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미술하는 작가’ 전진경의 신간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가겠다고 말했다’ > 출판

본문 바로가기

출판

‘현장에서 미술하는 작가’ 전진경의 신간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가겠다고 말했다’

본문

알록출판사가 예술가 전진경 작가의 신간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가겠다고 말했다’를 펴냈다.


fba26b9ebad895f500d35e7766480ff9_1733054405_2853.jpg
 


전진경은 ‘이웃과 예술이 필요한 장소에 스스로를 파견’해서 그림을 그려온 작가다. 대추리, 강정마을, 용산4구역과 남일당,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세월호 연장전 등 연대의 목소리가 필요한 현장마다 화가 전진경이 있었다.

2012년 전진경은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던 빈 공장에 들어가 입주 작가로 살았다. 복직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밥을 먹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흔히 현장 미술이라고 일컫는 범주를 넘어서는 관계와 만남을 경험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회화를 아우르는 새로운 예술이 저절로 피어남을 목격했고, 여러 작가와 노동자들의 협업으로 ‘부평구 갈산동 421-1 콜트콜택殿’이라는 게릴라 전시를 열기도 했다. 예술과 연대의 역동을 체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법원의 행정대집행으로 콜트 공장이 무너졌다. 해고 노동자들은 거리에 천막을 세우고 복직 농성을 계속했다. 전진경은 개인 작업실로 돌아갔다. 그런데 ‘무언가 꽤 중요한 게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드로잉 데이’를 만들었다.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오겠다고 말했다. 잠깐일 줄 알았던 선언은 농성이 끝날 때까지 4년여 동안 계속됐다.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오겠다고 말했다’는 전진경이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에 매주 찾아가서 그림을 그린 4년 여의 시간을 기록한 그림 기록집이다. 농성 천막에서 그린 140여 점의 드로잉 중 40여 점을 추려서 구성했다.

이 책에는 예술가 전진경이 매주 농성장에 찾아간 이유와 그곳에서 포착한 장면들이 담겨 있다. 천막에서의 시간과 빈틈, 공기와 분위기를 담은 이 그림 기록집은 예술과 노동, 아름다움과 쓸모, 이웃과 연대의 경계를 묻는다. 짧은 글과 회화적인 그림의 상호작용은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를 더욱 아름답고 뾰족하게 전하며, 그림 기록집이라는 새로운 모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사회에서 이질적으로 취급되는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농성 시간에도 일상과 삶이 흐르고 있음을 드러낸다. 자본주의가 해고 노동자들에게 빼앗아 갔던 생기와 유머를 화가 전진경은 자신의 회화 작업을 통해 끄집어낸다. 해고 노동자를 대상화하지 않으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이자 우정과 환대를 나누는 동료 시민으로서, 곁에 선 예술가로서 기록하고 그린다. 부당 해고에 저항하는 노동자를 목격한 예술가의 담담하면서도 따듯한 시선에서 웃음과 울림이 전해진다.

타인의 슬픔을 정면으로 그리지 않는 마음
현장과 타인을 대상화하지 않는 예술가의 주체성

긴 시간 이어져 온 연대의 흔적, 자유로운 붓질에서 드러나
작가의 생기와 현장이 주는 활력이 어우러져 
그 사이에서 피어난 역동적인 예술 세계

전진경은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농성 시간에도 일상과 삶이 깃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천막에서 만난 꽃과 새, 도구와 옷감, 갈증과 몸짓을 통해 그 안에 살아 있는 에너지를 포착한다. 사회가 그들에게서 빼앗기도 했던 생기와 유머를 회화 작업을 통해 끄집어낸다.

이런 과정 중에 전진경은 예술과 연대의 윤리, 미학과 태도에 대한 고민을 이어 갔다. 노동자를 완전히 대변하거나 그들과 동일하게 되기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이자 우정과 환대를 나누는 동료 시민으로서 자신의 예술적 행위와 마음을 표출한다.

‘우리는 분명 다른 세계에서 왔으나 그 다름으로 인해 각각의 존재가 더욱 뚜렷해졌고 지지와 연대는 깊어졌다.’

