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 드 도쿄: 집단적 기쁨-불꽃처럼 빛나는 법을 배우다!/ 알파베타 시그마 (A면)/ 어둠 속 어딘가에서, 사람들이 춤춘다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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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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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 드 도쿄: 집단적 기쁨-불꽃처럼 빛나는 법을 배우다!/ 알파베타 시그마 (A면)/ 어둠 속 어딘가에서, 사람들이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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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1일 – 5월 11일

Palais de tokyo: Joie Collective - Apprendre à flamboyer !/ ALPHABETA SIGMA (Face A) - RAMMELLZEE / Quelque part dans la nuit, le peuple danse - Raphaël Barontini 


 

팔레 드 도쿄는 현대미술 및 실험 예술의 중심지로 유럽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 중 하나이다. 1937년 파리 국제박람회(Exposition Internationale des Arts et Techniques dans la Vie Moderne)를 위해 건립된 건축물이며 2002년부터는 현대미술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통적인 유럽 중심의 미술관을 넘어, 실험적이고 사회적 이슈를 탐구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수 많은 기획 전시를 통해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과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예술가들의 작업을 회화, 조각, 설치미술뿐만 아니라 퍼포먼스, 음악, 영화, 패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선보이는 중이다. 이를 통해 현대미술이 사회, 문화, 정치적 이슈와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탐구하는 장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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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언제나 인상적인 것은 팔레 드 도쿄는 미술사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소외된 지역과 문화, 특히 흑인 디아스포라의 예술과 포스트식민주의적 시각, 하위문화의 교차점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전시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의 복잡한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있기도 하지만 세계 미술 시장의 변화, 그리고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개방성과 다원성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흑인 및 아프리카 문화와 관련된 전시를 자주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지속적인 방향성의 일부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변화하는 역사적 흐름과 맞닿아 있으며 동시대 예술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실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곳은 예술을 감상하는 공간을 너머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감각을 몸소 체험하게 한다. 우리는 예술이 어떻게 사회적 맥락과 긴밀하게 얽히며 새로운 규범과 감수성을 구축하는지를 직접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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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현재 3가지 전시가 동시에 진행중인데 먼저 <집단적 기쁨– 불꽃처럼 빛나는 법을 배우다!> 는 오늘날 우리 일상 속에서 기쁨을 경험하고 배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중적 모임 문화와 집단적 역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와 국제 무대의 예술가 및 프로젝트들을 초대해 축제적이고 사회적인 공간 점유 방식뿐만 아니라 음악적, 미적, 놀이적, 정치적, 유토피아적 차원에서 공공 공간을 활용하는 다양한 형태를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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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공동 창작과 관계 형성을 중시하는 예술적 실천을 모으고 문화적 권리와 사회 정의의 원칙을 반영한 이번 전시는 ‘함께’ 하는 방식과 집단적으로 조직되는 방식을 반영한다. 관람객과 예술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창작적 표현을 펼칠 수 있도록 상호작용적인 작품과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는 하나의 사교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미술관 내부는 거친 콘크리트 벽과 개방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예술가들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방문객이 단순한 관람객의 지위를 넘어 예술적 경험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전시들이 많아 예술과 대중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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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전시장 외벽에는 A3 크기로 인쇄된 약 350장의 이미지가 붙어 있어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 아카이브(자료 모음)처럼 펼쳐진다. 이 이미지들은 서로 다른 시대와 배경에서 가져온 것들로 일부러 일정한 순서 없이 배치되었다. 이렇게 배치함으로써 각각의 이미지가 가진 의미 뿐만 아니라 그 이미지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관계와 해석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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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전통 의식에서 레이브 파티까지, 정치적 시위에서 무아지경의 트랜스까지, 종교적 춤에서 카니발 의상까지 다양한 문화적 맥락을 아우르며 ‘기쁨’이라는 주제의 다층적인 의미를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집단적 기쁨의 표현 방식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기쁨이라는 감각적이고 사회적인 경험을 다양한 양상과 역사, 문화적 층위의 이미지로 마주하며 그 의미를 새롭게 사유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2b5b744e66fbe9ae768a3d460c06fb16_1742358920_5201.jpg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오늘날 우리는 불안과 위협, 우울한 소식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간다. 개인주의와 고립이 당연한 듯 자리 잡은 사회에서 공동체와 기쁨을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었으나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곳곳에서는 새로운 연대와 긍정적인 움직임이 싹트고 있었다. 집단적 기쁨은 현실을 외면하는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세상의 우울한 질서에 대한 의식적이고 적극적인 저항이며, 치료제이자 도구, 실천이자 보호막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동시에 예술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기쁨의 역사는 예술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으며 어쩌면 예술의 기원 자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와 관객은 분리되지 않고 관객은 그저 감상자로 머물지 않았다. 경험과 참여의 영역으로 되돌리는 이번 전시에서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기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우리 시대에 가장 절실하고 필수적인 가치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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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두번째 전시 <알파베타 시그마 (A면)>은 1980년대 미국 대안 예술계의 전설적 인물, 램멜지 (RAMMELLZEE)의 난해하고 암호화된 작품 세계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대규모로 개최되는 램멜지 헌정 전시로, 마치 카세트테이프나 바이닐 레코드의 양면(Face A, Face B)처럼 두 개의 장(章)으로 기획되었다. ‘Face A’는 2025년 2월 21일부터 5월 11일까지 팔레 드 도쿄에서 개최되며, 이후 ‘Face B’는 2026년 3월 12일부터 9월 20일까지 보르도 현대미술관(Capc Musée d’art contemporain de Bordeaux)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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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RAMMELLZEE는 갑자기 만들어진 작가 예명이 아니다. 1985년, 철학자이자 Semiotext(e) 출판사의 창립자인 실베르 로트링거(Sylvère Lotringer)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것은 고양(Elevation)과 디테일, 그리고 원근법을 향한 하나의 수식이다.” 