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욜 미술관 : 나디아 레제. 아방가르드 여성/마욜 - 뤼퍼츠: 계보(繼譜)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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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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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욜 미술관 : 나디아 레제. 아방가르드 여성/마욜 - 뤼퍼츠: 계보(繼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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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Maillol : Nadia Léger. Une femme d'avant-garde/Maillol - Lüpertz ; Une filiation
2024년 11월 8일 – 2025년 3월 23일 / 2024년 11월 15일 – 2025년 3월 23일

마욜 미술관은 프랑스 조각가이자 화가인 아리스티드 마욜(Aristide Maillol, 1861-1944)의 작품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을 조명하는 공간이다. 1995년 그의 뮤즈이자 예술적 후원자였던 디나 비에르(Dina Vierny)에 의해 설립되었고 마욜의 조각, 회화, 드로잉을 포함한 주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고전적 조형미와 모더니즘의 경계를 탐색하는 마욜의 기반으로 네오-표현주의에서 아방가르드에 이르는 다양한 예술적 실험들을 조명하는 전시를 활발히 개최하며 예술적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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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MaillolPhoto: Han Jisoo  
 
현재는 나디아 코도시에비치-레제(Nadia Khodossievitch-Le‌ger, 1904-1982)의 회고전이 진행중이다. 20세기 예술사에서 중요한 아방가르드 (전위적) 여성인 나디아 레제의 1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그녀의 예술적 여정을 조명한다. 그녀는 다작하는 화가였을 뿐만 아니라, 잡지 편집자이자 남편 페르낭 레제(Fernand Léger)의 협력자, 레지스탕스(저항운동가), 미술관 설립자, 그리고 열정적인 공산주의 운동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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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MaillolPhoto: Han Jisoo  
전시는 그녀의 러시아 시골 마을에서부터 파리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따라가며 그녀가 받은 예술적 영향과 예술 공동체를 탐색한다. 또한 페르낭 레제,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그리고 레제 아틀리에에서 활동했던 니콜라 드 스탈(Nicolas de Staël), 한스 하르퉁(Hans Hartung), 마르셀 칸(Marcelle Cahn) 등의 제자들과의 새로운 대화 형식을 통해 집단적 예술 실험을 즐겼던 그녀의 세계를 알아본다. 그녀의 작품과 함께 동시대 거장들과 함께 울려 퍼지는 시각적 대화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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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MaillolPhoto: Han Jisoo  
예술가로서 그녀의 작품 세계는 동시대 아방가르드 예술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발전해 나갔다. 그녀의 화풍은 추상과 구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지하며 변화했다. 큐비즘에서 출발해, 슈프리마티즘으로, 다시 리얼리즘을 거쳐, 다시금 슈프리마티즘으로 회귀하는 그녀의 작품들은 자기 혁신의 능력을 보여준다. 이처럼 창작 과정의 여러 국면에서 삶과 예술적 여정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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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MaillolPhoto: Han Jisoo  
슈프리마티즘(Suprematism)은 1910년대 러시아에서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에 의해 탄생한 전위 예술 운동으로, 기하학적 형태와 순수한 색채만으로 회화의 본질적 요소를 탐구하려 했다. 원, 사각형, 삼각형 같은 단순한 도형과 강렬한 색상을 사용하여 현실적 재현을 거부하고, 순수한 감각과 정신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슈프리마티즘은 결국 회화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로 돌아가려는 시도였다. 형태와 색, 그리고 캔버스 위의 공간이 가진 순수한 힘을 탐구하려 했던 예술이다. 대표작 <검은 사각형(1915)>은 회화에서 대상을 제거한 최초의 실험으로, 이후 추상미술과 미니멀리즘에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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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MaillolPhoto: Han Jisoo  
러시아 혁명기와 맞물려 사회주의적 이상과 결합하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예술의 자율성과 절대성을 추구한 운동이었다. 나디아 레제 역시 러시아 출신으로 슈프리마티즘의 영향을 받았으며, 초기 작품에서 기하학적 형태와 색의 조합을 실험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끊임없이 변주되었다. 큐비즘에서 출발해, 슈프리마티즘의 절대적 순수성을 탐구하고, 이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언어를 받아들였으며, 결국 다시 슈프리마티즘으로 회귀하는 그녀의 여정은 단순한 스타일의 변화가 아닌, 신념과 시대적 소명의 반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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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MaillolPhoto: Han Jisoo  
 
나디아 레제와 페르낭 레제 부부의 이름이 이어지는 것처럼, 작품에서도 두 화가의 세계가 맞닿아 있었다. 나디아의 작품에서 나타난 굵고 견고한 윤곽선, 기계 문명의 리듬을 닮은 구성, 색면들의 힘 있는 조화는 페르낭 레제의 흔적을 어렴풋하게 느끼게 했다. 참고로 페르낭 레제는 20세기 초반 미술의 혁신을 주도한 거장이었다. 산업화의 기계적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기하학적 형태와 강렬한 색채를 결합한 독창적인 양식을 구축했다. 피카소와 브라크가 큐비즘을 통해 사물을 해체하고 재구성했다면, 레제는 그것을 보다 생동감 있고 조형적으로 응축된 형태로 변화시켰다. 그의 그림 속 인물과 사물들은 단순한 기하학적 조합이 아니라, 강렬한 볼륨과 리듬을 지닌 하나의 조각적 존재로 화면 속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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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MaillolPhoto: Han Jisoo  
마욜 미술관은 상설 컬렉션에서 마욜과 뤼퍼츠 두 예술가 간의 독창적인 대화를 선보인다. 뤼퍼츠는 형태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독일 네오-표현주의의 거장이자 고전적 완벽함을 파괴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마르쿠스 뤼퍼츠(Markus Lüpertz)는 자신이 잇고자 하는 계보로 아리스티드 마욜을 선택한다. 마욜 역시 표면적으로는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는 듯하지만 그 아래에는 과감한 조형적 실험이 숨어 있다. 태양처럼 빛나는 마욜의 조각들은 충만한 생명력을 품고 있으며 조용하고 조화로운 육체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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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ée MaillolPhoto: Han Jisoo  

이러한 그의 작품들은 이번 전시에서 30여 점의 대형 회화 및 다양한 크기의 작품들과 어우러지며 색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마욜 - 뤼퍼츠: 계보(繼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현대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응답으로 미술사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마욜의 조각들이 곳곳에서 시선을 붙잡았다. 부드럽고도 견고한 곡선, 정적이면서도 생명력이 깃든 형태들은 이 전시에 품격을 더하고 있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 학사,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마쳤다. 갤러리자인제노에서 파리 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도슨트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문화예술신문 아트앤컬쳐에서 에디터로서 다양한 리뷰를 제공하고, 프리랜서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한인유학생회의 창립멤버이며 프랑스 교민지 파리광장에 문화 및 예술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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