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야블론스키 & 김정원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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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흥없는 연탄공연의 편견 깬 듀오 피아노 리사이틀의 신선한 감동!”
평소 가끔 접하게 되는 클래식 무대에서의 두명의 피아니스트들이 연출하는 연탄(連彈) 공연에 단독 리사이틀에서보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감흥이 적다.

공연직후 사인회에 응하고 있는 피터 야블론스키(우측)과 파이니스트 김정원.
연탄 연주는 하나의 곡을 높은 음부와 낮은 음부 또는 가락부와 반주부로 나누어 연주하는 것을 뜻하는데 2년전인 2024년 6월 강원도 평창 계촌클래식에서도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조성진의 연탄 공연에 큰 감흥을 받지 못한 개인적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지난 3월28일 토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에서 있었던 스웨덴 피아니스트 피터 야블론스키(55)와 김정원(51)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은 이런 예전의 연탄공연의 아쉬움을 전혀 가질 수 없는 듀오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의 새 매력을 느끼게 한 리사이틀로 이 공연을 찾았던 많은 음악애호가들에게 기억될 듯 싶다.
“야블론스키와 김정원, 포핸즈 레퍼토리들로 더 친밀한 경험 만들어내!”
사실 이날 듀오 피아노 리사이틀에 출연한 스웨덴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피터 야블론스키 레벨급이라면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이 아닌, 옆의 콘서트홀이나 롯데콘서트홀 같은 대형 콘서트홀에서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등이 주관하는 The Great Pianist Series의 일환으로 자신의 단독 피아노 연주리사이틀을 개최하는 것이 더 어울릴 법한 거장급에 속한다.
그럼에도 피터 야블론스키가 이번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듀오 리사이틀을 꾸민 것은 포핸즈 레퍼토리들이 본질적으로 연주자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깝기 때문에 훨씬더 친밀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두 연주자가 하나의 음악적 목소리를 함께 만들어가는 특별한 형식이 피아노 듀오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듀오 피아노 리사이틀을 무대에 올린 의미가 남다른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이었다.
피터 야블론스키에게 함께 연주한다는 것은 창조의 순간을 서로 나누는 일을 의미하며 그의 인터뷰 말마따나 혼자 피아노 앞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많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이러한 가까움은 매우 특별하며 무대위에 깊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 그의 술회다.
내 개인적으로도 이번 피터 야블론스키 김정원 듀오 리사이틀의 연주 레퍼토리들은 과거 두명의 피아니스들이 선사하는 연탄 연주에서 감흥을 느끼지 못하던 편견에서 벗어나 듀오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도 클래식 관객들에게 깊은 음악적 감흥을 줄 수 있다는 기회를 새롭게 발견케해 준 점에서도 이번 듀오 피아노 리사이틀의 남 다른 바가 있다.
이날 연주 레퍼토리는 라벨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스페인 광시곡’과 루토스와프스키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그리고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프란츠 리스트의 편곡으로 들려준 상당한 주제의식이 함축된 레퍼토리 편성이었던 점에서 주목을 끌게 했다. 이날 프로그램들은 라벨의 색채적 환상에서 출발하여 루토스와프스키의 지적 긴장을 거쳐 베토벤의 인간적 환희에 이르는 궤적을 따랐다. 이 여정속에서 두 대의 피아노는 색채를 드러내고 구조를 해체하며 마침내 하나의 환희로 수렴한 것이다.
프로그램 노트는 “오늘의 프로그램은 색채, 해체, 그리고 통합이라는 세개의 단계로 전개된다”고 적었다. 라벨의 감각적 음향 화화에서 출발하여 루토스와프스키의 날 선 지성을 지나, 마침내 베토벤의 교향적 사유가 리스트의 건반위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본 것이다. 두 대의 피아노는 이 여정에서 단순한 편성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 그것은 오케스트라의 그림자를 드러내고 구조의 뼈대를 해부하며, 궁극적으로 인간 정신의 환희를 압축해내는 도구가 된다.
“연주 레퍼토리들-색채, 해체, 그리고 통합이라는 세개의 단계로 전개!”
피터 야블론스키와 김정원의 이날 듀오 피아노 리사이틀 첫곡 라벨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스페인 광시곡’에서부터 과거 듀오 리사이틀에서 받았던 감흥없는 연탄연주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흡사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의 새 매력을 전해주는 레퍼토리들로 연주회 내내 내게 다가왔다.
라벨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스페인 광시곡은 원곡이 관현악곡인 라벨의 Rapsodie Espagnole을 두 대 피아노로 편곡한 작품. 이 편곡은 듀오 피아노 프로그램에서 자주 연주되는 대표 편곡으로 소개되며, 스페인 민속적 정서와 리듬을 피아노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야블론스키와 김정원은 악장별 핵심포인트 관점에서 전주곡(밤의 전주곡)에서는 관능적 나른함을 강조했고 페리아(축제)에서는 열정과 흥분이 한껏 드러난 축제의 정경을 그려냈다.
전반부 두 번째 연주곡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작곡가의 독창성과 천재성을 보여주는 매혹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바이올린을 위한 니콜로 파가니니의 유명한 24번 카프리스를 바탕으로 하며, 이는 많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준 까다롭고 화려한 주제이기도 하다. 두 대의 피아노 버전에서 야블론스키와 김정원은 이 주제를 독특한 감각으로 재구성하여 상징적인 멜로디에 신선한 관점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마지막 후반부 연주 레퍼토리였던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프란츠 리스트의 편곡 연주는 두 피아니스트 이날 연주의 하이라이트였다고 해도 지나친 허언이 아니다.
리스트가 편곡한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의 두 대의 피아노 버전에서는 오케스트라의 방대한 음향 세계를 피아노라는 악기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시도가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감동을 선사했다. 오케스트라의 층위는 두 건반 사이에서 분리되고 재배치되며 선율 리듬 화성의 골격이 마치 건축 도면처럼 투명하게 드러났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