각자의 정체성을 지키며, 예술가와 노동자가 현장에서 공존하는 일상은 전진경에게 회화적 기법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전진경은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현장에서 피어나는 역동성에 몸을 맡기며 여러 가지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붓질을 했다. 기동성 있는 재료를 순발력 있게 쓰는 과정에서 회화적인 실험과 도전이 이어졌고, 이는 다시 노동자들의 일상을 노크하는 다정한 목소리가 됐다.

또한 전진경이 가진 유머와 생기는 현장 자체가 주는 고유한 에너지와 만나, 자칫 무거울 법한 이야기에 웃음과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라진 현장에 대한 애도와 기억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도착한 마음

이 책은 예술가 전진경이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과 천막에서 보낸 4년 여의 시간을 담은 기록집인 동시에, 전진경이 10여 년간 몸담아 온 코뮌이자 광장으로서의 콜트콜텍 복직 투쟁 노동자들에 관한 애도의 기록이다. 자본주의와 노동 멸시에 저항한 노동자들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자 한 시대에 대한 묵직한 헌사이기도 하다.

전진경은 콜트 공장에서 날마다 노동자들을 만났던 시기에는 그들을 그리지 않았다. 그들을 대상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후 공장이 무너지고 복직 농성 투쟁을 하는 노동자 아저씨들을 간간이 만나게 될 때, 이때부터 전진경은 ‘노동자 아저씨들’을 그리곤 했다. 그들을 ‘아는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복직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의 싸움 기록이기도 했고, 사회가 경계 밖으로 밀어내는 노동자들에 대한 응원이자, 경계를 만들고 바깥으로 사람을 추방시킨 세상을 그리는 것이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103 건

무명의 빛나는 무대, '무명이라고 아마추어는 아닙니다' 출간

배우 이헌주, 솔직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독자와 소통하다

도서 <무명이라고 아마추어는 아닙니다> 표지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지만 대중에게 낯선 배우 이헌주가 쓴 에세이 ‘무명이라고 아마추어는 아닙니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단순한 배우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넘어, 우리 사회 속 수많은 ‘무명’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아트앤컬처

열람중‘현장에서 미술하는 작가’ 전진경의 신간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가겠다고 말했다’

알록출판사가 예술가 전진경 작가의 신간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가겠다고 말했다’를 펴냈다. 전진경은 ‘이웃과 예술이 필요한 장소에 스스로를 파견’해서 그림을 그려온 작가다. 대추리, 강정마을, 용산4구역과 남일당,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세월호 연장전 등 연대의 목소리…

아트앤컬처

좋은땅출판사 ‘현대미술, 첫걸음’ 출간

예술과 가까워지는 시작: 현대미술 가이드

좋은땅출판사가 ‘현대미술, 첫걸음’을 펴냈다.임민영 지음, 좋은땅출판사, 144쪽, 1만8000원현대미술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입문서 ‘현대미술, 첫걸음’이 출간됐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미술이론과 회화를 전공하며 …

아트앤컬처

좋은땅출판사 ‘9세 이전 놓치면 평생 아쉬운 미술 공부’ 출간

우리 아이의 자기표현력과 성취감을 키우는 아트에세이 커리큘럼

좋은땅출판사가 ‘9세 이전 놓치면 평생 아쉬운 미술 공부’를 펴냈다.미술 교육은 아동이 ‘나’라는 존재를 마주하고, 관심 있는 주제나 생각을 그림으로 확장해 기록하는 과정이기에 굉장히 소중하다. 특히 9세 이전 아동에게 ‘그림’이라는 도구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박민수

이건행 시인, 신작 시집 '상사화 지기 전에' 출간…삶에 대한 연민과 뭉근한 슬픔 담

'상사화'처럼 피어나는 감정, 삶에 대한 성찰

인문학 책 비평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건행 시인이 새로운 시집 '상사화 지기 전에'를 출간하며 독자들과 만난다. 이번 시집은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따뜻한 시선을 담아내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상사화 지기 전에' 표지시집에 수록된 '사랑의 무게'…

아트앤컬처

‘공연예술 프로덕션 강의 The Essentials of Performing Arts Production’ …

좋은땅 출판사가 공연예술의 복잡한 구조와 과정에 대해 구체적이고 생생한 현장 경험을 담아 체계적으로 정리한 ‘공연예술 프로덕션 강의(The Essentials of Performing Arts Production)’를 펴냈다. 이 책은 출간 직후 알라딘 예술경영/공연기…

