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팔레: 마티스 1941 – 1954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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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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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팔레: 마티스 1941 –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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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4일 – 7월 26일 
Grand Palais: Matisse 1941 – 1954 

파리의 중심에서 시간을 가로지르는 전시의 무대를 구축해온 그랑 팔레는 1900년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탄생한 이후, 예술과 과학, 공공성이 교차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해왔다. 유리와 철골이 빚어내는 장대한 돔 아래, 시대의 미학은 언제나 지금의 감각으로 다시 살아난다. 현재 이곳에서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1869-1954)의 말년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가 진행중이다. 3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색채와 형태, 제스처의 자유를 끝까지 밀어붙인 그의 창작 여정을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회화에서 과슈 컷아웃(gouaches découpée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마티스의 예술적 탐구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 창작의 에너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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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nd Palais, Photo: Han Jisoo  

1941년 마티스는 생명을 위협할 만큼의 중대한 외과 수술을 겪은 뒤 가까스로 회복한다. 그는 이 경험을 계기로 스스로가 ‘두 번째 삶’에 들어섰다고 느꼈다. 이후 1954년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는 그의 예술 세계에서 유례없는 창작의 절정기로 평가된다. 이 시기 마티스는 이전 어느 때보다도 왕성한 작업량을 보였을 뿐 아니라, 표현 방식에서도 대담한 확장을 시도했다. 드로잉을 비롯해 삽화집, 직물, 스테인드글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의 지평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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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Palais, Photo: Han Jisoo  

전시는 「루마니아 풍의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La Blouse roumaine)」으로 시작된다. 붉은 배경 위에 자수가 놓인 블라우스를 입은 여성을 그린 이 작품 옆에는 제작 과정의 여러 단계를 보여주는 대형 사진들이 함께 전시된다. 이는 1945년 마티스가 직접 구성했던 마에그트 갤러리(Galerie Maeght)에서의 전시 방식을 바탕으로 한 연출이다. 이 자료들을 통해 관람객은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듯한 흰 블라우스, 심장 형태를 떠올리게 하는 윤곽, 점차 단순해지는 문양, 그리고 강렬한 붉은색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며 변화해 온 창작의 흐름이 드러난다. 하나의 회화가 완성되기까지 거쳐 온 단순화의 과정을 보여주며 본질에 다가가려는 그의 조형 원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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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Palais, Photo: Han Jisoo  

 
이번 전시는 색을 잘라내는 행위를 통해 형태가 확장되고 호흡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마티스 작업의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소규모 작업에서 대형 구성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작품들은 그의 시각적 리듬과 공간 감각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특히 말년의 회화 작업은 그의 예술 세계가 도달한 정점으로 평가되며 방스에서 제작된 인테리어(Intérieurs de Vence) 연작을 통해 그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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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Palais, Photo: Han Jisoo  

한편 전후 시기에도 그의 창작은 계속된다. 1946년 파리시립미술관 (Musée national d’art moderne)에서 열린 「Art et Résistance」전에 참여했고 이어 1947년부터는 방스 로제르 성당(Chapelle du Rosaire, à Vence) 프로젝트에 착수해 약 3년에 걸쳐 작업을 이어간다. 이 시기 그의 활동은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대형 공공 프로젝트로까지 확장되며 예술적 실험을 멈추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추상미술의 흐름을 이끈 선구적 작가로서 국제적 위상을 확고히 한다. 또한 변화와 확장을 거듭해 온 그의 예술 전체는 하나의 흐름으로 읽힌다.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는 아틀리에의 분위기 속에서 관람객은 마티스가 만들어낸 세계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된다. 전시는 그의 작업 세계를 하나의 정원처럼 펼쳐 보이며, 색채와 형태가 어우러진 감각적인 경험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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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Palais, Photo: Han Jisoo  
 

말년에 이르러 그는 과슈 컷아웃 기법을 통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완전히 새롭게 구축한다. 말 그대로 색칠한 종이를 오려 붙이는 작업 방식이다. 먼저 종이에 과슈 물감으로 강렬한 색을 칠한 뒤, 이를 가위로 잘라 형태를 만든다. 이후 잘라낸 조각들을 벽이나 캔버스 위에 옮기며 배치하고, 위치를 계속 바꾸어 가며 하나의 구성을 완성한다. 보통 콜라주는 여러 재료를 붙이는 데 초점이 있다면, 마티스의 컷아웃은 색과 형태 자체를 공간 속에서 직접 조각하듯 다루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평면 작업이면서도 굉장히 리듬감 있고 공간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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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Palais, Photo: Han Jisoo  

