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유산박물관: 변이-파비엔느 베르디에, 중세·고전 건축 속에서 펼쳐지는 동시대 미술/ 크로모스코프-컬러필드 운동을 바라보다/ 파리1925-아르데코와 그 건축가들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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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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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유산박물관: 변이-파비엔느 베르디에, 중세·고전 건축 속에서 펼쳐지는 동시대 미술/ 크로모스코프-컬러필드 운동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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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2일 – 2026년 2월 16일/ 2025년 10월 22일 – 2026년 2월 16일/ 2025년 10월 22일 – 2026년 3월 29일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 Mute - Fabienne Verdier, L’art contemporain au cœur des architectures médiévales et classiques/ Chromoscope-Un regard sur le mouvement color field/ Paris 1925-l'Art déco et ses architectes


건축유산박물관은 파리 트로카데로에 자리한, 프랑스 건축과 도시유산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대표기관이다. 중세에서 현대까지 이어지는 건축 모형, 프레스코, 모울드, 도면과 함께, 동시대 건축을 탐구하는 전시까지 아우른다. 프랑스 건축사의 거대한 축적을 시각적으로 펼쳐 보이는 동시에 오늘의 건축·도시 담론을 연결하는 연구·교육 플랫폼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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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현재 이 곳에서는 3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첫 번째 전시 <변이-파비엔느 베르디에> 는 중세와 고전 건축을 배경으로 한 추상 회화를 선보인다. 작품 속 색과 제스처는 과거와 현대의 감각을 연결하며 관람객에게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 미국 컬러필드 회화의 유산과 오늘의 창작이 뒤섞인 이 전시는 중세와 고전 건축과의 대화를 시도하며 유산과 추상의 만남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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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파비엔느 베르디에가 지난 30여 년 동안 제작한 약 40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중세와 고전 시대의 거대한 석고 모형들이 빚어내는 몰드 갤러리(Galerie des moulages)의 건축적 볼륨 앞에서 베르디에의 작품들은 유동적이고 표현적인 추상적 제스처를 펼쳐낸다. 강렬한 선의 에너지와 건축적 공간의 침묵이 맞부딪히며 과거와 현재가 서로 응답하는 몰입적 공간이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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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전시 제목 Mute는 ‘변화시키다, 탈바꿈하다’는 뜻의 동사 muter에서 출발한다. 베르디에는 제스처를 통해 이루어지는 변화, 그리고 색과 움직임이 지닌 표현력을 탐구한다. 이는 추상의 역사를 이으면서 독자적 목소리를 분명히 들려주는 사색적 경험을 관객에게 제안한다. 전시는 전통과 동시대 창작 사이의 길을 함께 그리며 회화와 건축의 관계가 얼마나 생동감 있게 살아있을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미국 컬러필드의 유산과 오늘의 창작 사이에서, 중세·고전 건축과 대화를 나누며 유산과 추상의 만남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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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두 번째 전시< Chromoscope> 는 1955년부터 1992년까지의 미국 컬러필드 회화를 중심으로 색채 추상의 흐름과 현대 미술에 끼친 영향을 조망한다. 헬렌 프랭켄탈러(Helen Frankenthaler), 케네스 놀랜드(Kenneth Noland) 등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전후 미국 미술의 실험정신을 한눈에 보여준다. 1955년에서 1992년 사이의 컬러필드와 포스트-페인터리 회화를 탐구하기 위해 사립 콜렉션과 재단 소장품에서 온 23점의 대형 회화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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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성당의 예배당과 중세 프레스코들 사이에 전시되며 추상 작품들의 색채적 기념비성과 고전 장식의 서사적 풍요를 맞붙인다. 예상 밖의 만남은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내며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줄레서 올리츠키(Jules Olitski), 모리스 루이스(Morris Louis), 로버트 마더웰 (Robert Motherwell), 래리 푼스(Larry Poons),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등 핵심 예술가들은 형상을 폐기하고 색채 자체를 주제로 삼았다. 빛의 장막, 진동하는 색의 장, 색채의 격자들이 관객을 풍부한 화폭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이 흐름은 전후 미국 미술의 중요한 축이며 오늘날의 창작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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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전시는 색면추상이 왜 20세기 미술사의 한 축을 형성했는지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했다. 서사나 상징을 걷어낸 자리에서 색과 형태만이 전면에 남았을 때, 그 단순함이 오히려 밀도 높은 감각을 만들어낸다. 넓게 펼쳐진 색의 덩어리들은 관객의 시선을 차분히 끌어당기고 느린 리듬의 형태들은 공간의 호흡을 미묘하게 바꿔 놓는다. 색만으로도 공간과 감정의 균형이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점이 상당히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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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마지막으로 <파리 1925-아르데코와 그 건축가> 들은 1925년 파리 국제장식미술박람회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이다. 아르데코 건축과 당시 혁신적 건축가들의 발자취를 재조명하는데, 가상 모형을 중심으로 1925년 박람회를  재현한다. 관람객은 근대 건축의 거장들이 남긴 상징적 건축물과 창작 여정을 다시 따라가며 이들의 작업이 태동하던 근대성 개념과 어떻게 얽혀 있었는지 탐색하게 된다.또한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진 창조적 흐름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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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1925년 4월 28일, 그랑 팔레와 앵발리드 사이에서 개막한  파리 국제장식미술박람회는 전후 사회의 격렬한 변화 속에서 솟아오른 창조적 활력을 반영했다. 이 박람회는 아르데코 양식의 도약대가 되었고 오귀스트 페레(Auguste Perret), 앙리 소바주(Henri Sauvage),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같은 선구적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샤를 플뤼메(Charles Plumet)가 총괄한 대담한 전시관들은 자연과 긴밀한 대화를 이루며 새로운 건축·도시·장식미술적 접근을 실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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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사회는 새로움을 갈망하며 현대적 감각을 향한 움직임을 키워갔다. 장식미술은 건축, 도시, 근대적 도시계획에 대한 새로운 사유와 공명하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1902년 토리노에서 열린 첫 국제 장식미술전 이후, 프랑스 창작자들은 1911년부터 정부에 이러한 국제행사를 파리에서 개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행사는 당대 장식미술가들의 현대적 창작에 전적으로 헌정되었고 새로운 건축적 도전을 반영한 전시관들에서 그 작품들이 선보여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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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1925년 박람회는 선언이자 도약대였다. 오늘날 아르데코라 불리는 양식을 탄생시키며 프랑스 창조예술의 정수를 한자리에 모았다. 프랑스 장식미술 협회(Compagnie des Arts français), 1912년 가을 살롱(Salon d’Automne), 페레 형제가 설계한 샹젤리제 극장 등 상징적 건축물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다양한 실험적 건축 방식, 새로운 도시계획적 접근, 자연과 건축의 조화로운 관계에 대한 탐구가 이 안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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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té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Photo: Han Jisoo 

이번 전시는 1925년 파리 박람회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너머 당시 건축가들의 창작 세계를 반추할 수 있게 한다. 전시의 동선을 따라가며 주요 건축가들의 설계 과정을 살펴보니 그들의 작품이 어떻게 근대성이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특히 아르데코 정원, 건축과 자연이 서로를 보완하며 만들어내는 섬세한 조화가 눈에 들어왔다. 단순한 장식이나 배경이 아니라 건축가들의 공간 설계 철학과 근대적 미감이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 움직이는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1925년 전시관과 당시 건축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이 남긴 아르데코 양식과 근대적 시도를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전시였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예술 현장의 숨결을 기록하며 언어와 문화 사이의 미묘한 결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현재는 다양한 문화예술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파리의 이야기를 수집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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