아트앤컬처

예스24, 미리 보는 2024 노벨문학상 기획전 진행

유력 후보 예상 댓글 이벤트부터 특별 굿즈·그래제본소 펀딩까지 다양한 콘텐츠 마련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기획전을 실시한다.  미리 보는 2024 노벨문학상 기획전 진행(이미지=예스24)예스24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유력 후보를 미리 예상해 보거나 역대 수상자들을 돌아보는 코너, 수상작…

박민수

디자인과 지식재산권의 역사를 탐구하다…“미래를 바꾼 디자인 전쟁” 발간

손동주, 신윤선, 이정목 디자이너가 공동 집필한 “미래를 바꾼 디자인 전쟁: 디자인 분쟁사례를 통해 배우는 지식재산권의 역사와 미래”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디자인의 아름다움과 혁신 뒤에 숨겨진 치열한 지식재산권 전쟁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디자인과 지식재산권의 …

아트앤컬처

알라딘, 2024년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

상반기 베스트셀러부터 독자 투표로 선정된 이달의 책까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2024년 상반기 국내 도서 판매량을 종합한 결과,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패트릭 브링리, 웅진지식하우스)가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표지​나는 메트…

박민수

미래엔 북폴리오, 670만 독자가 열광한 판타지 대작 ‘포스 윙’ 출간

교과서 발행 부수 1위 기업 미래엔의 성인 단행본 출판 브랜드 북폴리오가 전 세계에 ‘은빛 팬덤’ 열풍을 몰고 온 판타지 대작 ‘포스 윙’ 한국어판을 오는 24일 출간한다. 미래엔 북폴리오가 오는 24일 670만 독자가 열광한 판타지 대작 ‘포스 윙’ 한국어판…

박민수

‘클래식 톡톡’ 출간… 비올라로라 정민경의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입문서

가볍게 두드려 보는 클래식 음악, 비올리스트이자 클래식 강연자의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클래식 이야기

클래식스가 비올라로라 정민경의 쉽고 재미있는 클래식 입문서 ‘클래식 톡톡(Talk Talk)’을 출간했다. ‘클래식 톡톡(talk-talk)’ 표지 비올라로라 정민경은 문화예술콘텐츠 기업 클래식스의 대표로, 뮤지션, 기획자, 방송인, 강사, 컨설턴트,…

박민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인권그림책’ 시리즈 발간

국내외 13명의 그림책 작가 공동 작업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다채로운 시선을 그리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민주인권그림책’ 시리즈를 출간했다고 4일 밝혔다.민주인권그림책  ‘민주인권그림책’은 사업회가 기획하고 사계절출판사가 발간하는 논픽션 그림책 시리즈(전 8권)로, 2022년부터 사업회에서 진행해 온 기념관 개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트앤컬처

좋은땅출판사 ‘인생, 연기처럼’ 출간

뮤지컬을 통해 삶의 의미를 탐구하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뮤지컬을 통해 작은 꿈이 큰 행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 ‘인생, 연기처럼’이 출간됐다. 이 책은 저자가 뮤지컬을 통해 경험한 변화와 성장을 바탕으로 삶의 가치를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영감을 제공한다.&n…

박민수

비즈니스북스 ‘어떻게 팔지 막막할 때 읽는 카피 책’ 출간

기획자, 마케터, 광고인, 셀러라면 꼭 알아야 할 팔리는 글 작성법

비즈니스북스가 뒤돌아선 고객의 지갑도 당장 열게 하는 강력한 카피의 마법을 담은 ‘어떻게 팔지 막막할 때 읽는 카피 책’을 출간했다. 비즈니스북스 ‘어떻게 팔지 막막할 때 읽는 카피 책’ 표지 ​‘침대는 과학입니다’, ‘일요일은 0000 요리사…’처럼…

박민수

트래블라이크 ‘팔로우 스페인·포르투갈 최신 개정판’ 출간

트래블라이크가 유럽 여행 1순위 스페인·포르투갈의 ‘진짜’ 최신 정보를 선별해 담은 ‘팔로우 스페인·포르투갈 최신 개정판’을 출간했다. 트래블라이크 ‘팔로우 스페인·포르투갈 최신 개정판’ 표지 다양한 문화가 융합해 독자적인 색을 쌓아 올린 정열의 나라…

박민수
게시판 전체검색
다크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