼쳐짐으로써 다시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관람객의 시선은 이 조각난 사건들에 분산되지만 이 조각들은 다시 관람객에 의해 한 몸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김미현, 박도윤 작가의 작품 세계를 통해 현대 예술의 수 없이 많은 열린 문 중 하나로 진입하게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예술의 또 다른 면과 마주하며, 아름답고도 추악한 삶의 진실과 우리가 경험했던 삶의 모습을 다른 방식과 각도에서 다시금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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