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생전 최고의 인기작 ‘사양’ 에디터스 컬렉션으로 출간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박혜미의 그림을 표지 이미지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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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대표작, ‘사양’ 에디터스 컬렉션으로 출간
다자이 오사무 생전 최고의 인기작 ‘사양’이 문예출판사 에디터스 컬렉션으로 출간됐다.
사양은 8월 앞서 출간된 ‘인간 실격’과 마찬가지로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박혜미의 그림을 표지 이미지로 사용했으며, 전문 번역가 오유리의 세심한 번역을 거쳤다.
사양은 2차 세계대전 직후 무너져가는 귀족 집안과 시대 의식을 그린 작품이다. 출간 직후 사양족이란 신조어를 만들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사후 출간된 ‘인간 실격’과 더불어 지금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는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이다.
사양의 주인공 가즈코와 남동생 나오지는 과거에 귀족으로서 누렸던 모든 지위와 특권을 잃고, 몰락한 현실에 맞닥뜨려 끊임없이 인간의 삶과 가치에 대해 생각한다. 다자이는 이 두 사람을 통해 상실의 슬픔과 삶의 허망함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다.
하지만 사양은 단순히 스러져가는 것, 몰락해가는 것을 주제로 한 작품이 아니다. 마치 모래 속에 묻힌 사금을 추어내듯, 진흙탕 같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자기 의지의 혁명을 꿈꾸고 이뤄나가는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다.
순수를 희구하던 남동생 나오지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 아편 중독자, 거의 폐인이 돼 돌아온다. 허례허식에 젖은 예술가와 귀족들에게서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면서도 그들과 어울려 방탕하게 생활한다. 죽는 순간까지 발버둥 쳤지만 결국 귀족 신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는 자신의 결심을 밀고 나가지 못한 채 시대의 낙오자가 되고 만다.
반면 가즈코는 낡은 도덕과 사상을 무시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힘든 현실을 타파하고자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아 혼자서라도 키우겠다는 뜻을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이뤄 스스로 생의 씨앗을 심었다.
사양은 일본의 패전과 몰락 계급의 비극적인 삶을 여성의 목소리로 그린 페미니즘 작품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어온 현대 독자들의 감수성에 비춰본다면 이 작품을 페미니즘 작품으로 높이 칭송한 평가가 다소 퇴색돼 보일지 모른다.
다만 “뭐든 그 사람들이 말하던 것과는 반대로 하는 것이 진정 살길이라 여기게 됐다”는 소설 속 문장은 적폐 청산을 외치고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한 이들이 정작 기성세대가 됐을 때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기득권이 된 것에 또다시 실망하고 마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듯하다. 2차 세계대전 후 격변의 시기를 겪으며, 불안과 암울이 만연한 일본 사회를 밝게 비추고 방황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다시 한번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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