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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시

이안리 개인전 《After the Hull》 개최

우손갤러리 서울, 2026. 5. 28. -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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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손갤러리 서울은 2026년 5월 28일(목)부터 7월 25일(토)까지 이안리 작가의 개인전 《After the Hull》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신작 타원형 회화 3점과 150호 대형 캔버스를 포함한 회화 작품 5점, <물과 뭍> 연작 13점, 그리고 가변 설치 형식의 드로잉 작업까지 함께 소개하며, 작가가 삶 속에서 길어 올린 물질과 시간 사이에서 발견해온 표면의 상태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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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nlee Lee, Ophelia, 2025, mixed media on canvas, 91.5 x 117 cm ⓒ 작가, 우손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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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nlee Lee, 나는 모든 것이 가라앉고 난 뒤 끝내 남는 것입니다 I Am What Remains After All Things Sink, 2026, 
sand, acrylic on canvas, 227.3 x 181.8 cm ⓒ 작가, 우손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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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nlee Lee, 물과 뭍 Terraqué 22, 2026, 선박 잔해물 위에 혼합재료, 47 x 64.5 x 5 cm ⓒ 작가, 우손갤러리 서울


전시 제목 《After the Hull》은 ‘선체 이후의 상태’를 의미한다. 이안리는 배를 완성된 구조물이 아닌 오랜 시간 물과 바람, 햇빛, 염분을 견디며 닳아가는 살갗처럼 바라본다. 선체(hull)는 바다를 통과하며 가장 먼저 부식되고 갈라지며 원래의 형태를 잃어 가지만, 작가는 바로 그 “이후”의 상태에 주목한다. 침몰 이후, 방치된 이후, 시간이 지나며 페인트가 갈라지고 철이 녹슬고 층이 벌어지는 과정 속에서, 사라짐은 단순한 손상이 아니라 또 다른 표면과 피부를 만들어낸다. 사라짐은 단순한 손상이 아니다. 오히려 기능을 잃어가는 과정 속에서 또 다른 표면이 만들어진다. 균열이 생기고 마모가 반복되며, 녹과 염분이 쌓인 자리에는 이전에는 없던 피부가 생겨난다.

이번 전시의 작업들은 하나의 선명한 이미지라기보다 서로 다른 세계가 포개진 상태에 가깝다. 녹슬고 벗겨진 배의 표면, 따개비, 모래, 염분, 미생물, 해조류 등 나열할 수 없는 물질들은 모두 <물과 뭍> 연작의 일부가 된다. 물살을 가르고 몸체를 떠받치던 껍질들은 기능을 잃은 채 바닷속을 떠돌다가 작가의 손을 거쳐 다시 화면 위로 떠오른다. 색 또한 하나의 색채라기보다 오랜 시간 부식되고 닳아가며 생긴 흔적들에 가깝다. 가늠되지 않은 수명 동안 형성된 갈라진 페인트 틈 사이로 드러나는 층위, 녹슨 철이 만든 얼룩, 마모된 표면이 가진 불규칙한 질감들은 하나의 화면 안에서 서로 충돌하며 존재한다.

이안리는 오랜 시간 표면(surface) 자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왔다. 종이 위에 수없이 연필 선을 반복해 긋고, 모래를 화면 위에 문질러 바른 뒤 다시 덮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한다. 화면은 하나의 이미지를 향해 가기보다 마찰과 손상, 축적과 제거가 반복된 흔적들로 남는다. 특히 이번 전시에 포함된 드로잉 작업은 작가의 내면을 설명하기보다 재료가 지나온 시간을 그대로 드러낸다. 오래된 종이 위에 남겨진 연필 선과 마찰의 흔적, 눌림과 변색은 종이 위에 새겨진 물리적 시간에 가깝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가변 설치 드로잉 작업 〈매듭 이후의 시간〉은 재료를 다루는 작가의 보다 직관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1층과 2층을 가로지르는 벽면 위에 수직적으로 설치된 드로잉과 낚싯찌, 브론즈 모빌, 그리고 공간 위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는 평면과 입체, 재료와 이미지의 경계를 넘어서며 하나의 장면을 만든다.

또한 새롭게 선보이는 타원형 회화는 기존의 사각 프레임을 벗어나 보다 유기적인 움직임을 만든다. 모래와 안료가 겹겹이 쌓인 표면은 완결된 이미지라기보다 물결이나 파편처럼 계속해서 번지고 이어지는 상태를 환기시킨다. 두텁고도 촘촘히 빛나는 표면들은 마치 시간이 화면 위에 천천히 퇴적된 풍경처럼 다가온다.

미술비평가 김지연은 이번 전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표면은 단순히 외부를 감싼 표피가 아니라, 내부에서 밀어붙인 힘이 시간을 들여 도달한 자리,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가장 첫 번째 장소다.”

또한 그는 이안리의 작업을 두고 “삶이 표면으로 밀려나온 상태를 다루는 작업”이라고 설명하며, 작가의 표면은 단순한 형식적 결과가 아니라 관계와 시간, 마찰의 감각이 퇴적된 자리라고 이야기한다.

바다에서 부서진 선박의 껍질을 건져 올리는 행위, 배에 머물렀던 의자와 낚싯찌 등을 수집하는 과정, 그리고 물과 뭍 사이를 오가는 움직임은 모두 작가가 반복해 온 행위들이다. <나는 모든 것이 가라앉고 난 뒤 끝내 남는 것입니다>, <나는 침몰 이후에도 자라납니다>와 같은 작품들 역시 형태가 사라진 이후에도 끝내 남아있는 것들에 관한 작업이다.

《After the Hull》은 사라진 것 이후에도 끝내 남아있는 표면들에 관한 전시이다. 기능을 잃고 부식되고 벗겨진 물질들은 더 이상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지만, 세계와 부딪히고 시간을 통과한 흔적을 몸에 남긴 채 또 다른 피부가 된다. 이안리의 표면은 단순한 형식의 결과가 아니라, 삶이 끝까지 밀려나서 도달한 자리이자 시간과 마찰이 퇴적된 장소이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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