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수 & 카메라타 솔 ‘겹의 미학 Series II’ 성료 > 여홍일의 클래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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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홍일의 클래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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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 & 카메라타 솔 ‘겹의 미학 Series II’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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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화) SAC 콘서트홀

 

“‘겹’을 감상적인 Logos로, 그러나 진정성 있게 표현!”


‘겹’이란 단순한 중첩이 아니라 서로 다른 차원의 시간이 만나 하나의 예술로 수렴되는 과정이다. 음악의 겹, 연주자의 생각의 겹, 생각과 감정의 겹, 역사의 겹, 연주자와 연주자 사이의 겹, 그리고 연주자와 청중 사이의 겹. 이 모든 층위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포개지며 비로소 하나의 예술적 순간을 만들어낸다.
지난 2월 24일 화요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김응수 & 카메라타 솔의 연주회 《겹의 미학 Series II》는 이러한 ‘겹의 미학’을 사유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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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사인회에서 응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우측 세번째)



“보다 많은 무대 공연, 카메라타 솔의 존재감 높일 듯!”


김응수 & 카메라타 솔이 의도한 기획 의도는 분명했다. 카메라타 솔은 이러한 ‘겹’을 감상적인 Logos로, 그러나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단체의 지명도가 아직 높지 않은 탓인지 객석은 많이 비어 있었고, 공연의 열기도 충분히 달아오르지 못했다. 미국 출신 지휘자 가렛 키스트와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안톤 소로코프가 객원 지휘자와 협연자로 참여했음에도 이러한 해외 연주자 효과가 객석 점유율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현재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의 기획력과 뚝심이 없었다면 이와 같은 ‘겹의 미학’ 시리즈가 탄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의 기획력은 다시금 주목할 만하다.


2019년부터 카메라타 솔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김응수는 안토니오 비발디아스토르 피아졸라막스 리히터의 사계 전곡(2023),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2024),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루트비히 판 베토벤요하네스 브람스를 아우르는 3B 시리즈(2025) 등 개념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기획·연주하며, 연주자이자 기획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irector’s Note에서 그는 이번 프로그램이 ‘사랑’을 중심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왜 사랑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음악은 그 질문에 어떻게 응답하는지를 관객과 함께 느끼고자 레너드 번스타인막스 브루흐의 작품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두 작곡가는 서로 다른 시대와 언어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지닌 복합성과 필연성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음악에 담아냈다고 김응수는 설명한다.


이에 따라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파토스(Pathos)를, <스코틀랜드 환상곡>은 이미 지나온 시간의 노스탤지어(Nostalgia)를, 그리고 번스타인의 <플라톤의 『향연』에 의한 세레나데>는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대한 이데아(Idea)를 담아내고 있었다.



“두 곡의 협연을 도맡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의 존재감, 후반부에서 빛나다!”


필자에게 이날 공연은 전반부에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 안톤 소로코프의 존재감이 다소 미미하게 느껴졌다. 그 결과 후반부에서 두 곡의 협연을 맡은 김응수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김응수가 2부 첫 곡으로 협연한 번스타인의 <플라톤의 『향연』에 의한 세레나데>는 플라톤의 사상을 소리로 번역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향연』은 ‘에로스’에 대한 생각을 여러 인물의 목소리를 통해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철학서이며, 번스타인은 각 인물의 발언을 바이올린 솔로와 오케스트라로 표현했다.


야련한 그리움이 스며 있는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에서는 김응수의 또 다른 진면목이 드러났다. 한 음 한 음에 감정을 녹여내며 긴 잔향을 남기는 그의 연주 스타일이 돋보이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카메라타 솔은 타협하지 않는 연주단체로 알려져 있다. 꾸준하고 묵묵하게 걸어야 할 길을 걸으며, 좋은 연주는 좋은 음악을 더욱 빛나게 하고 결국 그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과 공명할 것이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늘날 클래식 음악계의 현실에서는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방법에 골몰하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어떤 장치나 화려한 수사 없이도 좋은 음악을 잘 연주하는 것이야말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카메라타 솔은 잊지 않는다. 그래서 더 돋보이고 귀한 단체라는 평가를 정경영 한양대 음대 학장은 전했다. 다만 이러한 평가가 클래식 관객들에게 보다 생생하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무대 경험과 공연 기회를 통해 존재감을 넓혀가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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