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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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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F 프랑수아-미테랑: 아포칼립스 - 어제와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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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nF François-Mitterrand: Apocalypse-Hier et demain
2025년 2월 4일부터 6월 8일까지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BnF)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도서관으로 방대한 장서와 귀중한 고문서를 보관하고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도서관을 중심으로 여러 도서관을 운영하며 인쇄물뿐만 아니라 필사본, 지도, 사진, 디지털 자료까지 다양한 형식의 자료를 아카이빙하고 연구자들에게 제공한다. 프랑스 문화와 지식의 중심지로서 학문적 연구와 대중적 접근성을 동시에 고려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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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현재 국립도서관(BnF)에서 아포칼립스(묵시록)를 주제로 한 최초의 대규모 전시를 선보인다. 세상의 종말을 상징하는 ‘아포칼립스’는 듣기만 해도 두려움을 자아내는데, 2,000년 동안 서구 문화와 사회에서 대재앙이 닥칠 때마다 울려 퍼졌다. 오늘날에도 기후 위기에 대한 불안의 저변에서 맴도는 말이다. 그러나 사실 묵시록이라는 말은 그리스어 ‘아포칼립시스(ἀποκάλυψις)’에서 유래했으며, 계시(啓示)나 드러냄을 뜻한다. 성경에서 유래한 이 개념은 신자들이 천상의 예루살렘에서 하나가 될 영원한 왕국에 대한 계시를 가리킨다. 과연 아포칼립스는 우리 내면의 깊은 공포를 뛰어넘어 희망을 전하는 말이 될 수 있을까?
 60cb0bf9641e4085992067e56f110b14_1743232561_9073.jpg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묵시록은 1세기 말 요한이 기록한 예언서로, 타락한 세상의 종말과 신의 왕국(새 예루살렘)의 도래를 예언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얽힌 비선형적 구조로 전개된다. 요한은 계시를 받은 후 일곱 교회에 편지를 보내라는 명령을 받으며, 이후 어린양이 일곱 개의 봉인을 열 때 네 명의 기수가 등장해 전쟁,기근,죽음을 가져온다. 일곱 개의 나팔이 울릴 때마다 대재앙이 닥치고 짐승이 나타나 세상을 위협한다. 신의 진노가 담긴 일곱 개의 대접이 쏟아지며 바빌론(타락한 문명)이 멸망하고 최후의 심판이 내려져 선과 악이 영원히 갈라진다. 마지막으로 신의 왕국인 새 예루살렘이 금과 보석으로 빛나며 신의 질서와 영원한 구원이 완성된다. 이러한 서사는 종말을 넘어 신성한 회복과 희망을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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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이번 전시는 요한 묵시록을 담은 가장 권위 있는 필사본들과 자주 공개되지 않는 앙제(Angers)의 유명한 태피스트리 조각, 뒤러(Dürer)의 대표적인 묵시록 판화 연작 등 중세에서 현대까지의 아포칼립스의 다양한 상징들을 조명한다. 또한 국립도서관의 소장품뿐만 아니라 퐁피두 센터, 오르세 미술관, 대영박물관,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 등 프랑스 및 유럽의 주요 공공 및 개인 컬렉션에서 대여한 300여 점의 걸작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60cb0bf9641e4085992067e56f110b14_1743232580_9253.jpg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프랑수아-미테랑 도서관 내 2개의 전시관에서 진행되는데, 첫 번째 섹션 ‘계시록의 책’은 요한 묵시록을 깊이 탐구한다. 일곱 개의 봉인에서 최후의 심판에 이르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해석하고 아포칼립스 원래의 의미에 집중하여 비극적 결말이 아니라 계시로서의 본래 의미를 재조명한다. 다양한 재앙을 예고하지만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신의 왕국, 곧 새로운 예루살렘의 도래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묵시록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하나의 전환점(그리스어 eschatos는 '끝'뿐만 아니라 '문턱'이라는 의미도 가짐)이다. 즉, 묵시록은 하나의 세계가 끝나고 새로운 질서가 도래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이다.


