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챔버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연주회 F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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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3일(토) 저녁 8시 SAC 콘서트홀
-클래식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위해 실내악 앙상블의 중요성 일깨운 12월의 공연들
외국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나 아이돌급 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 조성진등 스타급 클래식 연주자들의 공연에 클래식팬들의 과도한 쏠림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런 가운데 2025년 11월 한달간 베를린필 암스테르담 콘서트 헤보우, 빈필등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국내 연주 쓰나미 및 피아니스트 임윤찬 조성진등의 12월초의 공연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클래식 무대에 서울챔버뮤직소사이어티, 앙상블 오푸스, 서울챔버오케스트라, 코리안챔버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연주회 final, 12월21일에 있었던 앙상블 우리의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초청 제18회 정기연주회등의 실내악급 연주단체들의 연주들이 클래식 관객들의 심성을 다독거렸다.
앞서 언급한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아이돌 같은 임윤찬 조성진등의 클래식 쏠림현상 못지않게 보완적인 실내악 앙상블들의 연주에도 클래식 관객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이 기울여져야 건전한 클래식계 발전의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앙상블 오푸스 겨울의 서정
“클래식계 건전한 생태계 위한 앙상블과 실내악의 중요성!”
12월16일 화요일 IBK챔버홀에서 있었던 서울챔버뮤직소사이어티의 제7회 공연은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인 데이빗 맥캐롤과 그의 아내 첼리스트 박진영이 기획한 연주회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낯선 음악들을 소개해 이목을 받았다. 최고의 실내악 공연을 위해 2019년 시작된 서울챔버뮤직소사이어티는 잘 알려진 명곡의 재발견 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곡들을 발굴해 연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날의 연주회 레퍼토리들이 관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의 매력을 전달하는 바로 그런 연주회였다.
아련함과 희미해지는 기억을 상징하는 Leos Janacek의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에서’(1901-1908), 체코시인 구스타프 모라프스키의 시집 <사이프러스>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달한 Antonin Dvorak의 ‘두 바이올린, 비올라, 그리고 첼로를 위한 사이프러스(1887), 찰나의 아름다움과 부드럽고 예측할 수 없는 나비의 날개짓 Kaija Saariaho의 ’일곱 마리의 나비(2000), 숲 근처 작은 오두막 집에서 평온과 건강을 되찾아 작곡한 피아노 오중주 Edward Elgar의 ‘현악 사중주와 피아노를 위한 오중주’(1918) 연주 레퍼토리들은 도시의 일상속에서 마치 깊은 숲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듯, 서울챔버뮤직소사이어티의 한줄기 바람처럼 스며드는 울림을 전해주었다.
코리안챔버가 창단 60주년 기념으로 12월13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연주 시리즈 VIII로 파이널 무대를 장식한 것은 통상 베토벤 교향곡에서 초중기 베토벤 교향곡에서 클래식 관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곡들이 베토벤 교향곡 제3번의 영웅과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의 운명이 꼽히는 점에 비춰 관객들에게 익숙치 않은 베토벤 교향곡 제1번 및 바버의 바이올린협주곡(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협연)과 후반부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의 대비연주로 이색적 연주컨셉을 꾸몄다.
헤비급 규모의 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웅장하고 장중한 베토벤 교향곡 연주와 달리 해외챔버급으로서 베토벤 교향곡 연주는 예전 파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는 국내관객들의 감탄을 낳게 한 날렵하고 속도감있는 스피디한 연주가 한때 국내 클래식계 무대에 성행하며 대단한 인기를 끌었었는데 도이치캄머필의 내한공연 소식이 요즈음 없는 것은 이런 차에 아쉬운 대목이다.
12월21일 ‘앙상블 우리’의 리히터 재구성작 ‘The Four Seasons'와 슈베르트의 구스타프 말러가 현악앙상블을 위해 편곡한 ’죽음과 소녀‘ 연주회 역시 클래식계 건전한 생태계 순환 발전을 위해선 앙상블 우리같은 실내악 연주단체들의 연주 역시, 1년에 두 번뿐만이 아닌 더욱 많은 연주회를 통해 ’실내악이 교향악연주의 확장‘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앙상블연주회들이 활성화돼야 함을 보여준 연주회였다. 실내악은 좋은 연주를 위한 하나의 근원과 같아 이는 솔로나 오케스트라 연주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 오케스트라야말로 확장된 실내악이라는 것을 12월에 펼쳐진 앙상블 연주들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앙상블 우리와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연주한 리히터작 ‘사계’는 비발디 사계의 단순한 편곡을 넘어 원곡의 구조를 해체하고 필요한 요소만을 남겨 미니멀리즘적 반복, 현대적 질감, 전자적 음향을 결함함으로써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한 것임을 보여줬다. 이어 앙상블 우리의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는 슈베르트의 깊은 감정과 말러의 장대한 음향미가 결합하여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서있는 인간의 근본적 감정이 한층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호른과 바순의 역할 돋보인 앙상블오푸스 연주회!”
