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제콩쿠르 우승자 초청음악회 - Discover Rising Star I
아트앤컬쳐
2022-08-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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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여 홍일(음악칼럼니스트)
공연일시 장소: 9월29일(수) 저녁 7시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의 국제 콩쿠르 우승 소식, 큰 희망과 위로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로 힘들었던 2021년, 바다 건너에서 클래식계에 기쁜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왔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의 국제 콩쿠르 우승 소식이다. BTS가 그랬듯, 윤여정 배우가 그랬듯 클래식계에도 세계 무대에서 빛나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있다는 것은 기존의 아티스트들에게도 분명 큰 자극이며 그들의 활약은 지금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일반인들 모두에게도 큰 희망과 위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9월29일 수요일 저녁 7시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토마토클래식이 기획하는 2021 국제콩쿠르 우승자 초청음악회 Discover Rising Star I은 2021 프라하 봄 국제음악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이동하, 2021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콩쿠르 첼로부문 우승자 첼리스트 한재민, 그리고 2021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콩쿠르 피아노부문 우승자 피아니스트 박연민 세명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이들 세명말고도 올해 제63회 이탈리아 페루치오 부조니 국제피아노 콩쿠르에서도 두명의 한국인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김도현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는 낭보를 전해오기도 했다.
-이동하, 쇼팽피아노협주곡 1번 시적표현으로 열띤 흥분보다 차분히 이끌어
빌보드와 영화제에서처럼, 국제 콩쿠르에서 빛난 미래의 거장들이 선사하는 3곡의 협주곡의 밤이었지만 사실 이날 공연은 홍보가 제대로 안된 탓인지 관객은 다소 적었고 미완(未完)의 대기(大器)라는 느낌이 들게 이들이 국제콩쿠르에서 이제 우승했지만 거장으로의 길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내게는 불현 듯 들었다.
장윤성 지휘 코리아쿱오케스트라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에 이어 무대에 첫 등장한 피아니스트 이동하는 2021년 프라하의 봄 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와 위촉곡 특별상을 포함한 모든 특별상을 휩쓸며 국제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프라하의 봄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해 그의 피아니즘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풀게한 피아니스트 이동하의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은 긴 오케스트라의 서주에 이어 피아노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등장하는등 피아니스트 이동하의 시적(詩的) 표현이 이어졌다.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을 바르샤바필과 협연키위해 조성진이 무대에 들어서자 아이돌스타를 환영하는 것 같은 거대한 함성의 환영세례가 이어져 조성진의 인기가 실감났던 지난 2016년 2월2일의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통해 조성진이 훨씬 다이나믹하고 집중력 높으며 자신감에 찬 피아니즘을 펼치던 것과는 대비되게 피아니스트 이동하의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은 차라리 차분한 것에 가까웠다. 흥분하지 않고 힘이 들어가지 않고 무리가 가지 않는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의 연주였다.
후반부 무대에 엘가 첼로협주곡을 협연한 첼리스트 한재민은 내게는 올해 겨울 평창대관령겨울음악제에서 연주를 감상한 이후 두 번째 감상무대가 됐다. 지난 2월 평창대관령겨울음악제 폐막공연의 마지막 연주곡이 된 쇼스타코비치의 첼로협주곡을 첼리스트 한재민이 협연해 신들린 연주로 마무리해 관객의 찬탄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한재민, 긴밀한 연관성 갖는 순환형식 통해 곡 전체의 통일성을 느낄 수 있도록 연주
2020년 12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브람스 첼로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한재민은 이듬해 동유럽 최고의 페스티벌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콩쿠르에서 만 15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해 국내 음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이날 무대에서도 한재민은 자클린 뒤 프레의 연주음반에서 보듯 처연한 엘가 첼로협주곡의 극적 연주의 맛을 느끼게 하기보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묵직한 첼로를 들려줬다는 생각이다. 장엄한 첼로 독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을 첼리스트 한재민은 주요 주제가 여러 악장에 걸쳐 나타나며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 순환형식을 통해 곡 전체의 통일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첼로연주를 선보였다.
마지막 무대에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제1번으로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박연민은 2020/21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피아노 부문 우승과 베스트 에네스쿠 작품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아르헤리치나 유자 왕같은 가공할 타건을 선보여온 연주들에 비하면 피아니스트 박연민의 타건은 아직 타건의 파워가 부족한 느낌을 가졌지만 2021년 8월 베를린방송교향악단과 블라디미르 유콥스키와의 데뷔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오스트리아 무직페라인 비엔나에서 슬로바키아 라디오 심포니, 루마니아 국립 라디오 교향악단과의 협연과 독일 스웨덴 스위스등 유럽 여러 도시에서의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어 그녀의 연주행보가 주목된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우승자 아티스트에게 당장 비단길이 주욱 깔려져있는 것은 아니다. 대가로의 길로 가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과 정진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때문에 Rising Star로 무대에 오른 이들은 미완의 대기로서 신진 피아니스트로서, 첼리스트로서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할 과제들 앞에 섰다고 본다. Discover Rising Star II 공연은 장윤성 지휘의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역시 연주를 맡은 가운데 피아노 홍민수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2번, 피아노 최형록이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1번, 바이올린 박규민이 차이콥스키 바이올린협주곡을 들고 출연한 가운데 11월18일 목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글: 여 홍일(칼럼니스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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