이렇듯 단순한 제작 방식에 그치지 않고, 형태를 최소화해 보편적인 감각에 도달하려는 시도로 발전한 것이다. 이 기법은 복제와 대형 작업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며, 그의 예술 속에 내재된 장식성과 건축적 감각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마티스의 말년은 창작이 쇠퇴하는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언어를 완성해 나가는 시기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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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Palais, Photo: Han Jisoo  
 

컷아웃 작업이 활발하던 시기에도, 마티스 예술의 중심에는 여전히 회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회화는 더욱 넓어진 공간감과 강렬한 색채 그리고 밀도 있는 구성으로 전개되며 다양한 형식 실험과 함께 확장된다. 회화와 컷아웃이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표적인 컷아웃 과슈 연작들 역시 한 시기 안에서 긴밀하게 연결된 창작의 세계를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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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Palais, Photo: Han Jisoo  


1943년 『재즈(Jazz)』 앨범을 통해 채색한 종이를 오리고 조합하는 방식을 본격적으로 정립한다. 이후 1948년부터는 작업실 벽면을 대형 컷아웃 작품들로 채우며, 색과 형태를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배치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이렇게 핀으로 고정된 색면들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다시 배열되며,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구성으로 확장된다. 한편 이러한 작업 방식의 바탕에는 연작을 통한 반복과 변주의 원리가 있다. 동일한 모티프를 여러 방식으로 되풀이하며 새로운 변형을 만들어내는 접근은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구조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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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Palais, Photo: Han Jisoo  

 
1952년은 마티스의 조형 언어가 절정에 이른 시기다. 이 해 그는 「왕의 슬픔(La Tristesse du roi)」과 「푸른 누드(Nus Bleus)」연작을 제작하며 색채와 형태를 극도로 응축한 작업을 선보인다. 같은 해 완성된 대형 스테인드글라스 「성탄의 밤(Nuit de Noël)」은 뉴욕 록펠러 센터(Rockefeller Center)에 설치되며 그의 작업이 공공 공간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된다. 이후 1954년에는 넬슨 A. 록펠러(Nelson A. Rockefeller)의 의뢰로 포칸티코 힐스 유니언 교회(Church of Pocantico Hills)를 위한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진행한다. 그는 같은 해 11월 1일 마지막 작품 「장미창(Rosace)」의 마케트를 완성하며 창작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11월 3일 니스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의 장례식은 국제적으로 보도되었고 한 시대를 대표한 예술가의 마지막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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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Palais, Photo: Han Jisoo  


연필과 붓, 가위에 이르는 다양한 도구를 통해 마티스는 조형 언어를 극도로 정제해 나간다. 그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그것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기호만 남기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방식은 관람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며, 이미지와 상상 사이에서 다양한 의미가 생겨나도록 이끈다. 결국 그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형태와 색채, 그리고 우리가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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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Palais, Photo: Han Jisoo  

 
사후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마티스는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여전히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 조형예술가 이사벨 페레이라(Isabelle Ferreira)는 마티스의 제스처에서 자신과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한다고 말하고, 패션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장-샤를 드 카스텔바작(Jean-Charles de Castelbajac)은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영적인 감각과 컷아웃 기법의 발견에 깊이 공감한다. 또한 아녜스 튀르노에(Agnès Thurnauer)는 마티스를 개념미술의 선구자로 해석하고 있다. 작곡가 클라우디아 제인 스로카로(Claudia Janes Scroccaro)는 『재즈(Jazz)』의 도판에서 영감을 받아, 마티스의 작업과 대화하듯 이어지는 새로운 음악 작품을 창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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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Palais, Photo: Han Jisoo  


전시장을 걷다 보면 그의 작업이 여전히 얼마나 현대적이고 대담한지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오늘날 포스터나 디자인 이미지로 너무나 자주 접하는 그의 컷아웃 작업들은 실제 작품 앞에서 전혀 다른 긴장감과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특히 대형 작업에서는 화면을 넘어 공간 전체를 장악하는 힘이 인상적이었다. 잉크로 단순하게 그린 얼굴, 흰 바탕 위에 자유롭게 펼쳐진 컷아웃 형태, 그리고 선명하고 신선한 색채 속에서 그의 감각은 지금도 살아 있다. 익숙한 이미지 뒤에 가려져 있던 그의 급진성과 자유로움을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전시였다. 그렇게 마티스가 남긴 작업은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깊은 울림을 이어가고 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 예술 현장의 숨결을 기록하며 언어와 문화 사이의 미묘한 결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현재는 다양한 문화예술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파리의 이야기를 수집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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