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상맞고, 어이없고, 기괴한 판타지 소설 ‘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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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 정영아 지음, 좋은땅출판사, 228P, 1만4000원
좋은땅출판사가 ‘아작’을 펴냈다.
소설 ‘아작’은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인 정영아의 첫 소설집이다. 저자는 각종 매체에서 쏟아 내는 아름다운 위로의 말의 홍수에 체증을 느끼던 중 문득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또 다른 남겨진 자를 만나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집필을 결심했다. 다소 불친절한 위로를 담은 판타지 어른동화 한 편이 독자를 만난다.
책에는 ‘흑석동 생존자’, ‘무 대리의 비밀’, ‘음식남녀’로 총 3개의 단편 소설이 수록돼 있다. 소설에는 가족밖에 모르는 여자, 종을 뛰어넘는 짝사랑에 고뇌하는 무 대리, 인간 자웅 동체 커플 등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각 인물의 사정과 상황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독자의 공감을 끌어낸다.
제목인 아작은 말 그대로 조금 단단한 물건을 깨물어 바스러뜨릴 때 나는 소리를 뜻한다. 소설의 제목과 주제는 부서진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돼 있다. 저자는 이별에 있어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고 말한다. 떠난 이와 남겨진 이 모두 아픈 것이 이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모습의 이별이지만 주인공들에게는 사랑을 잃고 남겨진 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생의 과정 속에는 필연적인 이별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자는 누군가와 이미 헤어지고도 사그라지지 않는 복잡한 감정을 두고 ‘아직도 이별하는 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저자는 사랑하는 대상들이 사라져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슬픔을 그만의 섬세하고, 이색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는 내내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답답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진한 여운이 남는 이상한 소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쯤 사랑에 아파 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세상 속으로 쉽게 빠져들 것이다.
‘아작’은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주문·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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