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ée Jacquemart- André/윌리엄 터너 전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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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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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Jacquemart- André/윌리엄 터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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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는 내 어린시절 어렴풋한 기억속의 화가이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흐릿한 배경속에서 증기 기관차가 달려오는 실루엣이었는데 훗날 엄마의 주입식(?)교육에 의해 그 작품이 그 유명한 '비,증기, 속도'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모님께서 실컷 시간과 돈을 들여 보여 주셨지만 불효녀는 다리 아파서 힘들었던 기억이 더 강하지 터너의 그림 따위는  안중에 없었던 시절이다.^^


<Musée Jacquemart- André >에서 터너 전시를 한다는 광고를 지하철에서 많이 본 지라 어린 시절의 철없음을 만회하고자  전시 첫날에 바로 보러갔다. 때마침 바로 어제 마크롱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한 조치로 모든 학교문을 닫고 대중교통 이용을 제한하라는 발표가 있어서 미술관의 매표소는 문을 닫고 온라인예매만 가능했다. 예매 시간은 2시였음에도  다음 입장가능 시간이4시30분이었고 그나마도 표가 4장밖에 남아 있지 않은 걸 보고 터너의 인기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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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8구 상젤리제 근처에 위치한 <자크마흐앙드레 뮤제> 는 처음 와 보았는데 안마당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었다. 게다가 날씨도 좋아 벤치에 앉아 햇볕을 즐기다 입장했다. 19세기경 에두아르 앙드레(Édouard André)라는 부유한 은행가와 화가였던 아내 넬리 자크마르(Nélie Jacquemart)가  살던 저택이었는데 이들 부부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수많은 르네상스 시대 작품를 사모았다고 한다. 집안 곳곳에는  화려한 인테리어는 기본이고 당시에 사용한 가구, 침대, 장식품, 고가의 컬렉션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마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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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 전시장 입장 전  작가에 대한 기본 지식을 브리핑 해주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어 관람객에 대한 친절과 배려가 느껴져 시작부터  마음에 들었다.



터너는 여행을 많이 다니기로 유명한 화가인데 최소한의 짐(마치 요즘의 배낭여행자 처럼  그림도구와 노트 정도) 만 챙겨서 이동을 했는데 자신에게 여행은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일하러 가는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게다가 이발사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지만 어린 시절 터너의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한 아버지의 지원 덕분에  영국 왕실 미술아카데미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한다. 역시 자식은 부모의 그릇과 안목 만큼 성장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어릴 때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았던 '비,증기,속도'는 이번 전시에 오지 않았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몽환적인 분위기속에서도  움직임 만큼은 역동적으로 표현했다고나 할까!


사실 터너의 수채화는 비전공자인  내가 보아도 굉장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수채화에서의 빛 표현은 가장 밝은 곳을알아야 가능하고  채색 끝까지 여백을 잘 남겨 놓아야 화가가 원하는 빛을 표현할 수 있어 어렵다고들 한다. 즉 여백으로 남겨 놓아야  빛으로 보이는데 수채화에서 흰색은 유화의 흰색과 달리 이질감을 들게 하고 탁한 느낌을 주기에 더욱 빛 표현이 어려운데 터너의 그림은 그러한 면에서 참 흠잡을 데가 없다. 물론 일개 관람객인 내가 위대한 아티스트를 평가한다는 것이 어줍잖긴 하지만 말이다. 정말 손바닥만한 수채화 그림인데도 디테일이 다 살아 있었다.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 여행을 일삼아 했던  풍경화의 대가가 남긴 작품들 중에는 내가 가 본 유럽의 풍경들도 종종 있어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루앙의 시계탑, 스위스 몽블랑, 이탈리아 포로로마노 광장 풍경화들과 내가 방문했던 사진들을 같이 배치해보았다.




루앙



몽블랑



포로로마노


 그의 작품 끝자락에선 인상파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그림들이 가득했다. 물론 빛과 그림자가 인상주의의 핵심이기도 하고 그가 말하길 자신은 아는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보이는 것을 그린다고 말한 것을 보면 나의 판단이 가히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



나올 때까지 전시 포스터 대표 그림을 못 본거 같아 '왜 없었지?'했었는데 무려 실컷 감동받고 사진까지 찍어둔 작품이었었다.  '유레카'를 외치기엔 민망했지만 사진 정리중에 발견할수 있었다. 나의 눈썰미가 문제긴 했지만 사실상 원본이 너무 작았기 때문에 그 그림이 포스터인지 알긴 어려웠다고 변명해본다.ㅋ 




오늘 본 작품 중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은...L'artiste et ses admiratrices (예술가와 그의 추종자들)


최근에 읽은 발자크의 < 미지의걸작> 을 상기시킨 작품.  실력있는 예술가가 자기 그림에 너무 과도하게 몰입하여 스스로 예찬하는 내용인데 실상은 발하나만 덩그러니 그린 괴상한 작품이었던 것이다. 이상과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작가는 실력이 있어도 위대한 작가가 되지 못한다는 메시지였는데 그 소설 속 내용을 마치 실제로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로마에 있는 비너스신전과 티투스 아치로 해석되는 제목인데(티투스 개선문)


장 라신의 극작품 베레니스에 나오는 우유부단한 캐릭터 티투스는 좀 싫어한 캐릭터였는데 이렇게 작품으로 만나보니 은근 반가웠다.



자그마한 크기의 이 수채화속에 무지개도 보이고 배에는 양산을 쓴 여인들도 보이는 디테일!!(하단 사진은 상단 사진의 확대본)



기념품샵도 빠질수없는 코너!  터너 엽서를 팔았는데 사지는않았지만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어는 보였다.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해 다음주부터 휴교령이고 파리 시내 약국의 마스크나 소독젤 품절을 목격하고 약간은 심란한 마음으로 터너를 관람하러 갔으나 뭔가 힐링되는 느낌을 받고 전시장을 나왔다. 집에 와 마크롱 대통령이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의 대처상황을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기사를 보니 나도 모르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솟았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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