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흔적: 표면의 대화
본문

장 소: 두루아트스페이스
기 간: 2026.09.09. ~ 2026.09.30.
주 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45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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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유희와 디트리히 끌링에는 도구가 지나간 자국을 지우지 않는다. 유희는 스퀴즈로 물감을 밀어내고, 끌링에는 톱과 끌로 나무의 표면을 파고든다. 한 사람은 색을 밀어내고, 다른 한 사람은 나무를 깎아낸다. 그러나 서로 다른 행위가 지나간 자리에는 공통적으로 몸의 움직임과 시간의 흔적이 남는다.
유희의 화면에는 여러 방향으로 밀려난 물감의 자국이 층을 이루고, 그 위로 가느다란 선이 가로지르며 화면의 흐름을 만든다. 끌링에의 나무 조각에서는 절단과 삭제가 반복되며 표면이 깎이고 패인다. 그 흔적은 무엇인가를 재현하기보다 도구가 지나간 자리, 그리고 그 과정의 시간을 드러낸다.
표면은 단순한 바탕이 아니라, 행위가 머물렀던 장소이자 다음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다. 한 번 멈춘 흔적은 다시 시선을 움직이게 하고, 잘려나간 자리는 새로운 경로를 만든다. 유희에게 흔적이 리듬으로 남는다면, 끌링에에게 흔적은 파편과 깊이로 남는다.
서로 다른 재료와 방식으로 만들어진 두 표면은 그렇게 서로를 마주한다. 관람자는 밀어낸 물감의 방향과 파고든 도구의 깊이를 따라가며, 표면이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추는지, 그리고 그 아래에 어떤 시간이 머물고 있는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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