12월6일 토요일 저녁 IBK챔버홀에서 제26회 정기연주회를 가진 앙상블오푸스(Ensemble Opus)는 해외 오케스트라들의 내한공연들과 임윤찬 조성진등의 과도한 쏠림현상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시점에 12월초에 열린 첫 실내악 공연이어서 국내의 건전한 클래식계 생태계의 형성을 위해서는 이런 공연들이 더 자주 열려야 하겠다는 중요성을 더욱 일깨운 공연이었다.
외국음대에서 곧바로 수학하고 돌아와 국내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진 콰르텟들과 달리 앙상블오푸스는 예술감독이자 작곡가 류재준을 중심으로 김상진(Va), 일리야 라쉬코프스키(Pf), 송지원(Vn), 서울대 교수로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과 첼리스트 김민지, 유성권(Bn), 조인혁(CI) 조성현(Fl)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연주자들이 오랜 기간 함께 연주하며 쌓은 음악적 호흡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앙상블오푸스의 제26회 정기연주회에서 전반부 연주곡들의 특성은 호른과 바순이 독특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눈에 띈다. 첫곡 브람스 - 바이올린, 호른 그리고 피아노를 위한 삼중주 내림마장조(Trio for Violin, Horn and Piano in E-flat Major, Op.40)에서부터 브람스가 호른을 첼로를 대체하는 악기로서 피아노 삼중주 편성에 포함시켰다는 점이 특히 의미심장하다는 점이 다가왔다.
두 번째 연주곡 류재준 작곡 세계초연의 ‘바순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에서도 바수니스트 유성권이 연주의 주도적 역할을 맡았는데 “시린 겨울, 날씨 좋은 오후에 산책하는 느낌”이라는 작곡가 류재준의 컨셉을 담았다.후반부의 브람스 세레나데 1번은 그가 교향곡이라는 거대한 장르에 도달하기 이전에 관현악을 향한 첫 걸음으로써 작성한 실험작품인데 브람스 특유의 밀도있는 구성과 따뜻한 서정성이 무대경험이 많은 중견연주자들의 연주에 의해 풍부하게 녹아있는 곡임을 알 수 있었다.
“특정 인기공연에 과도한 관객쏠림, 바람직하지 않아!”
12월13일 토요일 오후 2시 역시 IBK챔버홀에서 있었던 서울챔버 오케스트라의 제103회 정기연주회 역시 서울대 음대교수로 재직중인 바이올린에 백주영, 첼로 김민지, 더블베이스에 서울시향 부수석 이영수등 중견연주자들이 멤버로 포진해 올 차이콥스키 곡들로 <현을 위한 세레나데>로 시작을 알렸고 이대 관현악과 조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협연의 <소중한 곳의 추억>이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이어 후반부에는 <플로렌스의 추억>이 현악육중주가 아닌 현악합주 편성으로 연주하여 현악기군의 웅장함이 돋보이는 무대와 앙코르곡 차이콥스키 <안단테 칸타빌레>가 따뜻한 12월 초겨울의 정서를 관객과 함께 했는데 음악감독 김상진(현 연세대 교수)이 앙상블 오푸스 연주에선 비올라 연주로 출연한 반면 서울챔버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선 지휘자로 나서 각각의 색채감이 드러나면서도 하나의 하모니로 조화로움을 빚어내는 지휘를 맡아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국내 클래식계 발전의 건전한 생태계 형성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해외 오케스트라들의 공연이나 클래식 아이돌로 부상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조성진등의 공연들에만 지나치게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은 걸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물론 이런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들의 공연이나 아이돌급 임윤찬 조성진등의 공연이 독특한 클래식적 밸류와 감동으로 클래식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요소들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서울뮤직소사이어티의 제7회 공연과 앙상블오푸스의 공연이나 서울챔버오케스트라의 제103회 정기연주회, 코리안챔버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연주회 파이널공연, 앙상블 우리의 리허터 재구성작 ‘The Four Seasons'등은 이런 클래식계 건전한 생태계 형성을 위한 앙상블과 실내악 연주들의 중요성을 12월 클래식계 무대에서 다시 일깨워줬다고 봐야겠다.
글 |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