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클래식 2025: 소프라노 파트리샤 프티봉과 아마릴리스 앙상블
본문
“소프라노 파트리샤 프티봉과 아마릴리스 앙상블의 1인극 오페라!”
장 필립 라모의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 4막 야만인들 중의 앵콜곡 연주를 들으면서 한화클래식의 지난 13년간의 추억들이 생생히 지나갔다.
2016년 3월 5~6일 시대악기로 연주한 <마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 한화클래식 초청연주가 가장 흥미로웠던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 중 ‘야만인의 춤’이 앵콜로 다시 한번 연주돼 이날 연주의 절정을 이뤘던 기억이 떠올랐다.
올해 2025년 한화클래식은 소프라노 파트리샤 프티봉과 아마릴리스 앙상블의 1인극 오페라로 꾸며져, 역대 한화클래식들이 고음악 앙상블들의 연주로만 구성됐던 것들과 달리 무대에서 연주되는 콘셉트의 전환을 가져왔다.
2025 한화클래식 소프라노 파트리샤 프티봉과 아마릴리스 앙상블 무대(사진 한화클래식)
“<마법사의 불꽃> 프로그램으로 기존의 소프라노들과 다른 색다른 매력 선보여!”
17세기와 18세기 프랑스 오페라는 서양음악사에서도 아주 독특한 영역이다. 끊임없이 이탈리아 음악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독특한 음악 전통을 굳건히 간직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음악 비극’은 루이 14세의 후원을 받으며 베르사유 궁전과 파리에서 확립된 고유한 형식으로 릴리에서 시작해 라모까지 이어졌다.
2024/25 시즌 프랑스 출신의 소프라노 파트리샤 프티봉은 바로크 연주단체 아마릴리스 앙상블과 함께 <왕들의 운명>과 <마법사의 불꽃> 두 개의 프로그램을 국제무대에서 선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서울 무대에서는 <마법사의 불꽃> 프로그램으로 기존의 소프라노들과 다른 그녀만의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메데이아, 키르케 등 위대한 여성 배역을 통해 대혁명 이전 프랑스 오페라의 역사를 탐구하며, 프랑스 오페라의 핵심인 다양한 춤곡과 관현악곡도 들려줘 저항할 수 없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매력과 장엄하고 우아하지만 다소 인위적인 프랑스 오페라의 화합과 충돌, 그리고 융합의 전통을 보여준 독특한 콘셉트의 공연을 펼친 것이다.
이런 소프라노 파트리샤 프티봉의 1인극 오페라는 올해 13회까지 이어져 온 역대 한화클래식들의 공연 콘셉트와 전혀 달라, 한화클래식이 흡사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관객들로 하여금 갖게 만들었다.
실제로 2016년 3월의 ‘마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 한화클래식 연주회는 굴룩의 ‘돈 주앙, 석상의 연회’나 라모의 상상교향곡들이 12년 전 2013년 3월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성남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 시 메인곡들로 펼쳐보인 레퍼토리들이어서 “단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지휘하며 마크 민코프스키의 익살스런 해설이 정통 오케스트라 연주와 다른 맛과 재미를 선사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2015년 6월 20일 있었던 18세기 오케스트라-한화클래식은 고전시대의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의 클래식 만찬을 통해 진짜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연주를 만났을 시간으로 기억될 음악회였다.
10년 전인 그해 6월 20일(토)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18세기 오케스트라(지휘: 케네스 몽고메리)는 설립 지휘자인 프란스 브뤼헨이 18세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정말 오케스트라에 마법의 숨결을 불어넣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런 브뤼헨이 2014년 8월 타계해 이번 서울 연주회에 동행할 수 없어 한편으론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지만, 브뤼헨의 자리를 채워준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의 케네스 몽고메리와의 호흡도 무르익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그해 5월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이후 톱 퀄리티의 고음악 악단의 밸류가 다시 한번 그대로 전해져왔다.
“무대공연 콘셉트의 변화 시도한 한화클래식과 SAC 월드스타 시리즈, 비슷한 맥락(脈絡)!”
최근 클래식 공연장에서 무대공연 콘셉트의 변화를 시도한 공연들로는 한화클래식과 SAC 월드스타 시리즈가 있는데, 이들 공연이 이런 콘셉트의 변화로 비슷한 맥락을 보여주는 공통점을 갖는다.
2023년 10주년을 맞이한 한화클래식이 2024년 11월 말에는 베를린을 대표하는 고음악 앙상블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리아스 실내합창단’의 연주와 공연으로 진정성 있는 시대연주의 울림과 인간의 목소리로 전하는 고음악의 무한한 감동을 선사했었다.
역대 한화클래식의 공연들과 달리 지난해 11월 23~24일의 무대는 최정상급 고음악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Akademie für Alte Musik Berlin)와 세계에서 가장 명망 높은 합창단으로 손꼽히는 리아스 실내합창단(Rias Kammerchor Berlin)의 협연으로 꾸몄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별화를 보였다.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는 1982년 베를린에서 설립된 이후 고음악 연주에 있어 세계 최고의 실내 관현악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고, 이 아카데미와 리아스 실내합창단과의 관계는 특별히 언급할 만해, 이들의 관계는 무려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런 밀접한 관련이 협연에서 고스란히 묻어져 나왔다.
첫날의 바흐 ‘칸타타 내 마음에 근심이 많도다’와 헨델의 ‘주께서 말씀하셨다’는 개인의 고민과 공적인 음악으로 대비됐고, 둘째 날의 연주곡 바흐의 ‘마니피캇’은 개인적인 감사를 역사적이고 집단적인 차원으로 확대하는 기쁨의 노래를 보여줬다.
올해 2025년 3월 29일(토)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SAC 올해 ‘클래식 월드스타 시리즈’의 첫 막은 르네 야콥스가 이끄는 B'ROCK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헨델 오라토리오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여서, 한화클래식과 마찬가지로 무대공연 콘셉트의 변화를 시도한 비슷한 케이스의 공연으로 주목할 만했다.
2024년 SAC 월드스타 시리즈의 지난해 공연들이 세르게이 바바얀, 피에르 로랑 에마르, 피터 야블론스키, 안젤라 휴이트 등 피아니스트에 집중해 “피아노 편중”을 보여 준 것과 달리, 올해 출발선은 장르의 방향타를 종교 음악으로 돌려 신선한 무대를 선보였다.
피아노로 채워졌던 무대를 바로크 오라토리오로 전환한다는 결정만으로도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간만의 청각적 환기였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