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이드 템포러리는 11월 28일부터 12월 28일까지 순수한 회화적 평면을 탐닉해 오며 단순한 붓질과 강렬한 색으로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온 황도유 작가(b.1987)의 개인전 《서른세송이》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평면성에 대한 탐구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로 기획되었다. 그 결과 유일하고 물리적인 작가의 흔적은 캔버스에 달라붙어 같은 차원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물질성은 제거되고 작가가 오랜 기간 탐구했던 평면성과 그로 인해 비롯되는 회화의 순수성을 느껴볼 수 있다.
황도유, 서른세송이, 2024, 캔버스에 아크릴, 60.6x60.6cm. © 작가, 아트사이드 템포러리
투박한 일획(一劃)에 의해 피어나는 ‘서른세송이’
‘서른세송이’라는 전시 제목은 작가가 연작을 처음 시작한 나이인 서른세 살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인물이 등장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연작을 오랫동안 그렸는데,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오히려 평면성을 위축시킴을 느꼈다. 그리하여 인물을 풍경 밖으로 내보내니 색채와 면으로 구성된 비구상화가 보이기 시작했고, 점차 앨리스를 지움으로써 풍경들을 확대하고 과장해 나가 꽃이라는 소재를 집중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되었다. 꽃을 둘러싼 시간과 환경적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하고 일상의 평범한 이미지들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황도유 작가는 그만의 고유한 색면(color-field)을 통해 화면에 꽃의 형상과 리듬감을 담아낸다.
황도유, 서른세송이, 2024, 캔버스에 아크릴, 60.6x60.6cm. © 작가, 아트사이드 템포러리
황도유, 서른세송이, 2024, acrylic on canvas, 130.3 x 97 cm. © 작가, 아트사이드 템포러리
작가의 손끝에 쌓인 감각만이 점유하는 화면
그의 작품은 두 가지 방식으로 그려지는데, 하나는 가급적 겹쳐 칠하지 않은 일회적 그림이고 다른 하나는 물감층의 농도로 제작 전반의 과정을 드러내 보이는 그림이다. 한 번의 획으로 완성된 작품에는 붓이 지나간 결의 흔적, 분절된 획 사이의 간격들로 비롯된 여백들이 드러난다. 이러한 ‘선’ 혹은 ‘면’은 뚜렷한 경계나 윤곽 없이 분산되며 갈라져 나가 꽃 주위를 둘러싼다. 결과적으로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작가의 유일한 행위, 그간 작가의 ‘손’ 끝에 쌓인 경험에서 비롯된 감각만이 화면을 점유하게 되는 것이다. 물감층의 농도를 사용한 연유도 동일하다. 작가의 작업 방식은 스케치의 흔적, 두터운 마티에르 등 물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의 자취를 감추게 한다. 우리의 시각은 작가의 손,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채색된 표면만을 유람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전달하는 회화의 고유한 순수성과 자율성을 목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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