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로 은유한 꿈과 불안의 세계 - 전시《 수면의 심연 》개최
본문
아트 포 랩(Art For Lab.)은 2023년 첫 기획 초대전으로 채다온 작가의 개인전 《수면의 심연 Abyss of Slumber》을 오는 10월 21일(토)부터 10월 29(금)까지 개최한다.
채다온(b.1994)은 불안의 속성과 불안이 잠겨오는 내재 및 외재적 환경의 관계를 주의 깊게 관찰하여, 주 매체인 회화를 필두로 그림책과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스스로 발명한 서사를 전달하는 작가이다. 누군가에게 가정은 현실보다 강한 존재감을 지닌다. 곁에서 지켜본 채다온 작가는 꿈을 그렸다. 저마다의 삶에서 그토록 간절히 바라 마지않는 소망은 그의 그림에서 다양한 꿈의 얼굴로 드러난다. 우리의 밤에 찾아와 아침이면 떠나는 요정으로 나풀거리기도, 잠든 사이에 나도 모르게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딸의 머리맡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황망하고 충격적인, 그래서 더 아름다운 꿈의 초상을 그린다.
채다온, 부서지는, 2019, 캔버스에 유채, 33.3x45cm (사진=아트포랩)
채다온, 바라보는 수면, 2019, 캔버스에 아크릴, 145x112cm (사진=아트포랩)
잠과 꿈이 깃든 수면睡眠의 한편, 고이 빗어 흘러내리고 차오르는 수면水面 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인간이 스스로의 수심愁心 의 깊이를 알 수 있을 리 없건만, 고개를 떨어뜨린 인물들은 하염없이 발끝으로, 어깨 아래로, 턱 끝까지 차오르는 물의 표면과 그 너머의 심연을 바라본다. <물고기 여인>(2016) 연작과 이후에 그린 <수면>(2019) 연작에서 물은 불안을 일으키는 내재 및 외재적 환경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각각의 작업에서 불안을 ‘호흡 곤란’에 빗대어 묘사하는데,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을 신체 현상으로서 표현함과 동시에 인간은 물속에서, 물살이는 물 밖에서 느끼는 감정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본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는 <수월도>(2023)는 탱화 등 불교미술의 색채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가의 삶의 태도를 은유하는 작업이다. 일렁이는 물살은 사실 머리카락으로 이루어진 환영으로 인물의 정신을 의미한다. 작가는 인간이 아무리 ‘앎’을 얻으려 해도 결국 자신이 지닌 ‘삶’의 빛을 깨닫지 못하고 번뇌의 방향으로 몰두한다는 사실을 짚어내며 고뇌하는 인물의 턱을 빛의 방향으로 들어 올리는 대신, 물을 바라보는 자의 마음에 평안의 풍경이 함께 깃들 수 있도록 등 뒤에서 은은하게 감싸는 달빛을 수면 위에 비춘다. 짙은 서사 속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결코 단일하지 않다. 비록 그림 속 인물들에게 주어진 운명과 고뇌의 총량은 동일했을지라도, 그들은 심연의 부름에 따라 각기 다른 길을 간다.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는 우리 또한 바다를 찾아 떠날 수도 있고, 내 안에 이미 잠겨있던 바다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트 포 랩(Art For Lab.)은 경기도 안양시 평촌학원가에 위치한 지역 내의 독립 예술 공간이자 지역 작가들의 공유 작업실로, 예술단체 KAP(케이에이피)가 운영하는 다매체적 예술 실험 공간이다. 예술 매개자로서의 아트 포 랩은 시민 관람객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 한편 공간으로서의 아트 포 랩은 지역 작가들을 포함하여 기회가 필요한 예술인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협업하는 기획자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