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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프리즈 뉴욕 2025' 참가… 한국 미술의 다채로운 스펙트럼 선보인다

뉴욕 더 쉐드(The Shed), 국제갤러리 부스 B15, 2025. 5. 8.(목)–5.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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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는 오는 5월 7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뉴욕 허드슨 야드(Hudson Yards)의 더 쉐드(The Shed)에서 열리는 ‘프리즈 뉴욕 2025(이하 프리즈 뉴욕)’에 참가한다. 2012년에 설립되어 올해 14회째를 맞이하는 프리즈 뉴욕에는 전 세계 18개국 67개의 갤러리가 참가하여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을 집약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프리즈 미주 지역을 총괄하는 디렉터 크리스틴 메시네오(Christine Messineo)는 프리즈 뉴욕이 “오늘날 미술계를 이끄는 역동적인 목소리들이 뉴욕의 풍부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동시대 미술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한층 더 심화시키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프리즈 뉴욕은 전년도와 동일하게 주요 섹션인 ‘갤러리즈(Galleries)’와 더불어 큐레이터 루미 탠(Lumi Tan)의 기획 아래 신생 갤러리와 새롭게 주목할 작가를 엄선해 12개의 솔로 부스로 선보이는 ‘포커스(Focus)’ 섹션으로 나뉜다. 또한 페어가 개최되는 ‘프리즈 위크(Frieze Week)’ 기간 동안 뉴욕 도심에 위치한 다양한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크고 작은 규모의 전시들이 각국에서 온 미술 애호가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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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주(b. 1966) ,〈Relinquished (91935.63 calories)〉, 2017 Silvered epoxy on paper, 152.5 x 203 cm © 작가,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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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경(1977–2025), 〈두꺼운 모라 55 × 40 #15〉, 2020–2023 Hanji paper mounted on canvas, ink, gouache 55 x 40 x 24 cm. © 작가,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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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신(b. 1935), 〈즐거움의 울림 2025-8〉, 2025, Acrylic on canvas, 150 x 180 cm. © 작가,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이번 프리즈 뉴욕에서 근현대 한국 미술사를 아우르는 다양한 세대의 한국 작가들을 집약적으로 소개한다.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는 ‘색채묘법’ 연작 중 〈Écriture No. 220613〉(2022)을 선보인다. 자연의 온전한 색감을 옮겨온 세라믹 표면은 은은하고 따스한 자연의 느낌을 전한다.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기반을 다진 하종현의 푸른색 〈접합〉 신작 〈Conjunction 24-41〉(2024)은 캔버스의 위에서 아래로 색이 점점 희미해지는 그라데이션을 통해 ‘배압법(背押法)’의 변주를 꾀한다. 하종현은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하종현 5975》에서 초기작을 전시한 데 이어 국제갤러리 서울점 개인전 《Ha Chong-Hyun》에서 〈접합〉과 〈이후 접합〉 연작을 관통하는 지난 70여 년의 작업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의 신작 회화 〈즐거움의 울림 2025-8〉(2025)과 조각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2013-12〉(2013)도 함께 전시된다. 자연을 관조의 대상이 아닌 ‘합일(合一)’의 주체로서 바라보는 작가의 예술철학에 바탕한 회화와 조각 모두 특유의 생명력과 역동성을 내포하고 있다. 

