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두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 개최
국제갤러리 부산, 2025. 4. 25. -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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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가 오는 4월 25일부터 7월 20일까지 부산점에서 정연두 작가의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08년 이후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정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블루스 음악과 발효의 리듬을 매개로 예측 불가능한 현실을 견디는 유머와 염원의 태도를 조명한다.
정연두,〈창조자의 손〉 스틸 이미지, 2025, 4K digital video, color, signage, framed 42 x 73 x 6 cm 8 min. 36 sec. (looped). © 작가, 국제갤러리
정연두, 〈바실러스 초상 #5〉, 2025, Color inkjet pigment print, framed 63 x 51 x 4 cm. © 작가, 국제갤러리
정연두,〈은하수〉, 2025, Color inkjet pigment print, framed 94 x 141 x 5 cm (framed). © 작가, 국제갤러리
정연두는 영상, 사진, 조각,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작업을 통해 이질적인 요소들을 접합하고 시대의 틈을 드러내는 데 집중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다섯 명의 음악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블루스 밴드를 전시장에 구성하고, 이들의 느슨한 합주가 각기 다른 매체들과 교감하도록 연출했다. 시청각 요소의 병치에 주목해온 작가는 음악, 목소리, 억양, 소음 등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역동과 생기를 표현한다.
전시의 중심 작품인 〈피치 못할 블루스〉(2025)는 작곡가 레이 설(Ray Soul)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블루스의 12마디 구조를 활용해 제작됐다. 작가는 67BPM의 느린 속도와 코드만 제시한 채 연주자들에게 자유롭게 연주를 맡겼고, 이를 편집해 하나의 협주곡처럼 엮었다. 연주자들의 몸짓은 콘트라베이스, 보컬, 색소폰, 오르간, 드럼으로 변주되어 전시장 전체에 다성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전시장에서는 연주자 각각의 이야기를 시각화한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항아리 조형물 〈아픈 손가락〉은 블루스 음악의 슬픔과 고통을 오색의 빛으로 시각화했고, 보컬리스트는 러시아어로 쓰인 사연을 품은 고려인들의 몸짓에 노래로 응답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바틱 천 위에 천연 염색제로 새겨져, 역사적 이주의 상흔을 담담히 전한다.
정연두는 또한 발효의 이미지와 리듬을 음악과 연결한다. 막걸리 발효의 기포, 사워도우 반죽의 호흡, 메주에서 피어오르는 바실러스 균의 흔적은 드럼, 색소폰, 사진으로 번역된다. 특히 사진 연작 〈바실러스 초상〉(2025)은 발효 과정 중 생겨난 얼굴 같은 형태들을 도깨비처럼 포착하며, 자연의 신비를 익살스럽게 표현한다.
퍼커셔니스트가 밀가루를 뿌려 만든 우주적 화면과 그 주변에 전시된 은하 같은 사진들은, 실은 제빵 재료인 밀가루로 형상화한 결과물이다. 이러한 연출은 가벼움과 무거움, 유머와 숭고함을 넘나드는 정연두 특유의 역설적인 화법을 잘 보여준다.
정연두는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런던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수학하고, 사진과 영상, 설치를 통해 일상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탐구해왔다.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그는 국내외 유수 미술관에서 다수의 전시를 열었으며, 작품은 리움, 국립현대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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