라고 말했다. 이 수식은 단순한 계산이 아닌, 여러 겹의 복잡한 선들을 그리는데, 그 선들은 뉴욕 지하철의 빠른 속도, 항공학과 양자역학, 이탈리아 미래주의의 영향, 그리고 스프레이 페인트와 레진의 독성 등이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한다. 모든 요소가 그의 예술적 작업과 얽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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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이번 전시는 램멜지의 방대한 작업 세계를 망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문자론적 전쟁’이 다양한 매체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탐색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사용된 물질성과 조형적 언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의 예술적 표현에서 중요한 핵심 요소들을 다룬다. 첫째, 글쓰기, 회화, 스프레이, 레진, 블랙라이트(자외선 조명), 직물 등 다양한 매체가 사용되었다. 둘째, 기본적인 모티프인 문자, 화살표, 가면이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b5b744e66fbe9ae768a3d460c06fb16_1742358953_1002.jpg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그는 이론적·시적 글쓰기, 회화, 조각, 음악, 퍼포먼스, 영화, 의상, 주얼리 등 다방면에서 작업했으며, 이 모든 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형광 물질처럼 그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가 되었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언어와 그것이 내포하는 폭력에 대한 전쟁이었으며 그의 전쟁터는 갤러리의 벽뿐만 아니라 공공 공간과 우주로까지 확장되었다. 문자를 기호로만 다루지 않고 그것을 전투 기계처럼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무기로 변형시켰고 장식은 ‘무장’의 도구로 사용되며 글자 하나하나가 전투 도구처럼 기능하도록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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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그의 작업을 ‘해석’하거나 ‘수식을 풀어내는 것’이 관점이 아니라 하나의 시네마적 미스터리처럼, 우연과 사건, 사고들이 뒤엉킨 연쇄적 움직임 속에서 탄생한 존재였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전시는 그러한 신비를 해명하려 하기보다는 하나의 사건을 목격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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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마지막 세번쨰 전시 <어둠 속 어딘가에서, 사람들이 춤춘다>의 제목은 에메 세제르(Aimé Césaire, 1913-2008)의 희곡 『크리스토프 왕의 비극(La Tragédie du Roi Christophe)』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희곡은 1963년 발표된 작품으로, 18세기 말 프랑스 식민지배와 노예제에 맞선 아이티 혁명 이후,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아이티인들의 도전과 투쟁을 조명한다. 작품 속에서 앙리 크리스토프(Henri Christophe)는 아이티 혁명의 장군이자 스스로 왕을 자처한 인물로 등장하고 팔레 상수시(Palais Sans Souci)를 건립한 역사적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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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에메 세제르는 마르티니크 출신의 시인이자 극작가, 정치가로, 네그리튀드(Négritude) 운동의 창시자 중 한 명이다. 그는 1930년대 파리에서 레오폴드 세다르 상고르(Léopold Sédar Senghor), 레옹 공트랑 다마스(Léon-Gontran Damas)와 함께 이 운동을 주도하며 식민주의에 맞서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의 정체성과 문화적 자부심을 강조했다. 네그리튀드는 식민주의가 흑인 정신과 문화를 어떻게 억압했는지를 분석하고 흑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재발견하고 주체적인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문학운동이자 사회·정치운동이다. 네그리튀드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 『귀향수첩(Cahier d'un retour au pays natal) 』에서 흑인성과 식민주의 비판을 강렬한 시적 언어로 담아냈다. 즉, 그의 문학과 정치적 행보는 모두 탈식민주의와 흑인 해방이라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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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으면서도, 과거 회상이 아니라 공동체의 힘이 만들어내는 저항과 환희를 표현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춘다. 이는 아이티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 속에서 공동체가 함께 모여 만들어내는 강렬한 에너지의 순간을 상징한다.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역사, 음악, 의상, 공동체적 움직임을 결합한 형식으로 그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예술이자 역사적 서사의 연장선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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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라파엘 바론티니(Raphaël Barontini)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과거의 아카이브 자료와 현대적 기법을 결합하여 끊임없이 변화하고 살아 숨 쉬는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는 바론티니가 전통 회화와 인물 표현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의상과 텍스타일(직물)까지 아우르며, 독창적인 전시 공간 연출을 통해 더욱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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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특히 이번 전시는 아이티(Haïti)의 팔레 상수시의 건축적 요소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되었으며, 여기에 시인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마이크 래드(Mike Ladd)의 사운드 작품이 더해져 더욱 풍부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현실과 허구가 뒤섞인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전시는 기존의 역사적 상상력을 확장하고, 새로운 이미지와 내러티브를 창조하는 과정을 탐색하는 바론티니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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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ais de tokyoPhoto: Han Jisoo 



세 전시를 통해, 각 전시가 가진 고유한 메시지와 형식 속에서, 예술이 단순히 아름다움이나 감상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경험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는 사실을 깊이 느꼈다. 예술이 어떻게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우리에게 기존의 사고방식을 넘어서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지 그 과정을 몸소 체험한 시간이었다. 더 나아가, 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변형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 학사,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마쳤다. 갤러리자인제노에서 파리 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도슨트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문화예술신문 아트앤컬쳐에서 에디터로서 다양한 리뷰를 제공하고, 프리랜서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한인유학생회의 창립멤버이며 프랑스 교민지 파리광장에 문화 및 예술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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