모더니즘적 관행에 균열을 내는 작업을 지속해온 개념미술가 김용익은 ‘땡땡이’ 연작 중 하나인 〈무제〉(1990)에서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기하학적 도상인 원을 반복적으로 그리며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캔버스 표면에 남겨진 자연과 시간의 흔적이 완전무결한 모더니즘의 조형적 원리에 균열을 낸다. 한국 사진예술의 선구자인 구본창의 〈Vessel (OSK 06-1 BW)〉(2005)도 함께 전시된다. 작가의 시선 속에 담긴 백자는 그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닌 하나의 존재로서 자리한다. 구본창 작가는 올 4월에 '2025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주오스트리아 문화원 주최 및 서울 뮤지엄한미에서 개최한 단체전 《Mega Seoul 8 Decades 서울에서 살으렵니다》에 참여 중이다. 현재 교토에서 거주 및 작업 중인 현대미술가 최재은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2024)도 소개된다. 작가가 길가에서 만난 들꽃들을 액자화하고 각각의 이름을 적어둔 작업으로, 각 존재를 호명하는 행위를 통해 일상과 자연, 그리고 우주의 이치와 순환을 되새긴다. 작가는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 개인전 《자연국가》를 개최 중이다. 컴퓨터 화면의 기본 단위인 사각 픽셀을 벡터 기반의 프로그램을 통해 별, 원, 꽃 문양 등으로 확장시켜 작업하는 홍승혜는 〈액자형 부조〉(2024)를 선보인다. 작품의 내적 구조와 작품이 위치할 건축 공간과의 관계를 탐색하며 기하학적 추상이 실천된 현실-장소가 부스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함경아의 자수회화 〈오호 애재라 시리즈 032408〉(2024)은 매그놀리아 에디션즈(Magnolia Editions)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태피스트리 작품으로,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가 경험했던 절망, 슬픔 등을 태피스트리 특유의 질감으로 눈물이 떨어져 번진 것처럼 표현했다. 양혜규의 신작 〈새벽 맨손체조 넋돋이 – 황홀망恍惚網 #272〉(2025)는 전 세계 문화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종이 오리기와 무구(巫具)를 제작하는 전통에 기반한다. 종이라는 재료에 담긴 치유와 정화, 그리고 염원을 통해 작가는 물질과 정신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양혜규는 오는 8월 31일까지 네덜란드의 쿤스트할 로테르담(Kunsthal Rotterdam)에서 열리는 순회전 《양혜규: 윤년》과 9월 7일까지 대만 신베이시미술관에서 개최되는 단체전 《Reimagining Radial Cities》에 참가 중이다. 강서경의 〈두꺼운 모라 55 × 40 #15〉(2020–2023)는 언어학에서 짧은 시간의 최소 단위를 뜻하는 개념 ‘모라’에 착안한 작품이다. 캔버스를 수평으로 눕혀놓고 과슈를 칠해 구현된 추상적 화면은 물감의 본질에 의해 축적되는 시간성과 서사를 담고 있다. 작가는 최근 미국 덴버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Denver)에서 북미 최대 개인전인 《Suki Seokyeong Kang: Mountain—Hour—Face》를 개최한 바 있다.

한국계 미국 작가로 작업세계를 펼쳐온 작가들의 작품도 소개한다. 바이런 킴(Byron Kim)의 〈멍〉 연작 중 하나인 〈Cosmos Pathos〉(2016)도 부스에서 만날 수 있다. 상처의 흔적으로 신체에 남는 ‘멍’을 실제적 상징성을 떠나 오로지 색감으로 표현하며 대상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마이클 주(Michael Joo)는 주변 환경을 담아내고 반사하는 은 표면의 시적 가능성을 탐색한 〈Relinquished (91935.63 calories)〉(2017)를 선보인다. 피부와 손톱, 내장을 포함해 한 사람의 몸 전체를 섭취했을 때 얻는 칼로리 양을 나타낸 작품 제목은 존재론적인 현상과 신체의 보이지 않는 작용에 주목하게 한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5월 11일까지 서울점 K1과 한옥에서 하종현의 개인전 《Ha Chong-Hyu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화두 아래 반세기에 걸쳐 유화를 다뤄온 작가의 지속적인 실험과 물성 탐구의 현주소를 조망한다. 같은 기간에 서울점 K2와 K3에서는 자연의 주권을 회복하고 DMZ 생태계 복원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최재은의 개인전 《자연국가》가 진행된다. 다채로운 매체를 통해 생명의 근원과 시간, 존재의 탄생과 소멸, 자연과 인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사유하는 전시이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는 7월 20일까지 정연두 작가의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이 열린다. 작가는 블루스 음악과 발효의 리듬을 교차하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살아내는 유머와 염원의 태도를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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