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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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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 : 빌라 사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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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Corbusier (1887-1965) :  Villa Savoye



오랜만에 파리 근교에 나갈 일이 생겨 근처에 위치한 '르 코르뷔지에' 의 건축물 ' 빌라 사보아' 를 다녀왔다. 구글 맵에는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마음이 급했는데 여름철에는 6시까지 오픈이어서 다행스럽게도 여유있는 관람과 함께 정원 피크닉도 즐기다 올 수 있었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다녀가는지 한국어 책자가 있어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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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르코르뷔지에는  현대 건축 이론 연구의 선구자이다. 그의 건축 디자인은 기능주의와 조소적 표현주의를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자신의 건축에서 그 세대 기능주의자들의 열망과 표현주의적인 강렬한 감각을 결합시켰고, 금욕주의와 조소적 형태를 추구하는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기법으로서 거친 마감 콘크리트 사용을 연구한 최초의 건축가였다. 콘크리트 건축물의 시초를 다진, ‘현대 건축물의 아버지’ 라고 불리는 거장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아파트’ 를 처음 디자인 한 건축가로 당대에 혁신적인 디자이너였던 것이다. 



유니테(Unite)다비타시옹(d'Habitation)이라는 주거 양식을 2차세계대전 직후 도시 재건 건축물로 선보임으로써  단지 높이 쌓여있는 아파트가 아닌, 미래의 새로운 삶을 제시할 새로운 주거 개념을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는 건축가이다.



<빌라 사보아> 는 1929년부터 1931년까지 지어진 공간이라고 하니 거의 100년전의 건축물임에도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다. 2016년에 르코르뷔지에의 다른 16개 건축물들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라고 한다. 보험회사 임원이었던 사보아 가문의 별장으로 지었다는 부분에서는 나도 얼른 성공하여 세계적인 건축가가 지은 건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해가 너무 뜨겁게 들어오는 이 공간이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워서 공짜로 살라 해도  못살 것 같다며 마치 이솝 우화속  ‘여우와 신포도’ 같은 생각도 동시에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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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는 햇빛이 아주 잘 들고 그늘이 없어서 사부아 패밀리가 햇살가득한 환경을 맘껏 누렸을 것 같았다. 사실 우리나라사람들은 뜨거운 해를 피해 다니고 햇볕에 그을리지 않으려고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선베드에 누워서 태닝을 즐기는지라  그 목적으로 만든 테라스다 보니 내게는 너무 뜨겁게 느껴졌다. 햇볕이 이정도로 쨍쨍하면 빨래줄을 매어 이불을 바싹 말리거나  남는 공간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 상추와 방울 토마토를 재배해야 제 격인데 하는 지극히  한국적 마인드가 자꾸 떠올라  별 다른 용도로 쓰이지 않고 남아있는  스페이스들이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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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선형 계단과 경사 램프가 있었는데 어디를 이용해서 올라갈까 고민하다가 계단을 선택했는데, 나중에 팜플렛을 읽어보니 계단은 가사도우미 전용 이동 통로였다. 빠른 길이라고 생각해서 올라간 것인데 역시 내겐 여유 보다는 일개미 본능이 자리한 것 같았다. 경사로는 집 주인과 손님 전용 이동 공간인데 역시 여유로운 부자들은 경치를 즐기며 천천히 편하게 올라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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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와 형광등 스위치( ?)의 모양도 정말 앙증맞고 귀여웠다. 다만 가구가 없고 사람이 사는 느낌이 전혀 없으니 건축학도나 디자이너가 아닌 나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확실히 아무리  건축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라 해도 현재 상황 사람이 살지 않으면 그 공간은 시간도 멈추고 생명도 멈춘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한편, 이 곳에서는 « CHEZ EUX » 라는 특별전시가 진행중이었다. The Centre des Monuments Nationaux 및 Villa Savoye는 갤러리 소유주이자 발행인인 이봉 랑베르 (Yvon Lambert)와 협력하여 프랑스계 이탈리아 예술가인 나탈리 뒤 파스키에 (Nathalie Du Pasquier)의 전시를 기획했다.  "집에서"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1928-1931년에 지은 이 장소와 화가가 만난  결과물이다.  이봉 랑베르는 모더니스트 건축가와 현대 시각 예술가의 작품 사이의 단순한 형태, 벗겨진 기하학, 모듈성 작업과 같은 공통점이 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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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아 가족의 집을 다시 재구성하기 위해 예술가는 평평한 영역, 원근법, 실제 또는 변형된 물체를 결합한 작업을 만들었다. 회화와 다차원 건축을 결합한 자립형 조각이 특별히 제작된 방법이다. 가구 형태의 작업은 색상과 볼륨이 르 코르뷔지에의 순수한 미학과 통한다고 한다.  참고로 나탈리 뒤 파스키에는 1957년 보르도에서 태어난 화가로 1979년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거주하며 작품활동 중이다.  그녀의 예술적 경력은 1981년 밀라노에서 결성된 멤피스 디자인 그룹에서 시작되었는데 직물, 카펫, 적층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장식된 표면" 을 그림으로써 선과 색상 감각을 구축했다.  밝은 색상의 다중화, 표면의 패턴 확산, 플라스틱 라미네이트 및 대리석과 같은 재료의 혼합, 다른 시대에서 차용한 형태를 나란히 배치한 새로운 이탈리아 디자인을 상징하는 멤피스 스타일은 시각 예술에서 광고 및 패션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미학을 표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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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의 유명 건축물이라고 해서 와보긴 했지만 건축에 문외한인지라 얼마나 대단한지 체감하지 못했는데  기념품 샵에서 레고버전으로도 빌라 사보아가 나와 있는 걸 보고나니   정말 엄청난 건축물이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레고로도 나올 정도면…ㅎㅎ 



최근에 다녀간 방명록에도 한국 관광객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서 반가웠고 빌라 사부아의 외관을 그리며 후기를 대신한 사람도 있었는데 역시 건축가의 방명록은 남다르구나 싶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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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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