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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림의 그림책 마음 화실

내 안의 ‘괴물’과 춤을 춰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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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유림 (비작(주) 대표 / 작가, 예술교육콘텐츠 기획자)


[Intro] 
세상에서 가장 얇은 책으로, 가장 깊은 마음을 만납니다. <최유림의 그림책 마음 화실>은 그림책이라는 예술 작품을 통해 무뎌진 어른의 감각을 깨우고 마음 회복을 위한 연재 칼럼입니다. 세계가 인정한 명작 그림책들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다정한 쉼표가 되길 바랍니다. 


오늘의 그림책 : 모리스 샌닥, 《괴물들이 사는 나라》 (시공주니어)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참는 기술’을 익히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도 미소를 짓고, 억울해도 입을 다뭅니다. 사회화라는 이름 아래 내 진짜 감정을 세련되게 포장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하지만 꾹꾹 눌러 담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음속 깊은 지하실에 웅크리고 있다가, 어느 날 예고 없이 튀어나와 나를 집어삼키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분노’나 ‘히스테리’라고 부르지만, 그림책의 거장 모리스 샌닥은 조금 다른 이름을 붙였습니다. 바로 ‘괴물’이라고요.
<최유림의 그림책 마음 수업>, 그 첫 번째 시간은 1964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이자 그림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고전으로 꼽히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Where the Wild Things Are)》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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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괴물들이 사는 나라(시공주니어)


그림의 크기가 곧 마음의 크기다

이 책은 엄마에게 대들다가 저녁도 못 먹고 방에 갇힌 소년 '맥스'의 이야기입니다. 분노에 찬 맥스의 방은 어느새 울창한 숲이 되고, 맥스는 배를 타고 1년쯤 항해하여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합니다.
기획자의 시선으로 볼 때, 이 책의 백미는 작가가 치밀하게 계산한 ‘화면의 확장(Expansion)’에 있습니다. 책을 처음 펼치면 그림은 페이지 한가운데 작게 자리 잡고 있고, 여백이 넓습니다. 이는 현실 세계의 규율에 갇힌 맥스의 답답한 심리를 시각적으로 대변합니다.
하지만 맥스의 상상이 시작되고 감정이 고조될수록 그림은 점점 커져 여백을 잠식해 들어갑니다. 마침내 맥스가 괴물들의 왕이 되어 소동을 피우는 장면(Wild Rumpus)에 이르면, 글자는 아예 사라지고 그림이 양쪽 페이지를 가득 채웁니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폭발. 작가는 텍스트를 지우고 이미지를 확장하는 연출을 통해, 억눌려 있던 아이(혹은 우리)의 해방감을 극적으로 터뜨립니다. 독자는 무의식중에 맥스와 함께 소리를 지르며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괴물을 죽이지 않고, 괴물과 노는 법

흥미로운 점은 맥스가 괴물들을 무찌르거나 죽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대신 맥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괴물들을 노려보며 제압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나무에 매달리고 행진하며 신나게 춤을 춥니다.

이것은 우리가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가장 건강한 방식을 시사합니다. 내 안의 야성(Wildness)을 나쁜 것이라 여겨 없애려 하지 않고, 그 실체를 똑바로 응시하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충분히 표출한 뒤에 스스로 멈추는 통제력을 갖는 것입니다.

한바탕 신나게 논 맥스는 문득 외로움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곳에는 엄마가 차려둔, "아직도 따뜻한" 저녁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정의 파도가 지나간 뒤에도 나를 기다려주는 변함없는 사랑과 안전한 일상이 있다는 확인.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의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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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괴물들이 사는 나라(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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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괴물들이 사는 나라(시공주니어)


당신의 괴물에게 손을 내미세요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괴물 한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 괴물은 때로는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으로, 때로는 칠흑 같은 우울함으로 나타납니다.

그럴 때 당황하거나 자신을 탓하지 마세요. 그저 내 마음의 배를 타고 잠시 그 괴물들의 나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충분히 소리 지르고, 발을 구르고, 춤을 추고 나면, 우리는 다시 따뜻한 저녁밥이 있는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오늘 밤, 억지로 잠재우려 했던 당신의 감정들에게 안부를 물어보세요." 그래, 너도 내 마음의 일부야"라고 말하며, 딱 한 곡만 함께 춤을 추자고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 당신 마음속 괴물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



글ㆍ사진_최유림 (비작(주) 대표)
임상미술치료 연구 및 예술교육 기획자.
그림책의 미학적 가치를 심리회복와 결합하여, 어린이와 성인의 마음 성장을 돕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웹: bejak.co.kr / 인스타그램: @i_be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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