60cb0bf9641e4085992067e56f110b14_1743232588_6978.jpg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복잡하고 끝없는 텍스트를 탐색하는데 그 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 보임으로써, 2,000년 전의 메시지를 오늘날 에 다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화려하게 채색된 필사본과 중세의 회화, 조각, 드로잉, 스테인드글라스, 태피스트리같은 주요 예술 작품은 그 텍스트와 이미지들이 중세 유럽에서 어떻게 퍼져 나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묵시록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이미지들은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의 두려움과 정의에 대한 갈망을 응축했고, 이로 인해 다양한 시기에 걸쳐 ‘악의 심판’과 ‘구원의 도래’라는 개념을 형상화하는데 기여했다. 묵시록은 시련과 희망을 동시에 담고 있는 상징적 서사로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미래를 기억하도록 촉구하는 이야기로 남아 있는 것이다. 
60cb0bf9641e4085992067e56f110b14_1743232595_7726.jpg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전시의 두 번째 섹션 ‘재앙의 시대’는 뒤러에서 브라사이(Brassaï)에 이르는 예술 작품들을 통해 아포칼립스가 미술에 끼친 영향을 보여준다. 영국의 숭고한 묵시록 회화에서 독일 표현주의에 이르기까지 묵시록은 인류의 상상력을 사로잡아왔던 것이다. 그렇게 요한 묵시록은 인류 역사 속에서 숱한 걸작들의 탄생을 거들며, 예술가들이 어떻게 이 종말과 희망이 교차하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왔는지 알려준다.

60cb0bf9641e4085992067e56f110b14_1743232603_5237.jpg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묵시록의 저자에 대한 논란은 오랜 역사적 논쟁의 대상이었다. 초기 기독교 시대에는 사도 요한이 그 저자로 여겨졌으나, 오늘날 일부 학자들은 요한복음의 저자와 동일 인물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묵시록의 저자는 ‘밧모섬의 요한’(Jean de Patmos) 혹은 ‘환영을 본 자’(le Visionnaire)로 불리며, 그는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숨겨진 진리를 계시한 인물로 여겨진다. 이러한 특성은 랭보(Rimbaud), 아르토(Artaud), 유니카 쥔(Unica Zürn),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 등 많은 예술가와 시인들에게 영향을 미쳐, 묵시록의 저자를 ‘세상의 베일을 걷어내는 자’ 또는 ‘예언자적 시선’을 지닌 인물로 재해석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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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묵시록은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예술과 문학, 영화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뒤러의 묵시록 판화, 영화 지옥의 묵시록 (1979), 베르그만의 제7의 봉인 (1957),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 (1927)에서 볼 수 있듯, 묵시록의 상징과 주제는 신화, 철학, 과학을 넘어 인류가 직면하는 파국과 희망을 탐구하는 중요한 이야기로 끊임없이 재구성되어 왔다. 이는 묵시록이 단순한 종교적 텍스트를 너머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갈등과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60cb0bf9641e4085992067e56f110b14_1743232620_8192.jpg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또한 묵시록을 단순한 재난 서사로 소비하는 소설,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 대중문화의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tic, 종말 이후)를 넘어, 그 본래의 의미로 다시금 시선을 돌리게 한다. 마지막 섹션 ‘그 후의 날(The Day After)’ 에서는 종말 이후의 세계를 그린 현대 미술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 작품들은 신의 분노 혹은 자연의 격변 이후 새롭게 펼쳐지는 세계를 탐구하고 아포칼립스라는 개념이 어떻게 새 시대의 시작을 의미할 수도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재앙이 단순한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 질서의 서막일 수 있음을 보여주며, 예술을 통해 우리가 가진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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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전시의 초입은 다소 어렵고 음산한 기운만을 남겼는데데 성경을 잘 알지 못한 탓일까, 묵시록이라는 테마가 주는 중압감은 꽤 무겁게 다가왔다. 특히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나 상징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로 전시 관람을 시작해  난해하게 다가왔는데 전시 후반부로 갈수록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된 아포칼립스의 모습은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성경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 안의 내용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풀어내려는 시도는 매우 창의적이고 인상적이었다. 묵시록의 차가운 공포를 너머머 새로운 질서의 도래와 희망을 내포한 변화의 서사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과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이야기였다.
60cb0bf9641e4085992067e56f110b14_1743232635_1621.jpg  ⓒ La BnF François-MitterrandPhoto: Han Jisoo  
 
묵시록이라는 주제가 가진 깊은 상징성과 예술적 재구성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아포칼립스를 단순히 재앙의 이미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와 사회 구조의 붕괴 뒤에 있을 희망적인 재탄생과 변화를 함께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묵시록이 단지 끝이 아닌, 전환과 변화, 그리고 재탄생을 이야기하는 깊은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와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리고 그 끝에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를 고민하게 만든 전시였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 학사,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마쳤다. 갤러리자인제노에서 파리 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도슨트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문화예술신문 아트앤컬쳐에서 에디터로서 다양한 리뷰를 제공하고, 프리랜서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한인유학생회의 창립멤버이며 프랑스 교민지 파리광장에 문화 및 예술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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