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김범중·정직성 2인전 <진동하는 선>
본문

기 간: 2026.09.10.(목) ~ 2026.10.10.(토)
주 소: 서울시 종로구 평창길 339
전시 소개
이번 전시에서는 하나의 조형 언어인 ‘선’이 작가와 재료에 따라 각기 다른 운동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김범중 작가의 장지 위에 축적된 검은 연필선은 조용히 안으로 침잠하면서 화면에 잔잔한 진동을 만들고, 정직성 작가의 옻칠 위에서 빛을 발하는 자개의 선은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며 화면 전체를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잔잔함과 역동성, 침잠과 확장, 고요한 호흡과 강한 파동은 서로 대비되지만, 그 근원에는 세밀하게 움직이는 선들을 통해 사유가 깃든 진동을 느낄 수 있다.
김범중은 오랜 시간 종이와 연필을 매개로 작업해왔다. 장지 위에 날카로운 연필을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해 긋는 그의 작업은 ‘그린다’는 표현보다 ‘긋는다’는 말이 더 적절할 만큼 섬세하고 집요한 행위를 기반으로 한다. 한 선을 긋고 또 다른 선을 더하는 행위가 오랜 시간 반복되면서 화면에는 수많은 선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렇게 일정한 방향으로 반복된 축적에는 작은 차이가 존재하게 되고 이는 잔잔한 진동을 감지하게 한다. 선과 선 사이의 간격, 연필의 압력과 속도, 선의 굵기와 농도에서 비롯되는 미세한 차이가 한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화면 전체에 잔잔한 떨림을 만들어낸다.
정직성은 자개와 옻칠이라는 서로 다른 물질의 긴장과 빛의 변화 속에서 보다 역동적인 선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옻칠로 완성된 깊고 어두운 표면 위에 얇게 간 조개 껍데기를 잘게 쪼개고 오려내어 붙이고 박아 넣는다. 하나의 이미지가 완성되기까지 나무판 제작과 자개 작업, 여러 차례의 옻칠과 벗겨내는 과정이 이어진다. 오랜 시간의 노동을 거쳐 완성된 표면 위에서 자개는 빛을 반사하고, 보는 위치와 빛의 방향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모습을 드러내며 화면 안에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진동은 표면에 머무르지 않고 시선을 움직이게 하며, 화면 전체를 살아 움직이는 장면으로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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