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 대작 ‘아이다’로 존재감 과시…스펙터클 무대 연출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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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11월 16일 공연
“서울시 오페라단 프러덕션 늘려서 존재감 보여야 한다!”
평소 필자는 서울시 오페라단이 연간 무대에 올리는 프러덕션 숫자가 국립오페라단이나 민간오페라단들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느낌을 받아왔다.
올해 2025년 서울시 오페라단의 연중 작품을 올리는 스케줄 상에서도 상반기 4월에 파우스트와 이번 11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무대에 올린 오페라 대작 ‘아이다’만이 눈에 띌 뿐이다.
그럼에도 이번 오페라 아이다 무대를 통해 서울시 오페라단은 대작을 올릴 수 있다는 존재감을 보였다는 점에서 오페라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을 올리는 횟수가 보다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에 부응하는 게기가 충분히 되었다고 본다.
이번 서울시 오페라단의 오페라 아이다 무대에 대해 오페라 평론가들이나 작품을 감상한 블로거들의 대체적 견해들은 세종문화회관이 대작 오페라무대를 올리기에 적합했다는데 의견들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스펙터클한 장대한 오페라무대 소화하기에 무리없었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넓은 무대를 꽉 채운 연출과 함께 장면과 무대를 끊임없이 변환시키며 극의 긴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견이 있었던가 하면 이번 ‘아이다’에서는 그동안의 노하우가 빛을 발하며 공연장이 지닌 규모 자체가 작품의 장대한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로 자연스럽게 전환됐다는 평들에서 세종문화회관의 무대가 스펙터클한 오페라를 소화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의 사랑이 전쟁과 배신 속에서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로 일반인들이 아이다에서 친숙한 아리아는 ‘Triumphal March’(개선 행진곡)일 텐데 필자에겐 어느 오페라 못지않게 많은 이중창의 오페라등을 통해 출연 솔리스트들이 각자마다의 존재감을 뽐내는 요소가 특출나게 다가왔다.
이런 예들을 언급해본다면 1막에 나오는 Celeste Aida(청아한 아이다)에서 라다메스 역을 맡은 테너 국윤종은 당당하면서도 그녀를 위해 꼭 전쟁에 이기고 돌아와 결혼허락을 받겠다는 남자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아리아를 들려줘 그런 존재감의 일면을 엿보게 했다.
Vieni, o diletta, appressat(오라 오 기쁨이여 가까이 오라)-아이다, 라다메스, 암네리스 3중창은 그들 각자의 심경과 앞으로 펼쳐질 운명의 소용돌이를 암시하는 듯 각자 따로, 그러면서도 각자의 열망을 이루고싶은 본능을 여실히 보여주는 3중창이어서 초반부터 아리아의 향연들이 흥미로웠다.
이 오페라의 주인공인 아이다역의 소프라노 조선형 역시 1막부터 Ritorna vincitor(이기고 돌아오라) 아리아나 Numi, pieta del mio soffrir!(나의 신이시여, 궁휼히 여기소서)에서부터 존재감을 보였는데 ‘이기고 돌아오라’는 적국의 장군이자 사랑하는 연인 라다메스와 조국 에디오피아 국왕인 아버지의 싸움이라는 가혹한 운명에 놓인 아이다가 복잡하고 고뇌에 찬 심경을 토로하는 아리아다. ‘나의 신이시여, 궁휼이 여기소서’도 1막에서 아이다의 갈등의 절정을 보여주는 아리아로 아버지와 아버지의 동포를 생각하자니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되고 사랑하는 이를 따르자니 고국을 저버려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마음이 잘 표현된 곡이었다.
서울 시민들의 오페라 감상기회 확대 등 오페라 문화생활을 책임져야 할 서울시오페라단의 공연 횟수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내가 지적한 글을 모 클래식 잡지에 기고한 것은 2023년 4월2일의 서울시오페라단의 모차르트 ‘마술피리’ 공연을 보고 나서였다.
당시 서울시오페라단 웹사이트에 공지된 2023년 공연예정 스케줄로는 3월 말 모차르트 ‘마술피리’와 10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그리고 12월 오페라 갈라콘서트 정도만 눈에 띄어서 경쟁 오페라 단체라고 할 수 있을 국립오페라단도 4월 15일에 콘서트오페라 ‘마술피리’에 이어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맥베스’, 6월 22일부터 25일까지 ‘일 트로바토레’가 이어지고 하반기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가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나부코’가 같은 장소에서 11월 30일부터 12월3일까지 펼쳐진 것을 감안해보면 횟수나 작품 프로덕션 열기 면에서 서울시오페라단이 상당히 뒤처지는 것 같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서울시 오페라단, 최소 국립오페라단이나 민간오페라단 수준의 연간 공연무대 횟수 정도는 무대에 올려야!”
2년전인 2023년 4월 2일(일) 오후 서울시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린 모차르트 ‘마술피리’는 세종문화회관 1층을 가득 메워 서울시오페라단이 서울을 무대로 시민이 주인공인 오페라단으로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품격을 유지하고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공연을 많이 제작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해줬다. ‘문화로 행복한 도시, 서울’에 기여하는 세계적인 명품 오페라를 지향하는 단체를 표방하고 있다면 최소한 국립오페라단이나 일반 민간오페라단 수준의 연간 공연무대 횟수 정도는 올리는 것이 급선무일 것으로 판단된 것이다.
이때도 느낀 바이지만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하면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속에 끓어오르고’(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의 그 유명한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위 아리아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서 다른 곡들이 묻히는 감이 없지 않은데, 이번 올해의 아이다 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2년전 서울시오페라단의 모차르트작 마술피리 오페라를 다시 감상하면서 사실 마술피리는 좋은 곡들이 많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타미노의 ‘이 초상화의 여인은 너무나 아름다워’(Dies Bildnis ist bezaubernd schön)의 아리아는 이집트 왕자인 타미노가 거친 광야에서 거대한 뱀의 공격을 받고 기절하게 되는데, 이때 어디선가 여인 세 명이 나타나 그 뱀을 죽이고 깨어난 왕자에게 밤의 여왕의 딸인 Pamina(파미나)의 초상화를 보여주자, 그 초상화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며 부르는 아리아다.
파파게노의 첫 번째 아리아(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바리톤 새잡이 파파게노의 아리아)인 ‘나는 새잡이’(Der Vogelfänger bin ich ja)는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아리아부문 우승을 하고 돌아온 바리톤 김기훈의 가치를 생각게 하는 기회였다.
두 번째 아리아 ‘나는 한 여인은 원한다고요!’(Ein Mädchen oder Weibchen wünscht Papageno sich!)에서 파파게노는 자신에게 하늘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며, 단지 그는 한잔의 포도주를 원할 따름이라고 말한다. 화자(Speaker)가 그의 소원을 들어주자 외로운 파파게노는 그의 약속된 아내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유명한 이중창 ‘파, 파, 파’(Pa-Pa-Pa-Pa-Pa)를 선보인다. 이후 펼쳐지는 파미나의 ‘아, 나는 그것이 느껴지네’(Ach ich fühl’s)도 역시 유명해 ‘마술피리’의 전막 공연을 감상하며 주요 음악의 좋은 아리아들이 이번 아이다 오페라 무대에서처럼 ‘마술피리’ 오페라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계기가 되어주었다.
글 |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