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화랑,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 참여
그랜드 조선 부산 호텔, 2025. 4. 24. -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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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화랑은 오는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그랜드 조선 부산 호텔에서 개최되는 국내 최초의 디지털 미디어 아트 페어,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에 참여해 이배(Lee Bae)의 영상작품 Burning, 2024을 선보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기반으로 한 루프 페어(LOOP Fair)의 아시아 확장 프로젝트로 출범한 이번 행사는, 호텔이라는 일상 공간을 전시 무대로 삼아 기존 화이트큐브 형식에서 벗어난 실험적 전시 형식을 선보인다.
Jin Meyerson, Once in a Life, 2023, Media, 30min (Installation View). © 작가, 조현화랑
Lee Bae, Burning,2024, Video(Colour and Sound), 7min 4sec (stillcut). © 작가, 조현화랑
Lee Bae, Burning,2024, Video(Colour and Sound), 7min 4sec (stillcut). © 작가, 조현화랑
이러한 접근은 1990년대 초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가 파리의 한 호텔방에서 기획한 전시 프로젝트 Hotel Carlton Palace – Chambre 763을 연상시킨다. 이 프로젝트는 단지 전시장소에 대한 인식을 전환한 것에 그치지 않고, 사적 공간에서의 밀도 높은 관람과 대화를 통해 작가와 큐레이터, 관계자 간의 자율적인 담론 형성과 네트워킹을 가능케 한 실험적 사례로 평가된다. 루프 랩 부산은 이러한 형식을 동시대적으로 계승하며, 아트 페어와 더불어 전시와 포럼 등 복합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 아트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향후 예술 향유 방식에 대한 새로운 담론의 장을 마련한다.
이배는 지난 2월 청도에서 열린 달집태우기 행사를 끝으로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며, 이번 루프 랩에서는 그 현장에서 수행한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제작한 7분 분량의 영상 작품을 출품한다. 화면에는 불길 속에서 펼쳐지는 작가의 절제된 신체 움직임과 붓질이 중심을 이루며, 이는 작곡가 토드 마코버(Tod Machover)의 첼로 선율과 함께 상영되어 시청각적 몰입을 유도한다. 작가는 소실되고 증발하는 몸의 흔적을 기록하기 위한 방법으로 불이라는 자연적 요소를 활용하며, 그 속에서 시간과 존재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이배의 작업은 그간 공공장소의 설치 작업이나 화이트큐브 전시공간을 기반으로 구축되어 왔다. 대형 평면 회화와 조각, 설치 작업 모두가 관람자의 이동과 거리감 속에서 작동하는 구조였다면, 이번 Burning은 호텔이라는 사적 공간 안에서 관객과 단독으로 마주하게 되는 영상 경험을 전제로 한다. 좁은 방 안, 일상적 오브제의 공간에서 관람자는 작가의 신체와 불, 그리고 음악이 교차하는 화면을 마주하며, 보다 직접적인 몰입과 정서적 긴장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적 전환은 단순한 상영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작가의 신체와 수행이 관객의 감각에 훨씬 밀접하게 침투하도록 구성된 감상 조건의 변화이기도 하다. 불길 속에서 반복되는 붓질의 동작과 그로 인해 남겨지는 흔적은, 사라지는 몸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하는 이배의 최근 관심사를 상징적으로 집약한다. 공공 공간에서의 제의가 호텔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개인적 체험’으로 재해석되는 순간, 작품은 일종의 내면화된 의례로 변모하며, 관람자의 감정과 감각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한편, 이번 루프 랩 부산에는 진 마이어슨(Jin Meyerson)의 영상 설치 작품 Once in a Lifetime, 2023도 함께 소개된다. 이 작품은 같은 시기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디지털 서브컬처 – 모두가 창조자》(2025.4.15 – 6.29) 전시에 출품되며, 부산의 공공장소 스크린을 통해서도 동시 송출될 예정이다. 입양아로서의 정체성과 부재(不在)의 기억을 출발점으로, 작가는 AR과 LIDAR 기술을 통해 잃어버린 과거를 추적하고,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원인을 재구성하는 ‘역인과(逆因果)’ 개념까지 탐색한다. 이러한 시도는 그의 삶 속 결핍과 회복의 서사를 디지털 공간 안에 다시 써 내려가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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